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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괜찮은 차군요, 닛산 엑스트레일 시승기

엑스트레일은 닛산의 준중형 SUV다. 토요타 라브4나 혼다 CR-V와 경쟁한다. 라이벌과 마찬가지로 시선을 확 끄는 매력은 없다. 대신 무난한 디자인과 제법 괜찮은 상품성, 숙성된 파워트레인까지 빠지는 것도 없다. 탄탄한 기본기도 칭찬할 만하다.
글, 사진 l 이정현 기자


엑스트레일은 19년 전 데뷔했다. 초대 엑스트레일은 짐짓 투박했다. 각진 디자인으로 정통 SUV처럼 여겨졌다. 이러한 디자인 흐름은 2세대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2013년의 3세대부터는 돌연 도심형 SUV로 돌아섰다. 직선 위주였던 보디는 곡선을 담아 방향을 틀었다. V 모션 라디에이터 그릴을 중심으로 부메랑 형태 주간주행등을 더한 게 흐름을 주도한다. 투박하기만 했던 과거를 지우려는 듯한 세련된 모습이었다. 이후 마이너체인지를 통해 다시 한 번 성형수술했다. 프론트 그릴은 한층 커졌고 헤드램프는 더욱 뾰족해졌다. 도심형 SUV에 마초 향을 더한 느낌이다.

첫인상부터 눈길을 끄는 건 아니다. 최신 닛산 차, 가령 알티마에 비하면 순하다. 대신 굵직한 크롬으로 덧댄 라디에이터 그릴이 이채롭다. 보닛 캐릭터 라인과 절묘하게 이어져 자연스럽다. 헤드램프는 LED 광원을 쓴다. 멀리서는 흐리멍덩해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의외로 첨단 이미지다. 사다리꼴로 꺾인 쿼터글라스, 그것과 이어지는 트렁크 라인도 젊다.

인테리어는 지극히 무난하다. 아니, 좋게 말하면 무난하고 나쁘게 말하면 심심하고 저렴해 보인다. 가령 플라스틱이나 가죽 등의 소재에 대한 아쉬움이 든다. 차의 브랜드나 세그먼트를 생각하면서 이해해 줘야 할 부분이다. 계기판 가운데에는 컬러 LCD가 들어간다. 제법 많은 정보를 주지만 한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 센터페시아 가운데 8인치 모니터는 애프터마켓의 마감재를 사용한 듯 보였다. 예민한 운전자라면 거슬릴 수 있겠다.

운전석에서 느껴지는 시야나 포지션이 좋다. 엑스트레일은 착좌 위치가 가장 높은 편이다. 당연히 시야가 넓게 펼쳐진다. 사이드 미러와 옆쪽 윈도도 큼지막해 경치 구경하며 느긋하게 달리기에 좋다. 시트는 소파에 앉은 듯 푹신한 감각이다. 알티마의 ‘무중력 시트’를 떠오르게 한다. 오랜 시간 운전대를 잡아도 피곤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다.

뒷좌석은 평범하다. 다행히(?) 2열 송풍구와 센터 암레스트, 큼지막한 파노라마 선루프가 마련되어 있다. 물론 리어 시트 등받이 각도도 조절할 수 있다. 국산 SUV에 비하면 평범해 보이겠지만 이 급의 수입 SUV 중에서는 제법 괜찮은 구성이다. 다만 공간은 그리 넓지 않다. 엑스트레일은 선루프 구조 탓이 천장이 낮다. 리어 시트 방석 쪽도 높기 때문에 SUV치고는 머리 공간이 갑갑하다. 아울러 암레스트를 내리면 트렁크와 바로 이어져 어딘지 허전하다. 트렁크에 짐이 굴러다니고 있다면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을 거다. 트렁크 공간은 565L. 좌석을 모두 접으면 1,996L까지 커진다. 전동식 테일게이트나 트렁크 매트 아래에 숨은 수납공간을 마련한 것도 센스 있는 터치다.

시동을 걸면 엔진 돌아가는 소리가 나지막이 들린다. 4기통 엔진이지만 디젤 SUV에 비하면 확연히 정숙하다. 엑스트레일은 닛산의 주력인 2.5L 가솔린 엔진을 단다. 최고출력 172마력, 최대토크 24.2kg∙m로 제원 상 수치는 특별하지 않다. 이 평범하고 무난한 엔진은 가속 페달 밟을 때 약간의 반전을 보인다. 제법 박진감 있는 소리를 내면서 계기판 바늘이 빠르게 돈다. 무단변속기도 기어 있는 일반적인 변속기처럼 엔진 회전수를 바삐 오르내린다. 결코 굼뜨지 않다. 의외의 달리기 실력이다.

인텔리전트 4X4 사륜구동 시스템은 노면 상황을 재빨리 분석해 구동력을 나눈다. 본격적인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건 아니지만 주행안정성 면에서 메리트 있다. 대신 땅이 바짝 마른 아스팔트에서는 구동 배분이 소극적이다. 구동력 대부분을 앞바퀴로만 전달할 뿐이고 뒷바퀴로는 힘을 거의 보내지 않는다.

승차감은 평범한 수준. 성향은 당연히 콤포트 쪽이다. 덕분에 잔잔한 충격을 잘 소화한다. 지나치게 부드러워 운동성을 해치는 수준은 아니다. 이따금 뒤쪽이 뻣뻣하게 굴거나 코너링 중 요철을 밟으면 자세가 흐트러지기도 하지만 이 차의 성격을 고려하면 흠 잡을 수 없다. 시승차는 4WD TECH 모델로서 19인치 휠을 신었다. 18인치 휠을 단 2WD나 4WD 모델이라면 유연성 면에서 이보다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터.

일순간 차선을 벗어나면 경고음이 울린다. 그럼에도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으면 브레이크가 개입한다. 닛산 인텔리전트 모빌리티 기술인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이다. 스티어링 휠을 스스로 조작하는 최신 장비에 비하면 소극적이다. 하지만 제동으로써 운전자에게 주의를 주는 것만으로도 사고를 줄일 수 있다. 보태어 사각 지대 경고, 비상 브레이크, 차간 거리 제어 등 첨단 안전장비를 대거 탑재했다. 첨단 안전장비에 인색한 라이벌에 비해 또렷한 장점이다.

2.5L 가솔린 엔진과 사륜 구동 시스템, 1,670kg에 이르는 무게까지. 연비 나쁠 만한 요소는 모두 모였다. 공인 복합 연비도 10.6km/L(4WD Tech 기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대 이상의 수치를 냈다. 서울 도심과 영종도, 파주를 오가며 300km 가까이 달렸더니 L당 13.0km를 기록했다. 점심시간과 퇴근길 정체가 두 시간 넘게 이어진 것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특히 고속도로를 항속으로 갈 때는 L당 15km를 웃돌기도 했다.

엑스트레일은 3,460만 원(2WD)부터 시작한다. 사륜구동은 3,750만 원(4WD), 여기에 19인치 휠과 차선 이탈 방지 시스템을 더한 4WD TECH는 4,120만 원이다. 수입산 SUV로서는 괜찮은 가격대다. 토요타 라브4나 혼다 CR-V를 정조준한 포지셔닝이다. 엑스트레일은 그들과 마찬가지로 튀지 않는다. 무난함 속에 내실을 다졌다. 그래서 더욱 끌린다. 일상에 즐거움을 주기보다 일상과 함께하기에 좋은, 실패 없는 선택지가 될 만한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