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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속도 60km/h', 표지판을 읽는 자동차 기술

자동차에는 수많은 센서가 있습니다. 그 센서들은 물체를 감지하거나 거리를 파악하는 데 쓰입니다. 대신 적확한 판독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람 눈과 같은 역할까지는 기대하기 힘든 것. 이 때문에 센서와 더불어 카메라를 쓰기도 합니다.

카메라는 사각지대를 보여주거나 차선을 확인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를 응용해 차로 이탈 경고와 유지 보조 기술에 쓰이지요. 나아가 도로 표지판을 인식하고 알려줄 수 있습니다. 이로써 안전 운전에 도움을 주는데요. 예를 들어 제한속도나 진입금지 등의 표지판을 인식하고 그 정보를 계기판에 띄웁니다. 맵 데이터를 주로 활용하는 국산차 오너들에게는 조금 생소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의 독일 브랜드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이 기술을 양산차에 도입했다는 사실.

(#. 표지판 인식 기능은 2008년 복스홀 인시그니아로 출발했으며, 2009년 7시리즈와 S-Class 도입)

독일 3사, 그리고 볼보

표지판 인식 기능은 이른바 독일 3사가 대표적입니다. 그중 메르세데스-벤츠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메르세데스는 트래픽 사인 어시스트, 줄여서 TSA로 부릅니다. 차 내 사용자 메뉴에서는 '교통 표지판 어시스트'로 찾을 수 있습니다. 이 기능에는 표지판을 인식하는 카메라가 필요합니다. 대게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가 포함되어야 하죠. 다만 연형에 따라 기능이 비활성화되어 있기도 합니다.

카메라는 대부분 윈드실드 상단에 달립니다. 이걸로 제한속도, 진입금지, 공사중 등의 각종 표지판을 인식합니다. 감지한 정보는 내비게이션 정보와 통합되어 계기판 내지 HUD에 표시합니다. 때때로 표시등을 깜박이거나 경고음을 보내 안전운전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볼보는 운전자 지원 시스템에 도로표지 정보(RSI, Road sign information) 기술이 포함됩니다. 볼보는 모델과 등급에 따른 시스템의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기술 방식은 여타 브랜드와 비슷합니다. 먼저 윈드실드 상단 카메라가 도로 표지판을 인식합니다. 그 다음 미리 입력된 데이터와 일치 여부를 비교합니다. 그 정보는 운전자에게 알려줍니다. 볼보 XC90의 매뉴얼을 확인해 보니 예상보다 다양한 표지판을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도로를 운행할 때 볼 수 있는 알림은 제한속도 표시가 대부분인 듯한 느낌이군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Tip. 표지판은 나라마다 전부 다르지 않나요?

국가마다 도로 교통에 관한 법이 상이하므로 도로 표지판도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1968년 '도로 표지판과 신호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유럽 31개국을 포함한 52개 국가가 동의했습니다. 이 협약에는 '위험 경고'에서부터 우선 순위, 일반 안내 표지판의 컬러까지 상세히 분류하고 있습니다. 한데 우리나라는 도로 교통에 관해서는 '제네바 협약'에만 가입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다양한 국내 표지판 중에서 유럽차가 인식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볼보가 그저 속도 표지판 정도만 표시할 수 있는 거죠.


자율주행 기술에 필수, 테러에 대한 고민도 동반돼야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표지판 인식 기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자동차가 어떠한 주행 환경에도 유연하게 반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자동차와 사물이 통신하는 'V2X' 기술이 발전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통신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일지라도 차는 스스로 판단하고 주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자동차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눈으로는 '우회전' 시그널만 보인다

그러나 인식할 표지판에 문제가 있다면 어떨까요? 만약 누군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그랬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이런 고민에 대한 실험도 이뤄졌습니다. 미국 워싱턴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특수 가공 스티커를 이용해 표지판을 혼란에 빠뜨리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공격 수법을 RP2(Robust Physical Perturbations)라 부릅니다. 이 공격에 대다수의 차가 혼란에 빠졌습니다. 눈에 쉽게 보이는 공격에 당한 것이죠.

자율주행과 관련된 기술은 오차를 줄이는 게 핵심입니다. 약간의 오류만으로도 사고가 나고 생명과도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금의 인식 기술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다각도로 표지판을 판별해 오류를 줄이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고석연

고석연 기자

nicego@encarmagazine.com

공감 콘텐츠를 지향하는 열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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