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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d Car] 2017년형, 57,000km 뛴 캐딜락 CT6 플래티넘 리뷰

브랜드의 꼭짓점을 맡는 플래그십 세단. 값 비싼 기함 모델에 ‘가성비’를 논한다. 주인공은 캐딜락 CT6다. 시승차는 그 중에서도 최상위 모델인 ‘플래티넘’ 등급이다. 한 때 1억 원에 이르렀던 이 녀석의 현재 판매가는 3,790만 원에 불과하다. 쏘나타 값에 초호화 럭셔리 세단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이야기.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미국판 럭셔리카를 만나보자.

글, 사진 l 이정현 기자

이번에 다룰 차는 캐딜락 CT6다. 과거 DTS의 후속 모델로 보는 사람들도 있으나 이 차는 그보다 윗급이다. 구동방식부터 다르다. CT6는 뒷바퀴 굴림 기반의 럭셔리 세단으로서 벤츠 S-클래스, BMW의 7시리즈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첫 등장은 2015 뉴욕국제오토쇼에서다. 2016년 3월부터 미국 판매를 시작했으며 우리나라는 그해 6월 공식 론칭했다. 시승차는 이듬해 5월 출고됐다. 지금까지의 누적 주행거리는 57,000km. 차주 바뀐 적 없으며 보험 이력은 0원이다. 보디 패널 간 이색은 물론 문콕조차 없다. 문자 그대로 깨끗한 중고차다.

고리타분한 캐딜락 이미지를 벗어 던졌다. LED로 수놓은 날카로운 눈매가 매력적이다. 길쭉한 보디와 차체 곳곳의 크롬 장식도 돋보인다. ‘플래티넘’은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과 20인치 휠로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자칫 과해 보일 수도 있지만 묘하게 잘 어우러진다. 미국판 럭셔리 세단의 전형이랄까.
오래돼 보이지 않는 것도 CT6의 장점이다. 지난해 3월, CT6는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했다. 시승차는 비로소 구형이 되어버렸지만 구식 느낌이 크게 나지 않는다. 사견이지만 도로에서 흔히 보이는 모델이 아니기에 신형이든 구형이든 구분이 잘 안 가는 것도 장점인 것 같다.

인테리어는 질 좋은 소재로 버무렸다. 시트와 대시보드에는 부드러운 가죽을 듬뿍 썼다. 필러와 천장에는 스웨이드까지 발랐다. 원목 소재의 크래시 패드와 리얼 카본도 조화롭다. 구석구석 미국차 특유의 투박함이 남아있지만(이를 테면 알페온과 공유하는 스타트 버튼) 소재들이 고급진 덕에 그다지 눈에 거슬리지는 않는다.

최상위 등급인 ‘플래티넘’으로서 편의장비도 가득 채웠다. 풀 디지털 클러스터는 물론 전석 열선 및 통풍 기능, 마사지 시트, 쿼드존 풀오토 에어컨, 전동 트렁크까지 갖췄다. 스피커는 무려 34개에 달한다. 보스 중에서도 최상급인 ‘파나레이’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돼 풍성한 음향을 자랑한다.

쇼퍼 드리븐 용도로도 제격이다. 가령 뒷좌석 시트는 8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다. 럭셔리카의 상징인 2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무선 헤드셋도 있다. 선 블라인드가 수동식이면 어떠한가. 넉넉한 레그룸과 풍요로운 장비들 덕분에 안락함을 느끼기에 모자람 없다.

보닛 아래에는 V6 3.6L 가솔린 엔진이 자리잡았다. 제원 상 최고출력은 340마력. 터보 엔진이 대세인 요즘 선형적인 파워를 뿜어내는 직분사식 자연흡기 엔진을 얹었다. V6 엔진 특유의 사운드는 귀를 즐겁게 한다. 4,000rpm부터 터져나오는 사운드는 묘한 감동까지 선사한다. 출력 특성은 고급차답다. 경박스럽게 굴지 않고 묵직한 가속을 붙여 나간다. 여기에는 8단 자동변속기의 역할도 크다. 전통적인 토크컨버터식 변속기로서 단수를 오르내리는 과정이 자연스럽다.

GM의 자랑,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도 적용돼 있다. 1/1000초 단위로 노면을 분석해 최적의 승차감을 제공한다. 평소에는 나긋나긋하게 굴다가도 달릴 때에는 하체를 타이트하게 조여맨다. 출시된 지 4년차에 접어들었고 누적 주행거리는 57,000km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하체의 컨디션은 신차 상태와 다를 바 없는 듯하다. 잡소리조차도 일절 들리지 않는다. 다만 타이어의 마일리지가 얼마 남지 않은 탓에 하체 소음이 적잖이 유입된다. 물론 이 마저도 타이어를 교체하면 해결될 일이다.

딱 한 가지가 아쉬운 건 연비다. V6 엔진 얹은 CT6 3.6의 공인 복합 연비는 8.2km/L. 네 바퀴를 굴리는 데다 공차중량이 1,930kg에 이르기에 기름을 많이 먹는다. 직분사식 엔진으로서 연료 품질에도 민감하다. 이 녀석에게는 고급유가 어울린다. 다만 CT6는 기통 휴지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고속도로 항속 주행 시 연료 효율을 위해 실린더가 네 개만 움직인다. 고속 주행 잦은 분이라면 유류비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이다.

시승차의 판매가는 3,790만 원. 신차가가 9,600만 원에 이르렀던 걸 감안하면 감가가 꽤 많이 진행됐다. 그래서 더 끌린다. 미국의 럭셔리 브랜드 캐딜락의 기함을 쏘나타 값에 살 수 있는 거다. 중고차일지언정 깨끗하게 관리된 안팎과 파워트레인의 컨디션도 매력적이다. ‘중고차 시장에 이런 차들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런 녀석을 두고 고민할 이유가 있을까? 가성비 좋은 럭셔리카를 찾는 이라면 놓치지 말아야할 선택지다.

 

취재 협조 : 정성모터스, 070-8840-4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