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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패밀리룩은 왜 생겨났을까? 차별화와 인지도 상승

아우디나 BMW, 렉서스의 차들은 멀리서도 그 존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모든 모델이 브랜드의 색깔을 지닌 고유의 디자인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기아차의 K시리즈도 타이거 노우즈 그릴을 달아 형제지간 임을 나타낸다. 이렇게 브랜드마다 통일된 디자인 요소를 ‘패밀리룩(Family Look)’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이 패밀리룩은 어떻게, 왜 생겨난 것일까?

패밀리룩, 자동차 업계의 대세가 된 이유

보편적으로 자동차는 집 다음으로 고가의 소비재다. 사람들은 자신의 자동차를 고를 때 매우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지갑을 연다. 그렇다면 자동차를 고를 때 가장 우선순위로 꼽는 요소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여러 가지 리서치와 연구가 진행됐지만 매번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디자인’이다. 자동차 메이커들도 이런 점을 잘 알고 디자인에 엄청난 노력을 쏟아 붓는다. 오랜 경험으로 자동차 회사들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고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각인 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찾았고 자연스레 패밀리룩으로 이어졌다.

흔히 철강을 ‘산업의 쌀’이라는 표현을 한다. 대부분 산업에 철을 대표로 한 소재산업이 바탕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런 표현의 일환으로 자동차는 ‘산업의 꽃’이라고 불린다. 자동차 산업은 전후방 연계효과가 크고, 다양한 영역에 걸쳐 화려한 기술과 디자인 요소를 반영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런 장점을 먼저 깨닫고 자동차 산업을 먼저 시작한 유럽과 북미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산업의 태동이 늦었던 아시아 국가들보다 자동차 산업과 문화가 발달했다.

하지만 아시아 산업국가의 자동차 산업이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단시간에 급성장했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도 심화됐다. 자동차 브랜드는 늘어났고, 패밀리룩은 소비자들에게 자동차 메이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달하고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패밀리룩이 자동차 업계의 대세로 자리잡은 이유는 또 있다. 산업사회가 발전하면서 자동차 산업전반에는 제조업으로서의 전문성이나 규모의 경제 효과 등을 이유로 기업 간 부품을 공유하는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제품의 기술 및 가격 격차가 줄어드는 현상이 시간이 흐르면서 더 짙어지고 있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에 의해 기술의 평균수준이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효용한도를 넘어서게 됐다.

다시 말하면 소형차든 대형차든 기본적인 자동차 자체의 성능과 기술수준 격차가 과거보다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이러한 변화는 좋은 품질은 기본적인 배경일 뿐 품질 경쟁력 만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보장 받기 힘들어 졌다는 점을 의미한다.

 

응당 소비자의 자동차 선택기준이 객관적이라기 보다는 감성적이고 주관적이며 심미적인 요소에 치우 치는 경향이 높아졌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자동차 회사들이 디자인을 성능만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수단으로 돌아오는 순환관계를 만들었다.

(위)메르세데스 벤츠 300SL(아래) 메르세데스 벤츠 SLS AMG 로드스터, 시대는 다르지만 닮은 모습이다

1980년 대에 들어서는 디자인과 브랜드로 차별화하려는 자동차 회사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디자인에 브랜드 이미지를 표현하고 이를 통해 차별화하려는 전략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자동차 역사가 긴 유럽에서는 비슷한 규모의 기업들 간 경쟁이 심화되어 이미지를 통한 차별화 전략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자동차 회사들은 이런 세계적인 자동차 업계의 흐름에 뒤늦게 편승한 편이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회사들은 후발주자로서 스스로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기 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디자인이 후순위로 밀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패밀리룩’으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수립하기 시작한 것은 10년 남짓이다. 그전까지는 다른 서구 자동차 브랜드의 이미지를 벤치마크하고 유행하는 특색을 부여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리고 여전히 ‘저렴한 가격’을 통한 가격경쟁력을 중요시하는 방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후발주자들도 패밀리룩으로 표현한 자사의 디자인 언어가 하나 둘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는 ‘플루이딕 스컬프처’라는 디자인 언어를 구축했고, 기아자동차도 ‘디자인 기아’를 기치로 해외 유명 자동차 디자이너들을 적극 영입했다. 토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도 ‘L피네스’를 표현하는 ‘스핀들 그릴’을 전 라인업에 걸쳐 구축했다. 후발주자들이 질적 그리고 양적으로 성장하면서 서구의 유행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패밀리룩 디자인의 장점은 사실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한다는 점 이외에도 다른 장점이 더 많다. 우선 최근 자동차 업계의 제품 수명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제품 수명이 단축된다는 점은 과거 보다 더 많은 신제품들이 생산해야한다는 의미이며, 그만큼 디자인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도 증가한다는 의미다. 더불어 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대상자도 늘었고, 경쟁도 더 빈번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고유의 아이덴티티와 이미지를 추구하고 소비자에게 어필해야 할 필요는 더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자사의 아이덴티티와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차별화하고 각인시키기 위해 자동차 메이커들은 패밀리룩을 더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포르쉐 911도 50년간 디자인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

패밀리룩 들여다 보기

자동차 디자인은 자동차의 차급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핵심적인 조형요소의 집합으로 이루어진다. 조형요소의 집합이 모여 디자인 정체성을 이루고 자동차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수단이 된다. 이런 점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동시에의 모델들간의 디자인 연계성 뿐 아니라 과거부터 이어져온 디자인 요소들이 하나의 정체성을 이루며 반영되곤 한다. 폭스바겐 골프의 C필러나 BMW의 호프마이스킥 라인, 지프의 동그란 헤드램프와 폭포수 그릴, 아우디의 싱글 프레임 그릴 등이 대표적이다.

아우디의 싱글프레임 그릴은 대표적인 패밀리룩 디자인이다

자동차 디자인의 패밀리룩을 구성하는 요소는 앞, 뒤, 옆 총 3가지 방향이다. 특히 앞부분은 가장 많은 디테일을 가지고 있어 중요한 부위다. 그리고 차량 전체 인상을 결정하는 대표성을 지닌다. 옆모습은 차체의 프로파일을 결정하는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차급이나 레이아웃을 통해 주행감각을 유추할 수 있고, 특징적인 비례를 통해 개성을 표출할 수 있다. 뒷모습은 상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요소가 적지만 최근 동력성능에 대한 이미지화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부분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 메이커들의 패밀리룩 디자인 전략은 당분간 유지되거나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패밀리룩에 대해서 ‘천편일률 적이고 개성이 없다.’라는 비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패밀리룩 디자인 전략은 세대가 지날수록 더 강력한 인지효과를 나타내는 경향이 있으며 시장이 혼잡해질수록 더 큰 인지효과를 발휘한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수입차와 국산차의 내수시장 격돌이 심해질수록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면 효과적 전략으로 앞으로도 사용될 것이다.

김경수

김경수 기자

kks@encarmagazine.com

좋은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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