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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지루한 당신을 위한 특별한 선물, 포드 F-150 FX4 시승기

앞으로 포드의 F-150 FX4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갈 예정이다. 이 차가 미국에서 왜 그리 폭넓은 사랑을 받는지가 하나의 실타래가 될 수 있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이야깃거리가 된다.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살아갈 F-150의 이야기. 간략한 시승기로 그 첫 번째 문을 연다.

글_박영문 편집장, 사진_최진호


포드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모델 둘이 있으니 하나는 머스탱이요, 둘은 바로 F-시리즈 픽업이다. 미드(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할 정도로 포드를 넘어 미국을 대표한다. 그중에서도 F-시리즈 픽업은 미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이다. 포드에게 수익과 가치를 모두 제공하는 유일한 모델인 셈이다. 2014년 미국에서만 75만 대 이상 판매되었고, 포드숍에서 구매할 수 있는 액세서리만도 수백 가지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포드코리아에선 F-150을 국내에 들여오지 않고 있다. 미국과 국내의 소비 패턴이 다르다는 것이 가장 큰 변명. 그도 그럴 것이 국내 픽업 시장의 규모는 월 2,000대 남짓이고, 이 중에서도 수입차 수요는 극히 한정적이다. 미국에서도 물량이 달릴 정도인데 시장성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국내 물량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파듯 공식적으론 F-150을 만날 수 없지만 미국에서 직접 구매해 들여오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한미 FTA로 인해 미국차의 국내 반입이 이전처럼 어렵지 않은 것도 이런 움직임에 도움을 주고 있다. 선택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반길 일이다. F-150처럼 ‘자동차+문화’의 카테고리를 엮을 수 있는 모델이라면 더욱 그렇다. 엔카매거진이 F-150 오너를 찾아 롱텀 시승기를 부탁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으로 그의 입을 통해 전할 생생한 이야기에 앞서 엔카매거진이 경험한 짧은 시승기를 먼저 쓴다.

레저에 어울리는 FX4

시승차는 오프로드 성능을 강화한 2013년형(12세대) F-150 FX4 모델이다. 13세대 F-시리즈에선 별도의 트림이 아닌 각 트림에서 옵션으로 FX4 패키지를 제공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때문에 오리지널 FX4 팬들에겐 12세대가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


포드는 13세대가 나온 지금까지도 12세대 F-시리즈를 새차로 판매하고 있다. 엔트리급인 XL의 판매가가 2만5,025달러(약 2,986만원)인데 FX4의 판매가는 4만570달러(약 4,807만원)나 된다. 같은 F-150 시리즈이지만 값 차이가 소형차 값 정도로 상당하다. 게다가 옵션을 더하면 값이 6천만원 위로 훌쩍 솟는다. 농가의 흔한 짐나르기용으로 쓰이는 모델이 아니란 뜻이다. 그보다는 레저나 오프로드를 즐기는 열정파들이 주로 찾는 모델이다.

휠과 타이어를 업그레이드했다

블랙톤의 카리스마 넘치는 자태야말로 마초남을 자극하는 효과만점 흥분제다. 기본형과 달리 그릴과 도어 핸들, 테일게이트가 보디 컬러와 같다. 5.890mm에 이르는 길이와 큰 키(1,933mm)는 여지 없이 곁에선 차들을 꼬마차로 만든다. 너비도 2,012mm나 된다. 그럼에도 분위기는 묘하다. '투박함'보다는 '스타일'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속된말로 이 차의 뒤엔 으레 ATV나 제트스키를 실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또 커다란 트레일러를 꽁무니에 물려 한 폭의 그림을 완성시키고픈 욕망까지 불러일으킨다.

휠과 타이어는 업그레이드한 상태. 5각형과 별 모양이 어우러진 휠은 오프로드 마니아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자랑하는 ‘FUEL’사의 원피스 타입 중 ‘부스트-D534’라 부르는 휠이다. 여기에 니토 325/60 R20인치 타이어(Terra Grappler)를 끼웠다. 휠과 타이어 모두 퍼포먼스와 디자인에서 호평을 받으며 오프로드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 좋은 제품들이다.

6명도 충분한 실내

넓은 실내는 F-150의 큰 장점. 6명이 편히 탈 정도다. 큰 덩치가 고스란히 실내에서 느껴진다. 국산 픽업에서 단점으로 지적받아온 2열의 부족한 레그룸도 남 이야기다. 등받이가 약간 곧추선 건 아쉽다. 반면 6:4로 분리된 시트의 아랫부분을 위로 올려 접으면 광활한 공간을 다양하게 쓸 수 있다.


차고가 높아 타고 내리긴 힘들지만, 일단 차에 오르면 맘이 편안해진다. 푹 꺼진 세단의 운전석과는 기분부터가 다르다. 자칫하다가는 도로 위의 난폭자가 될 정도로 운전자를 우쭐하게 한다. F-150의 오너라면 스스로 이런 기분을 다독일 정도의 인성은 기본으로 갖춰야겠다.

값을 생각하면 플라스틱을 비롯한 실내의 감성 품질은 떨어진다. 다행이 이 차의 주 타깃인 마초남들은 이런 것들에 덜 민감하다. 붉은빛의 바늘이 널린 계기판은 아날로그 감성이 충만하다. 이곳을 통해 일반적인 승용차보단 훨씬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테면 구동계의 상황뿐만 아니라 차체가 앞뒤, 좌우로 얼마나 기울어져 있는 지까지 알려준다. 가혹한 주행환경을 고려한 배려다.

손잡이까지 있는 테일게이트 스텝

센터페시아에선 트레일러 브레이크 컨트롤(TBC)과 힐 디센트 컨트롤(HDC) 작동 스위치가 눈에 띈다. TBC는 F-150에 트레일러를 달 경우 F-150뿐만 아니라 트레일러의 브레이크 답력을 최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장치며 HDC는 언덕에서 내려올 때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스스로 안정된 속도를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오프로드 주행을 많이 하는 차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시승차는 5,420달러(약 640만원)짜리 그룹 402A 패키지를 더했다. FX 럭셔리 패키지에 후방카메라와 트레일러 브레이크 컨트롤러, 소니 오디오 시스템을 포함하고 있다. 700W의 서브 우퍼를 달아 육중한 공기를 던져 귀를 때린다. 저음을 즐기는 이들에게 머스트해브 아이템이다. 편의를 위해 듀얼 존 자동 에어컨(DEATC) 옵션도 챙겼다.

작지만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아이디어를 찾는 것도 F-150을 대하는 재미다. 그중에서도 높은 차고를 고려한 테일게이트 스텝이 깊은 인상을 준다. 테일게이트를 열고 가운데를 당기면 ‘스르륵~’ 하며 스텝이 완성된다. 손잡이까지 마련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고 최대 350파운드(약 159kg)까지 버틸 수 있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테일게이트 안쪽으로 밀어 넣어 깔끔하게 정리한다.

FX4의 경우 ‘트레일러 토(Tow) 패키지’가 기본으로 달리지만 시승차는 옵션인 ‘맥스 트레일러 토 패키지’를 달았다. 가장 큰 차이는 사이드미러를 전동으로 접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바깥으로 슬라이딩할 수 있다는 것. 이는 큰 트레일러를 달고 주행할 때 아주 유용한 기능이다. 짐 공간을 확장할 수 있는 배드 익스텐더(bed extender) 역시 많은 F-150 오너들이 고르는 옵션이다.

외모에 어울리는 파워풀한 엔진

2013년형 기준으로 FX4는 V8 5.0L, V6 3.5 에코부스트, V8 6.2L 엔진을 사용하는데 시승차는 에코부스트 버전이다. 최고출력 365마력, 최대토크 58.1kgm로 배기량은 셋 중 가장 작지만, 터보를 붙여 V8 5.0L 이상의 묵직한 펀치력을 자랑한다. 한데 의외로 아이들링의 움직임은 얌전하다. 조금 과장하자면 새색시의 숨소리같이 속삭인다.

그러나 기대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아 실망한 것도 잠시. 가속페달을 힘껏 밟자 늑대의 울음소리를 내며 돌진한다. 거구지만 워낙 큰 토크를 지녀 0-100km/h 가속을 7초 언저리에서 끝낸다. 도로 위의 작은 모래라도 칠라치면 스핀을 일으키며 강력한 파워를 뽐낸다. 튼실한 6단 자동변속기는 엔진의 강력한 토크를 이질감 없이 전달하며 제 역할을 수행한다.

FX4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구동방식은 네바퀴굴림이다. 시승은 자연스레 숲길로 이어졌다. 대시보드의 로터리 스위치를 통해 2H, 4H 그리고 4L로 구동방식을 바꿀 수 있다. 게다가 FX4는 태생적으로 오프로드 주행에 특화된 모델로 전자동 리어 디퍼렌셜 락 장치가 기본이다. 덕분에 뒷바퀴 중 하나가 공중에 뜰 때도 허우적거릴 일이 없다. 돌길이 더 반갑고 골이 깊을수록 쾌감은 더 크다. 짱짱한 타이어와 강력한 엔진은 숲길 주행의 든든한 지원자다. 넓은 폭이 부담스럽지만 나무에 긁히는 생채기를 스트레스 해소용의 보약으로 삼을 정도의 성격이라면 즐거움은 배가 된다.

다만, 강력함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왕성한 먹성은 F-150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평균연비가 5.5km/L 수준이다. 물론 험하게 달린 결과이니 얌전하게 몰면 좀 더 나올 것이다. 경험상 고급유를 넣었을 때와 일반유를 넣었을 때의 출력 차이가 큰 에코부스트 엔진의 특성을 생각하면 유지비 부담은 감수해야 한다.

자동차가 아닌 삶을 아우르다

지금껏 여럿을 시승했지만 F-150 FX4처럼 강한 인상을 준 차는 드물다. 단순히 큰 덩치, 강력한 엔진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그 안의 존재감이 더 크게 와 닿는다. 이 차를 소유함으로써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삶의 방법이 그 좋은 예다. 짐을 옮기는 단순한 것부터 제트스키를 즐기고, 보트를 탈 수 있으며 오프로드를 달려 오지를 경험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많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루한 삶을 바꿀 치료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전문가 평가

79.3
  • 85 파워트레인
  • 75 섀시 & 조종성
  • 70 승차감
  • 85 안전성
  • 80 최신 기술
  • 75 가격 & 실용성
  • 85 기타
박영문

박영문 기자

spyms@encarmagazine.com

부품의 기술적인 결합체가 아닌, 자동차가 지닌 가치의 본질을 탐미하는 감성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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