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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타이어, 왜 빨간색은 없을까?

타이어는 늘 검은색이다. 1889년 존 던롭이 고무타이어를 만든 이후,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검정’뿐이다. 아주 가끔은 타이어 메이커가 주관하는 행사를 통해 주황색이나 흰색 타이어를 볼 수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실제 도로 위의 차들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실정. 그렇다면 타이어는 도대체 왜 검정 일색일까? 그 이유는 타이어의 구성 요소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타이어는 스틸과 레이온,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그리고 고무 등으로 이뤄진다. 이중에서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타이어 껍데기, 즉 트레드나 사이드 월의 표면은 모조리 고무다. 이 고무는 천연고무와 합성고무가 혼합되어 만들어진다. 타이어가 검은색인 이유는 이러한 합성고무에 ‘카본블랙’이 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카본블랙은 검은색 안료인데, 타이어가 노면과 마찰하면 검은색이 묻어나는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저 색깔을 내는 게 그 역할의 전부는 아니다. 카본블랙은 고무와 접착하려는 힘이 다른 색의 안료보다 훨씬 강하다. 그래서 타이어를 구성하는 고무들이 서로 간에 끈끈한 고리를 갖게 하여 '튼튼한 타이어'가 되게 한다. 결국 카본블랙을 써야 질긴 타이어를 만들 수 있는 것. 이게 바로 우리가 검은색 타이어(카본블랙으로 배합한 타이어)를 쓰고 있는 이유다.

드리프트와 같은 가혹 주행을 할 때는 검은색 타이어가 알맞다

역설하자면, 카본블랙 대신 다른 안료를 쓸 경우 얼마든지 다양한 색깔의 타이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요컨대 흰색 타이어를 만들려면 산화티타늄이나 탄산칼슘 따위의 백색 안료로써 고무를 배합하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안전. 이럴 경우 유색 타이어는 검정 타이어에 비해 고무 결합이 느슨해진다. 고무는 비극성 물질이고, 흰색을 띄는 안료는 극성 물질이기 때문이다. 검정색 안료를 쓸 때는 튼튼했던 타이어가 색깔 하나 바꿨다고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갖는 거다. 따라서 그대가 남 몰래 숨겨둔 유색 타이어가 있다 해도, 고속주행 시나 코너를 급하게 돌 때에는 녀석이 찢어져버릴 수도 있다.

이러한 연유로 드물게 등장하는 컬러 타이어들은 대부분 자전거나 경차와 같은 저출력 모델 전용에 그치고 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컬러 타이어의 내구성은 보장할 수 없는 수준에 머문다. 따라서 자동차의 타이어는 앞으로도 검은색을 띄게 될 것이다. 타이어를 구성하는 고무와 유색 안료 사이의 결합력을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발견되지 않는 한.

정상현

정상현 편집장

jsh@encarmagazine.com

미치광이 카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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