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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세단 4종 트랙 테스트!

바야흐로 디젤 엔진의 전성시대. 수입차 10대 가운데 7대가 디젤 엔진을 장착한다. 현대차도 그랜저 2.2 디젤을 투입하며 응수하고 있다. 디젤 세단을 타는 것은 이제 놀랄 일도 아니다. 예비 구매자 관점에서 대표 차종 4대를 살폈다.
글_김경수 기자, 영상_ 이후상, 윤홍철, 사진_민성필

수입차 위주로 흐르던 디젤 세단의 성장세가 국산차로 이어지고 있다. 뒷짐 지고 있던 국내 메이커들이 저마다 주력 모델에 서둘러 디젤 엔진을 추가하고 있다. 덕분에 소비자는 다양한 선택지에서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우리가 이번 테스트에 디젤 4종을 끌어들인 이유다. 주인공은 현대 그랜저 디젤, 인피니티 Q50, 포드 몬데오, 폭스바겐 파사트다. 앞의 두 대는 배기량 2.2L, 나머지는 2.0L급이다. 그랜저 디젤을 중심으로 큰 고민 없이 넘볼 수 있는 수입차를 대상으로 선정했다.

개성 넘치는 4대의 자동차를 트랙에서 테스트했다. 동일장소에서 같은 운전자로 반복 테스트하며 결과의 신뢰를 높이고 싶었다. 다만 4대를 하루에 비교 테스트하는 일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은 일. 다양한 테스트 항목을 모두 테스트 할 욕심을 부렸다간 결과를 내기가 어려운 형편이었다. 결국, 테스트 항목을 슬라럼, 시속 60km와 100km 가속력, 시속 100km 급제동력, 1km 트랙 랩타임의 4가지로 좁혔다.

폭스바겐 파사트 VS 포드 몬데오

독일의 국민차 브랜드 폭스바겐의 파사트는 국내에 데뷔한 지 한참이 지난 모델이다. 이미 독일에서 8세대 모델이 출시되었지만, 국내에선 하반기에나 만날 수 있다. 구형이라 상대적으로 불리한 점이 있는데 국내 시판 중이고 시장의 인기가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해 선수로 뽑았다. 이에 반해 포드 몬데오는 국내 출시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모델이다. 미국 브랜드지만 유럽 포드 산하에서 개발된 모델이기 때문에 전반의 분위기는 유럽차라고 봐도 될 정도다.

 

두 중형 디젤 세단의 슬라럼 테스트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100m의 슬라럼 코스를 좀 더 빨리 통과한 포드 몬데오는 시종일관 부드러운 감각과 차분한 핸들링 실력을 보여줬다. 낮게 파고들며 러버 콘(Rubber Cone)을 공략하는 몬데오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대로 정확히 움직이며 파사트뿐만 아니라 이번 비교 테스트에 나선 4대의 자동차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핸들링을 보였다.

테스트에 들어가기 전 우리는 몬데오의 실력에 의문이 많았다. 그 의문의 대부분은 이전 포드의이미지가 만들어낸 편견이었다. 하지만 슬라럼 테스트에 돌입하자마자 몬데오는 멋진 실력으로 우리의 편견을 보기 좋게 날려 버렸다. 몬데오는 좌우 롤의 양이 적고 차체가 눌린 뒤 다시 일어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았다. 게다가 굿이어 이글 F1의 끈덕진 그립 덕분에 콘 바깥으로 밀려나가는 양이 적었다. 다만 다른 비교차량보다 저회전 응답성이 좋지 못했다. 가속페달을 완전히 밟아도 처음에는 인젝터에서 뿜어내는 연료분사량을 스스로 억누르는 듯한 인상마저 들었다.


시속 100km로 달리다가 정지하는 마른 노면 제동력 테스트에서는 36m로 평균보다 약간 뒤졌지만 1km 서킷 랩타임과 70km 급선회 테스트에서는 빼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특히 랩타임 측정 구간에서의 안정감이 탁월했다. 역설하자면 가장 재미없는 차이기도 했다. 물론 안정적이라서 재미없는 건 아닌데, 차의 조작을 운전자의 몫으로 남겨준 게 별로 없는 느낌이라서 감흥이 없었다. 자세제어장치를 켜고 달렸음에도 개입이 신경질적이지 않았던 건 인상적인 부분이다.

이에 반해 폭스바겐 파사트는 슬라럼 테스트를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였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폭스바겐 파사트는 미국 채터누가 공장에서 생산하는 미국 전용모델이다. 슬라럼 테스트에서 파사트는 무른 하체는 독이 되었고 동력성능도 내세울만한 것이 없었다. 다만 운전자의 뜻대로 잘 움직여 주었고 가속페달의 반응하는 정도도 뛰어난 편이었다. 운전자가 자신 있게 몰기 좋은 차라는 뜻이다.

1km 트랙에서는 예상과는 다르게 언더스티어가 심하지 않았다. 차의 크기와 성격을 생각하면 의외다. 코너링 특성은 약간의 언더스티어와 뉴트럴스티어 사이를 오갔다. 경쟁자들보다 심약한 140마력의 출력과 타이어로 인해 랩타임은 가장 길었지만 움직임은 차분했다. 차의 움직임을 밖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롤과 피칭이 심해서 불안감을 느낄 정도였다고 했는데 실내에서 움직임은 부담스럽지 않은 편이었다.

현대차 그랜져 VS 인피니티 Q50

몬데오와 파사트의 1차 전에 이어 두 번째 그룹으로 2차 전을 치렀다. 주인공은 그랜저 2.2 디젤과 인피니티 Q50 2.2d. 지난해 등장해 국내 디젤 수입차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Q50과 국산 준대형을 대표하는 그랜저의 대결은 테스트 전부터 높은 관심을 모았다.

 

특히, Q50 2.2d는 이번 비교 테스트에서 유일한 FR방식의 레이아웃을 가진 모델로 기대가 컸고 그랜저 2.2는 가장 강력한 토크로 자랑했다. 2.2리터급 모델 비교 테스트도 슬라럼 테스트, 시속 60km와 100km 가속력 테스트, 시속 100km 급제동력 테스트, 1km 트랙 랩타임 4가지로 진행했다.

먼저 출발한 현대 그랜져 디젤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슬라럼 테스트에선 지옥이었다. 모든 면에서 최악이었다. 거대한 풍채를 돌려대는 터라 그립력과 거리가 먼 넥센타이어는 비명을 질렀고, 물렁한 서스펜션은 한번 주저앉으면 일어설 기미를 보이질 않았다. 자세제어장치는 쉴새 없이 개입하며 출력을 차단했다. 반면 직선 가속 테스트에선 202마력의 출력과 강력한 토크로 선두에 나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1km 트랙 테스트에선 다시 춤을 추는 동작이 이어졌고 핸들링은 ‘진창’으로 정신을 못 차렸다. 승차감을 고려해 하체를 무르게 세팅한 것이 약점으로 작용했다. 토크가 강해 마지막 코너 내내 휠 스핀을 내기 바빴다. 타이어 그립을 살짝만 올려도 더 좋은 움직임을 보일 듯했다. 뒤쪽이 둔하고 무거운 느낌이 들지만 이 또한 차의 성격을 따지면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신경질적으로 개입하는 자세제어장치는 좀 더 정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인피니티 Q50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특히 제동력이 인상적이었다. 비교 모델 중에 가장 짧은 제동거리를 기록했으며, 70km 급선회 후 제동도 가장 안정적이었다. 슬라럼 테스트에서는 단단한 하체가 도움을 줬고 핸들링도 날카로웠다. 하지만 스티어링 반응이 날카롭진 않았다. 타이어 그립력이 아쉬운 상황도 자주 있었다. 슬라럼 콘 안쪽을 찌르기 힘들고 라인이 부푼다. 인피니티에는 ATC(Active Trace Control)라는 자세제어장치가 슬라럼에서 딴죽을 걸었다. 슬라럼에서 바깥쪽으로 흐르려고 할 때 안쪽 바퀴에 제동을 거는 방식인데, 이때 속도가 확 줄어든다. 엔진과 변속기 반응은 나무랄 데 없지만 전자장비의 방해가 운전의 재미를 깎아 먹는다.

 

1km 트랙에서는 FR의 장점을 발휘해 랩타임을 확실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물론 4대의 비교차 가운데에서는 가장 빠른 랩타임을 기록했다. 자세제어장치는 개선이 필요했다. 켜면 스포츠 드라이빙의 감각을 뭉갰고 끄고 달리면 앞뒤가 펄떡거리며 갈피를 못 잡았다.

엔진은 훌륭했지만 변속기는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다운 시프트가 너무 느려서 마치 중립으로 머무는 시간이 길게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 의도찮게 거동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있었다. 함께 비교한 차들에 비하면 훌륭했지만 독일의 프리미엄 모델들을 라이벌로 삼는다면 전자제어의 세팅을 좀 더 면밀히 할 필요가 있다.

최후의 승자는 몬데오

이번 테스트의 승자는 포드 몬데오였다. 가장 최근에 출시한 모델이므로 경쟁자들의 장단점을 벤치마크 할 수 있었을 터. 4가지 테스트에서 보통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가격은 인피니티 Q50보다 약간 낮은 수준. 저회전 구간에서 다소 굼뜬 면을 제외하면 자동차의 패키징이나 만듦새 그리고 동력성능에서 아쉬움을 남길 만한 요소는 없었다. 반면 폭스바겐 파사트는 신형 모델이 빨리 나와 시장에 다시 한번 센세이션을 일으켜 주길 기대해야 했다. 물론 인피니티 Q50도 이름값을 했다. 제동력과 1km 트랙 테스트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받았다.

우리가 끌어 모은 모델들은 모두 연비가 리터당 15km 이상 나오는 경제성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공통점을 지녔다. 하지만 주행 특성은 달랐다. 그랜저는 넓은 실내에 묵직한 힘으로 편안한 크루징을 제공했고, 퍼포먼스를 즐기고 싶다면 인피니티 Q50가 정답이다. 세련된 감각으로 남들과 다른 맛을 찾는다면 포드 몬데오를 추천하고 싶다. 어떤 면에서도 후회 없는 합리성을 원한다면 폭스바겐 파사트의 문을 열어보시라.

https://youtu.be/xxz3OBcA7pM

김경수

김경수 기자

kks@encarmagazine.com

좋은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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