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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마 뗀 자동차 '구독' 서비스의 해외 사례

'(정기결제) 음원 콘텐츠 이용료 5,000원 결제' 한 달에 한 번 스마트폰을 울리는 문자 내용이다. 어릴 적 아버지께선 신문을 구독했고, 삼촌은 잡지를 구독했다. 비교적 젊은 세대에 속하는 이들은 영상과 음원 등을 정기 구독하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구매에서 공유, 공유에서 구독으로 이어지는 소비의 패턴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태동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구독(Subscription)'이란 단어가 낯설 수도 있다. 정기 간행물을 받아본 경험이 없는 젊은 세대에서는 '정기 사용료'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자동차 구독 역시 일정 기간 요금을 지불하고 사용한다는 기본 개념은 크게 비슷하다. 하지만 자동차 운용에 소유 개념이 사라지면 필히 관리의 문제가 떠오른다. 단순한 교통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도 소홀히 관리된 차를 반길 일은 없기 때문. 유지·보수의 주체도 피곤한 문제다. 자동차 시장에서 구독의 개념은 이 같은 자동차 공유에서 발생하는 단점을 보완한 형태의 서비스다.

국내에는 현대차와 제네시스, MINI가 자동차 구독 서비스를 론칭했다. 현대·제네시스 경우는 별도의 가입비를 두지 않아 진입 장벽을 낮췄다. 현대·제네시스의 경우 기간 멤버십 비용이 없어 1개월 사용도 가능하다. 2개월째부터는 구독을 종료하면 일 단위로 계산해 구독료를 돌려받을 수 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제네시스는 성격이 서로 살짝 다른 세단 라인업이 전부. 현대 셀렉션 역시 기본 선택지가 많지 않다. 또한 'ALL THE MINI' 는 별도의 멤버십 비용이 필요하다. 3개월이 기본인 트라이얼과 1년 회원 자격의 레귤러가 있다. 단 트라이얼 사용자는 차를 선택할 수 없으며 무작위로 배정된다.

해외의 사례도 살펴보자. 자동차 구독 서비스가 활발한 국가로는 미국을 들 수 있다. 국토가 넓어 주 단위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고 프리미엄 브랜드가 주를 이룬다.


포르쉐 I 패스포트

포르쉐를 가장 먼저 소개한 이유는 필자의 사심이 포함됐다. '포르쉐 패스포트'는 월 300만 원 정도에 911과 파나메라 등 다양한 차를 경험할 수 있다. 만약 직접 구입하려 든다면 족히 100개월분 이용료는 필요한 차들이다. 또한 차 값이 전부는 아니다. 취·등록세와 보험료, 메인터넌스 비용까지 합하면 구입에 대한 욕구는 저만치 사라진다. 포르쉐 패스포트는 자동차 구독 서비스의 장점인 '경험'을 극대화 한 케이스다.

포르쉐는 지난 2017년 말 미국 애틀란타 주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1주 또는 시간 단위로 사용할 수 있는 포르쉐 '드라이브'와 '호스트' 서비스도 론칭했다. 마칸이나 718 카이맨의 경우 4시간 이용료는 30만 원 수준이다. 차를 타다 식상해져도 되팔거나 남은 할부금 걱정은 없다. 과감히 구독 서비스를 종료하면 된다. 단, 패스포트의 경우 최초 등록비가 50만 원 정도 된다.


 

BMW I 엑세스 바이 BMW

미국 내슈빌 지역에서 서비스 중인 '엑세스 바이 BMW(Access by BMW)'는 다양한 회원 등급과 다양한 차종이 특징이다. 구독자도 아이콘, 레전드, BMW M으로 분류된다. 아이콘 등급의 구독자는 월 110만 원 정도를 지불하고 BMW 330i, 330e, X2, X3, M240i, i3를 월 단위로 선택할 수 있다. 레전드 회원은 540i, X5, 440i, M2 쿠페 등이 추가된다.

마지막으로 'BMW M' 등급을 선택하면 M5, X5M, X6M, M4 컨버터블, M6 컨버터블이 추가된다. 월 구독료는 270만 원이 조금 넘는다. 멤버십 단계별로 차의 크기와 사용 목적이 확실히 구분되어 있다. 여기에 상위 서비스는 하위 차종을 모두 포함해 서비스를 제공해 선택폭이 광범위하다. 모든 서비스는 최초 가입 때 60만 원 정도 멤버십피를 받는다.


볼보 I 케어 바이 볼보

'이 차를 사지 마세요(KAUFEN SIE DIESES AUTO NICHT)'라고 대놓고 광고하는 볼보. 그만큼 볼보는 자동차 구독 서비스에 적극적인 브랜드다. 특히 XC40 론칭에 맞춰 수익보다는 볼보 브랜드 경험에 초점을 맞춰 서비스를 진행했다. 이미 미국과 독일에서 1년여 테스트를 진행 중인 볼보는 2025년까지 생산하는 차량의 절반 가량을 자동차 정기구독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케어 바이 볼보' 미국 서비스의 경우 최소 2년 단위 멤버십 형태로 진행된다. 차를 선택하면 1년 후 다른 모델로 전환할 수 있다. S60과 XC40의 월간 구독료는 각각 월 75만 원, 80만 원 수준. XC40의 구독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캘리포니아 딜러 단체인 CNCDA(California New Car Dealers Association)가 불법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며 청원을 재기한 상태다. 자동차 관리 수수료를 모두 포함한 비용을 받는 형태가 딜러사의 전통적인 판매를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양측은 현재도 의견이 팽팽히 대립 중이다.


리볼브

특정 브랜드에 국한되지 않은 구독 서비스도 있다. 플로리다 델레이 비치에 본사를 둔 리볼브(REVOLVE)는 포르쉐, 마세라티, 재규어, 랜드로버, 테슬라 등의 프리미엄 모델만을 취급하는 서비스다. 회원 등급은 마니아(ENTHUSIAST)와 럭셔리(LUXURY)로 나뉜다. 이용료가 비싼 만큼 이용할 수 있는 차의 라인업도 막강하다.

월 260만 원 정도를 지불하는 마니아의 경우 포르쉐 911 GTS 컨버터블, AMG GT, BMW X6M, 레인지로버 등으로 미국에서 11만~16만 달러로 판매되는 라인업이다. 약 190만 원을 지불하는 럭셔리 회원은 렉서스 LC500, 레인지로버 스포츠, 911 카레라 등으로 8만~11만 달러로 구성됐다.


자동차 구독 서비스의 국내 소비자 반응도 다양하다. 먼저 차종 선택의 폭이 좁다는 걸 꼬집는다. 여기에 장기렌트나 리스 서비스와 비교해 가격적인 메리트가 없다는 이들도 많다. MINI와 손을 잡고 구독 서비스를 론칭한 에피카의 한보석 대표는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가격에 대한 소비자의 상반된 반응을 밝히기도 했다. 차를 보유하지 않은 소비자들이 다소 비싸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소비자 입맛에 따라 구독료를 획기적으로 낮추기는 쉽지 않다. 해외 사례로 '북 바이 캐딜락(Book by Cadillac)' 서비스는 월 150만 원 정도로 모든 모델을 탈 수 있었다. 차종 교체도 연간 18번이 가능했다. 저렴한 가격에 고객 확보에는 성공했으나 수입 계산에 실패했다. 구독 서비스에 필수로 여겨지는 유지·관리비가 예측보다 크게 지출됐다. 결국 이 서비스는 지난해 말 종료됐다.

자동차에 관해 가장 까다로운 시장 중 하나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오죽하면 "한국에서 통하면 전 세계 무대에서의 성공도 문제없다"라고 말하는 글로벌 담당자도 있다. 국내에 구독 서비스가 뿌리 내리기 위한 핵심 키워드는 '경험'과 '가격'으로 함축된다. 한데 이 둘은 반대의 개념이다. 결국 구매로 접근하기 힘든 모델은 다양한 경험의 제공을 뿌리로 둬야 한다. 젊은층이 주 타깃임은 입만 아픈 이야기. 대중적이고 생활에 파고든 차종은 경제성에 집중해야 한다. 녹색창에 검색만하면 나오는 단기 렌트보다 경제적이어야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을 것이다.

고석연

고석연 기자

nicego@encarmagazine.com

공감 콘텐츠를 지향하는 열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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