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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어때?] 2,500만원짜리 SUV와 세단, 둘 중에 뭘 사야 할까요?

이런 고민 한 번쯤 해보셨을 겁니다. 같은 돈으로 세단을 살 건지 SUV를 살 것인지. 고민하는 분께 도움 드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번에 상정한 차량 구입 예산은 2,500만원입니다. 이 돈으로는 중형 세단이나 준중형 크기의 SUV를 고를 수 있습니다. 가만, 왜 급이 다르냐고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2,500만원으로 중형 세단은 살 수 있지만 중형 SUV를 사기에는 모자라거든요. 결국 SUV가 세단보다 비싸서 같은 돈이면 세단 대비 반 체급 정도 아래의 것을 살 수 있는 까닭입니다.


결국 2,500만원짜리 세단 대표 모델로는 현대 LF 쏘나타를, SUV 대표 모델로는 올 뉴 투싼을 데려왔습니다. 둘 다 최신 모델이자 가장 익숙하고, 가장 보편적인 차들이지요. 얘네들은 어디까지나 표본입니다. SUV와 세단에 관해 질문을 던지고, 그 답변을 할 때 이 두 차를 대입해 각자의 가치를 따져 봤습니다. 주로 보디 타입에 따른 얘기들을 논하고 실질적인 평가를 살펴보며 그 차이를 짚어보는 겁니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본인에게 세단이 맞는지 SUV가 어울리는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질문 1, 세단과 SUV의 승차감 차이는 어느 정도일까?

대개 세단의 주행감은 여우털처럼 부드럽습니다. 특히 중형 세단 정도의 무게와 서스펜션 용량을 품게 되면 승차감이 무척 좋아지게 됩니다. 실제로 LF 쏘나타는 작고 큰 요철을 잘 거르며 웬만해서는 균형을 잃지 않습니다. 선대 모델인 YF 쏘나타보다 확실히 좋아졌지요. 시트의 쿠션감과 착좌성도 수준급입니다. 특히 뒷좌석까지 몸을 잘 지지해주는 점이 만족스럽습니다. “승차감 때문에 고급차 탄다”는 소리, LF 쏘나타 앞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투싼의 뒷좌석. 바닥이 판판해 썩 편하지 않습니다

반면 SUV 하체는 뻣뻣합니다. 이따금 쿵쾅거리거나 출렁거릴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태어난 SUV들은 이 부분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올 뉴 투싼만 해도 승차감이 웬만한 준중형 세단에 버금갑니다. 물론 중형차인 LF 쏘나타만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확연하게 떨어지진 않습니다. 다만 2열에서는 1열보다 차이가 살짝 더 벌어집니다. 2열 승차감은 SUV들에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나 마찬가지. 시트 방석 쪽이 평평해 몸이 이리저리 놀고 쿠션감도 뻣뻣합니다. 이따금 뒤쪽 서스펜션이 텅텅거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혼자 탈 상황이 많다면 주저 없이 SUV를 골라도 좋지만, 뒷좌석 활용 빈도가 높고 여기 탈 사람이 승차감에 예민하다면 세단 쪽이 적당하다는 얘기입니다.

질문 2, 세단보다 SUV의 트렁크가 정말 더 클까?

SUV 찬양론의 주된 논리에서 빠지지 않는 게 ‘짐 공간’입니다. “유모차 싣기 편하다”든가 “이케아 쇼핑을 쉽게 소화할 수 있다”는 게 주요 근거로 꼽히지요. 그런데 막상 수치를 살펴보면 그 차이가 별달리 벌어지지 않습니다. 미국 EPA의 데이터를 살펴보겠습니다. 그들에 따르면 LF 쏘나타의 트렁크 공간은 461.5L이고 올 뉴 투싼은 513L입니다. 결국 10% 정도 차이일 뿐이군요.

쓱~ 보기엔 세단의 그것과 다를 바 없지만 시트를 접으면 신세계가 열립니다

그러나 둘 간의 진짜 격차는 공간의 ‘활용성’에서 벌어지게 됩니다. SUV는 리어 시트를 판판하게 접어 트렁크 공간을 틔울 수 있지만 세단은 그렇지 않습니다. 설령 폴딩 시트가 있더라도 입구가 좁아 활용성이 떨어지지요.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올 뉴 투싼의 리어 시트 폴딩 시 공간을 1,503L로 고지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소형 냉장고를 거뜬히 실을 수 있는 수준. 따라서 짐 공간의 ‘확장성’ 내지 ‘활용성’이 중요하다면 세단보다는 SUV가 적당합니다. 그러나 평범한 마트 쇼핑이라든가 4인 가족의 여름 휴가를 소화하는 게 목적이라면 세단으로 충분한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특히 그 세단이 '국산 중형 세단'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질문 3, 세단이 SUV보다 잘 달리나?

네, 이 차이는 여전히 벌어져 있습니다. 포르쉐 카이엔이나 마칸 같은 예외도 있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단연코 세단이 SUV보다 잘 달립니다. 물론 SUV를 세단만큼 빠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때는 세단을 빠르게 만드는 것보다 더 큰 노력이 들어갑니다. 가령 더 비싼 서스펜션과 더 좋은 타이어와 더 강한 엔진을 달아야 하죠. 전면투영면적이 커서 공기저항을 많이 받고 큰 키 탓에 무게중심이 높아 어쩔 수 없는 겁니다. 이건 말 그대로 ‘태생적인 한계’입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상대적’인 평가였습니다. 객관적으로 요즘 SUV는 참 잘 달립니다. 올 뉴 투싼의 엔진 라인업 중 가장 약체인 1.7L 디젤 모델도 시속 180km까지는 거뜬합니다. 코너에서는 시종일관 안정적이고 차분합니다. 결국 이겁니다. “SUV보다 세단이 잘 달리는 건 분명하지만 SUV의 객관적인 달리기 성능도 결코 나쁘지 않다”는 사실.

마지막 질문, 왜 SUV가 세단보다 비싼 건가요?

서두에서 말했듯 SUV는 대체로 세단보다 비싸게 팔립니다. 중형 세단인 LF 쏘나타와 준중형급 SUV인 올 뉴 투싼은 ‘급’이 다르지만 값은 거의 비슷합니다. 요컨대 쏘나타의 주력 등급인 2.0L 가솔린 케어 플러스 모델은 2,496만원이고 올 뉴 투싼의 주력 등급인 1.7L 디젤 모던은 2,465만원에 팔립니다. 투싼의 장비 수준을 쏘나타와 비슷하게 맞출 경우 오히려 투싼이 더 비싸지기까지 합니다. 아랫급 주제에 더 많은 돈을 받다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열 받을 수 있지요.

2016년형 쏘나타의 실내

여기에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쏘나타에 들어가는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보다 투싼에 들어가는 디젤 터보 엔진이 더 비싸다는 것. 요즘의 승용 디젤 엔진에는 값 비싼 커먼레일 시스템과 터보차저가 필연적입니다. 이 부담은 으레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마련이죠. 결국 엔진 가격의 차이 때문에 투싼이 쏘나타와 비슷한 값에 팔리게 되는 겁니다.

이 주장에 대한 근거가 있습니다. 쏘나타 2.0 가솔린 모델의 기본형(스타일)은 2,255만원부터 시작하는 가격표를 달고 있지만 1.7 디젤 스타일은 2,505만원부터 출발합니다. 물론 디젤 모델에는 인조가죽시트가 장비되지만 여기 따른 가격 상승은 20만원도 안 됩니다. 결국 배기량이 더 작을지언정 디젤이 200만원 넘게 비싼 값을 받는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SUV가 왜 비싸냐고 억울해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같은 조건으로 맞추면 상황이 역전될 수 있으니까요.

정상현

정상현 편집장

jsh@encarmagazine.com

미치광이 카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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