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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d Car] 2018년형, 5만km 뛴 벤츠 GLE 350d 리뷰

GLE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준대형 SUV다. 시승차는 2018년 4월 출고된 GLE 350d. 지난해 신형의 등장으로 구형이 됐지만 멋진 디자인, 풍요로운 V6 디젤, 에어 서스펜션을 무기 삼는다. 다만 구닥다리 인테리어는 구매 저항으로 작용한다.
글 l 정상현 편집장, 사진 l 이정현 기자

보험이력 0원, 소유자 변경 없음, ‘문콕’조차 없는 페인트. 이 차를 [Used Car] 꼭지의 첫 주인공으로 꼽은 이유다. 5만4,000km 뛰는 동안 트립컴퓨터에 기록된 평속은 39km/h. 출고장 빠져나온 이래 고속 위주로 달렸다는 걸 암시한다. 이는 엔진과 변속기 컨디션에 유리하다. 시내 다닌 차들은 평속 30km/h를 넘기기 어렵다. 설령 주행거리가 짧다 해도 엔진과 변속기에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크다. 하체 부품류도 금세 낡는다. 중고차는 고속도로 달린 차를 고르는 게 좋다. 특히 디젤은 더욱 그렇다.

ML클래스는 1997년 등장했다. G클래스에 이어 메르세데스-벤츠를 대표하는 SUV가 됐다. 오늘 시승한 차는 3세대 ML의 마이너 체인지 모델. 새 작명법에 따라 GLE로 개명했지만 사실 상 ML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이다. 참고로 3세대 ML은 2011년 9월에 나왔고 GLE 클래스는 2015년 4월 공개됐다. 우리나라에 수입되기 시작한 건 2016년 초부터.

시승차는 2018년 4월 출고한 GLE 350d 모델이다. 당시 엔트리 모델로서 4기통 2.2L 디젤의 GLE 250d가 존재했다. 윗급으로는 GLE 350d 프리미엄 모델이 팔렸다. GLE 350d 노말과 프리미엄과의 차이는 AMG 라인 익스테리어에 있다. 프리미엄이 확실히 더 스포티했다. 아울러 AMG 스티어링 휠 유무, 휠 디자인(사이즈는 같음), 3존 에어컨 유무, 파노라마 선루프 유무 정도가 차이로 꼽을 만하다. 당시 가격은 250d가 약 8,300만원, 시승차인 350d는 약 9,600만원, 350d 프리미엄은 약 1억400만원이었다. 2020년 4월 현재 기준, 350d의 중고차 시세는 5,900만~7,690만원.

스탠다드형인 시승차는 프리미엄만큼 멋지지는 않다. 그래도 250d보다는 확실히 좋아 보인다. 2019년에 신형이 나왔음에도 익스테리어에서 신형 메르세데스 냄새가 진하다. ‘신상’ 느낌은 S클래스 판박이인 LED 헤드램프와 큼지막한 20인치 휠이 주도한다. 테일램프는 W212 후기형(E클래스)과 닮았다. 외관에서는 누가 봐도 비싼 차라고 여겨질 만하다. 시쳇말로 ‘하차감’ 좋다.

대신 도어를 열면 김이 샌다. 한 세대 전 메르세데스 인테리어를 품은 까닭이다. 그래도 사진으로 볼 때처럼 슬플 지경은 아니다. 1열은 헤드레스트까지 전동 조절되는 메모리시트와 2존 에어컨이 기본이다. 후석 열선과 전자동 테일게이트도 있다. 뭐, 이 정도가 전부라고 봐도 된다. 운전대 열선이나 1열 통풍은 없다. 전방 충돌 방지 시스템은 있지만 차로 유지 보조나 SCC 등은 없다. 소재 면에서 고급감이 떨어지는 것도 지적할 만하다. 가령 대시보드나 도어트림은 가죽보다 우레탄을 듬뿍 썼다. 옹색한 센터 모니터도 출시 연도를 짐작하게 한다.

엔진은 OM642 유닛. SUV 마니아가 열광하는 V6 디젤이다. 입으로 소리 내면 ‘육기통 디젤’인 거다. GLE 350d에서는 2,987cc로 258마력, 63.2kgf∙m를 낸다. 변속기는 9단 AT. 시동을 걸자 가늘게 찰찰거리는 엔진음이 난다.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싶다. 기아 모하비의 그것과 무척 닮았다. 음색은 비슷하되 음량은 확실히 GLE 쪽이 조용하다. 대신 진동은 갓 출고된 신차보다 살짝 있는 편. 5만km 뛰면서 엔진 마운트 수명을 깎아 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발진은 묵직하다. 공차중량이 2,350kg이니 가볍게 느껴질 리 없다. 대신 오른발에 힘을 주면 힘이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온다. 멧돼지가 폭주하는 듯한 느낌이다. 제원 상 0→100km/h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7초. 대개의 디젤차들이 그렇듯 실제로는 그보다 빠른 기분을 선사한다. 0→100km/h 가속 6.2초의 E300보다 가속감이 폭력적이다.

인상적인 건 에어 서스펜션이다. 국산 SUV에서 만나볼 수 없기에 더욱 귀한 존재다. 평소 콤포트 모드에서는 너울 타는 듯 넘실거린다. 노면 상황과 완전히 단절된 듯 열심히 평형을 지켜낸다. 그러다가도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최신 콤팩트 SUV처럼 탄탄해진다. 덕분에 굽잇길에서 자신감 있게 내몰 수 있다. 롤과 피칭 모두 확 억제한다. 대신 포르쉐 카이엔 같은 스포티함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시승차는 출고된 지 2년이 흘렀고 5만4,000km를 뛰었다. 그렇지만 엔진과 변속기, 하체 모두 신차 상태와 다를 바 없다. 잡소리는커녕 주행감이 산뜻하다. 메르세데스-벤츠, 기계로서의 신뢰성이 높아지는 순간이다. 가장 큰 메리트는 현대 팰리세이드 가격에 살짝 더 얹으면 살 수 있는 세꼭지별 SUV라는 점일 터다. 앞서 언급한 장점-좋은 엔진과 서스펜션-과 단점-구식 인테리어와 편의장비의 부재- 사이에서 저울질이 필요하다. 그 중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더욱 극대화되기도, 아니면 무색무취처럼 여겨지기도 할 것이다.

시승에 함께한 이정현 기자는 이 차를 두고 “5,000만원 대에 누릴 수 있는 가장 좋은 하차감”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차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카메라 감독은 “실내가 너무 깬다”고 말했다. 필자는 “V6 엔진과 에어 서스펜션 때문에 매력적으로 느껴진다”고 반박했다. 우리 세 명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 차의 시승 리포트가 완벽히 완성된다.

취재 협조 : 정성모터스, 070-8840-4032

정상현

정상현 편집장

jsh@encarmagazine.com

미치광이 카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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