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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램프 워셔’를 단 진짜 이유, 나보다 남을 위한 배려였어?

유럽에서 건너 온 수입차의 헤드램프 아래를 유심히 보면 작은 홈을 발견할 수 있다. 사각형이 일반적이지만, 가끔 원형으로 된 형태도 있다. 이런 홈은 왜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헤드램프를 깨끗하게 하기 위한 헤드램프 워셔(headlamp washer)다. 평상시엔 꼭꼭 숨어 있다가 와셔를 작동하면 ‘툭’ 튀어나와 최대 50바(bar)에 이르는 고압으로 워셔액을 뿜어 헤드램프의 이물질을 제거한다.

과거엔 작은 와이퍼가 이런 역할을 했지만, 유리로 만들던 헤드램프 커버가 폴리카보네이트로 바뀌면서 스크래치의 위험 때문에 와이퍼 대신 고압의 워셔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왜 모두 달진 않을까?

헤드램프 워셔가 HID 헤드램프에만 달린다는 건 오해다. 종류에 상관없이 2,000루멘(lm) 이상일 경우 법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다만, 보통 황색의 할로겐 헤드램프가 1,500루멘 정도이고 HID 헤드램프는 대부분 2,000루멘 이상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HID만 헤드램프 워셔를 장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 UN 산하의 유럽경제위원회(Economic Commission for Europe)가 ‘ECE R45 6.2.9’를 통해 2,000루멘 이상의 헤드램프(상향등 아니고 주행등 기준이다)를 달았을 때 워셔와 셀프 레벨링 시스템을 장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워셔의 성능까지 기준치를 만족시켜야 한다.

따라서, 2,000루멘을 넘지 않는 25W 이하 버전의 제논램프라면 헤드램프 워셔를 쓰지 않아도 된다. 반면, 할로겐 혹은 LED 헤드램프라도 2,000루멘(lm) 이상을 낸다면 이 기능을 반드시 부착(ECE 국가)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해석하면 유럽차 중에서 헤드램프 와셔를 달지 않은 차는 2,000루멘을 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유럽은 왜 강제로 헤드램프 와셔를 달게 하나?

와셔를 장착하는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커버에 붙은 이물질이 헤드램프의 성능을 떨어뜨리고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이 같은 이유로 눈이 많은 스웨덴에선 1970년부터 90년대 초반까지 모든 차량에 헤드램프 워셔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최근의 경향을 보자면 이는 절반만 맞는 말이다. 앞서 말한 대로 ECE 규정은 2,000루멘 이상부터 헤드램프 와셔를 달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운전자 시야 확보가 주목적이라면 2,000루멘 이하의 헤드램프를 예외로 두지 않았을 것이다. 빛이 약하든 강하든 이물질이 붙으면 성능이 떨구는 건 마찬가지니까.

좀 더 정확한 이유는 오염물질이 빛을 산란시켜 상대방 운전자들에게 눈부심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눈뽕’을 맞아본 운전자라면 잘못된 상대방의 헤드램프 빛이 얼마나 해로운지 알 수 있을 터. 단순히 짜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야를 방해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 특히, 빛이 강할 수록 이런 위험은 커진다. 헤드램프 와셔를 강제하는 이유는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일부 국내 수입차 오너의 경우 주행 중 이 기능을 쓰다 커버를 날린 경험이 있거나 워셔액의 소모가 많다는 이유로 헤드램프 와셔를 비활성화하는 오너들이 있다. 하지만, 헤드램프 와셔의 설치 취지를 생각해 안전과 상대방 운전자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이런 행동은 삼가는 것이 좋겠다.

박영문

박영문 기자

spyms@encarmagazine.com

부품의 기술적인 결합체가 아닌, 자동차가 지닌 가치의 본질을 탐미하는 감성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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