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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구리에도 '크럼플 존'이? 측면 충돌에 대비한 안전 기술들

잘 찌그러져야 더 안전하다는 말,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벤츠의 엔지니어였던 고(故) 벨라 바레니가 정립한 ‘크럼플 존’ 이야기입니다. 그는 자동차를 무조건 단단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충돌 에너지가 탑승객에게 전달되기까지의 시간을 늘리면 상해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죠.

이를 바탕 삼아 탄생한 차는 벤츠의 W120(1953년). 그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자동차들은 육군 ‘두돈반’ 트럭과 같았을지도 모릅니다. 과거에는 튼튼한 게 제일 안전하다고 여겼으니까요.

그런데 차체 측면을 들이받히면 어떻게 될까요? 벨라 바레니의 말처럼 잘 찌그러지기만 한다면… 탑승객은 살아남지 못 할 겁니다. 튼튼하면서도 탑승객의 상해는 최소화할 수 있어야겠죠. 자동차 제조사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측면 충돌 피해를 줄이는 몇 가지 안전 기술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볼보 : Side Impact Protection System
볼보는 1991년 출시한 850을 통해 ‘SIPS(Side Impact Protection System, 측면 충격 보호 시스템)’를 선보였습니다. 충돌 시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분산시켜 탑승객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술이죠. B필러, 지붕, 바닥 등 여러 곳으로 에너지가 전달됨에 따라 탑승객에게 전해지는 데까지 시간을 벌 수 있는 것. 넓은 의미에서 측면 크럼플 존에 해당하는 기술입니다.

1994년에는 ‘SIPS 백’을 도입했습니다. 흔히 사이드 에어백으로 일컬어지는 측면 에어백을 볼보가 세계 최초로 선보였죠. 이후 1997년에는 사이드 커튼 에어백인 ‘IC 백’도 개발, 측면 충돌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볼보가 선보인 기술들은 차츰 여러 브랜드로 전파됐습니다. 오늘날에는 필수 안전장비로서 쓰이고 있죠. 안전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볼보답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PRE-SAFE Impulse Side
벤츠의 첨단 안전 시스템 PRE-SAFE. 그 중에서도 ‘PRE-SAFE Impulse Side’는 측면 충돌을 미리 감지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술입니다. 작동 방식이 신선한데요. 충돌이 예상되면 창가 쪽 시트 옆구리에 바람을 불어 넣어 탑승자를 5cm 가량 밀어 냅니다. 탑승자는 자연스럽게 실내 중앙쪽으로 밀려나게 되겠지요.

이 역시 측면 크럼플 존을 고려한 안전 기술입니다. 직접적인 충돌을 예방하고 충돌 에너지가 사람에게 닿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벌고자 고안됐습니다. PRE-SAFE Impulse Side가 최초 적용된 모델은 코드명 W213의 10세대 E-클래스입니다. 참고로 국내 출시 분은 주행 보조 패키지 플러스 옵션 선택 시 적용됩니다(입항분에 따라 다를 수 있음).

아우디 : Audi Pre Sense Side
아우디 역시 측면 충돌에 대비한 안전 기술을 선보였습니다 ‘Audi Pre Sense Side’인데요. 교차로 대향차 인식 센서를 활용해 위험 요소를 실시간으로 감지합니다. 충돌이 우려될 경우, 창문과 선루프를 모두 닫고 시트 위치를 변경하는 등 사고에 미리 대비하는 시스템이지요.

특히 시속 25km 이하에서는 액티브 AI 서스펜션을 활용, 측면 서스펜션을 0.5초만에 80mm 가량 들어올립니다. 이로써 탑승객에게 전달되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상체가 실내 중앙부로 움직임에 따라 가슴과 복부 부분의 피해를 50% 정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벤츠의 PRE-SAFE Impulse Side와 비슷한 개념인데 작동 방식은 서로 다른 게 색다르지요.

ZF : Pre-crash External Side Airbag System
우리에게는 변속기 회사로 잘 알려진 ZF도 측면 충돌에 대비한 안전 장비를 내놨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에어백이 차체 외부에서 터지는 방식입니다. ZF에 따르면 외부 에어백을 통해 탑승객에 전달되는 에너지를 4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상용화 된 기술은 아닙니다. 프로토 타입에 불과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해 보이는군요.

현대자동차 : 센터 사이드 에어백
현대자동차는 2019년 센터 사이드 에어백을 개발했습니다. 사고 발생 시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에어백이 펼쳐져 탑승객끼리의 충돌을 예방합니다. 벤츠, 아우디와는 또 다른 방식이지요.

유럽 자동차 제조사 협회 통계에 따르면 측면 충돌 사고 시 탑승자끼리의 충돌이나 파편으로 인한 2차 피해 비율이 45%에 이른다고 합니다. 현대자동차 측 자체 실험 결과 센터 사이드 에어백으로써 머리 상해 80% 가량을 감소 시킬 수 있다고 하네요. 이는 제네시스 GV80에 최초 적용됐습니다. 기아자동차에는 4세대 쏘렌토에 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