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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회사들은 왜 12V 대신 48V 시스템을 주장할까?

유럽을 중심으로 자동차의 전원이 48V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 벤츠는 지난해 E클래스 쿠페와 카브리올레를 시작으로 물꼬를 텄고 BMW와 아우디, 폭스바겐도 48V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12V를 대신해 48V 시스템을 쓰려는 이유는 뭘까? 우선은 자동차의 전장화를 꼽을 수 있다. 1950년대 중반(그 이전엔 6V를 사용했다)부터 지금까지 12V(대형차는 24V)를 유지했지만, 점차 전기를 사용하는 능동적 안정장비와 스마트 시스템 등이 보편화되면서 12V로는 감당하기 어렵게 되었다.

자동차 전장화에 대한 대응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자동차 전장화 비율은 2020년부터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쯤 되면 자동차를 기계가 아니라 전자제품이라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자동차가 사용하는 전력량은 급속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교과서에서 흔히 보던 공식을 떠올려 보자. '전력 (W) = 전압 (V) × 전류 (A)' 라는 관계가 있다.
전력이 늘어나면 전압을 높이거나 더 많은 전류를 보내야 한다. 전압을 12V로 유지할 경우, 전류가 늘고 이렇게 되면 전선의 굵기도 지금보다 더 굵어져야 한다. 동시에 전기를 사용하는 주요 부품의 크기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

48V 시스템을 사용하면 같은 굵기의 전선으로 4배의 전류를 보낼 수 있다. 4배 만큼의 전류를 쓸 필요는 없으므로 전선의 굵기를 지금보다 가늘게 할 수 있다.

▶ 보쉬의 48V 리튬이온 배터리

같은 이유라면 더 높은 전압을 쓰면 되지 않을까? 여기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고전압은 인체에 상해를 줄 수 있다. 때문에 부가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고 이럴 경우 필요 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 결국, 자동차 회사들은 EU가 규정한 인체에 안전한 전압의 상한선(48V)에서 합의를 본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이보다 더 솔직한 이유는 유럽의 강화된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함이다. 규제에 따라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은 2020년까지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5g/㎞으로 맞춰야 한다. 이를 넘어서면 ‘1g 당 95유로(약 12만 5,394원)×판매대수’의 벌금을 내야 할 처지다. 생존의 문제라 제조사들은 어떻게든 이 기준에 가까이 다가서려 할 것이다.

▶ 델파이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48V 시스템은 이를 해결할 주요 수단이다. 정확히 말하면 48V 시스템을 이용한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주인공이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모터를 결합한 구조다. 이 모터가 필요에 따라서 시동과 회생제동, 엔진 어시스트 기능을 하는데 일반적인 시동 모터보다 큰 전력이 필요하다. 이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48V 시스템이 효과적이다.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스트롱 하이브리드 시스템보다 효과는 크지 않지만, 구조가 간단하고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예컨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100만 원 정도의 비용 증가로 10~15%의 연비 개선 효과와 10%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효과를 낸다. 배출가스 기준에 다가서는데 큰 힘이 된다.

퍼포먼스 향상

48V 시스템은 퍼포먼스 측면에서도 활용가치가 충분하다. 앞서 말한 대로 배선과 주요 부품의 크기를 줄여 차량의 무게를 덜 수 있다. 48V 시스템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 팩은 기존 납축전지보다 훨씬 작고 가볍다. 무게를 줄이면 연비 개선과 함께 운동성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또, 전기 액티브 롤 스태빌라이저와 전동 차량 높이 조절 액추에이터 등 능동적 주행장치를 좀 더 쉽게 구현할 수 있다. 엔진에 모터의 출력을 더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속력도 나아진다.

▶ 아우디 A8의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이렇듯 많은 장점이 있기에 자동차 회사들은 48V 시스템을 확대하려고 한다. 하지만 걸림돌이 있다. 12V 시스템에 맞춰 설계한 기존 부품들을 모두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는 부품업체에게 큰 부담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12V와 48V를 모두 사용하는 구조가 될 것이다. 즉, 부하가 적은 헤드램프, 라디오, 전동 윈도, 도어 록 등은 12V 시스템을 유지하고 움직이는데 직접 관여하는 곳엔 48V를 쓰는 형태다. 12V와 48V를 모두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한 쪽이 고장 나도 움직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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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문

박영문 기자

spyms@encarmagazine.com

부품의 기술적인 결합체가 아닌, 자동차가 지닌 가치의 본질을 탐미하는 감성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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