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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스 롱텀] 19번째 차, 코리안 86을 출고하다

저는 카마니아입니다. 지금까지 차를 19대나 샀던 게 증거입니다. 그 중 절반 넘는 차가 수동변속기 달고 있었고 대개는 스포츠 성향을 품고 있었습니다. 현대 투스카니와 제네시스 쿠페부터 시작해 미니 쿠퍼(F56)와 BMW 3시리즈(F30), 토요타 86과 포르쉐 복스터(981) 등 대체로 작고 빠른 차를 보유했습니다. 이유는 심플합니다. 그런 차를 좋아하니까. 차 고르는 건 으레 오너 성향이 반영되기 마련이잖아요?


2018 G80

그런데 지난해 6월에 돌연 제네시스 G80을 출고했습니다(이 차에 대한 장기 시승기도 곧 다뤄 볼게요). 잘 타던 포르쉐 복스터를 중고차 딜러에게 팔아버렸고, 무슨 차 살까 고작 이틀 간 고민하다 저지른 행동이었습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이제 스포츠카는 지겹다’고 여겼었습니다. 981 복스터를 2년 6개월 타는 동안 점점 차에 지치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반대 성격의 차를 산 거죠. 돌아보니 이거 미친 생각이었습니다. 막상 G80을 사니까 다시금 스포츠카나 수동변속기 자동차가 너어무 몰고 싶더라고요.

9개월 간 탔던 토요타 86. 그나마 가장 잘 나온 사진

돈 쓸 때는 명분이 있어야죠. 이번 차량 구입의 목적은 ‘서킷 주행’으로 잡아 봅니다. 나아가 2018년 시즌 레이스 참가를 목표로 세웁니다. 2005년에 금호 엑스타 타임 트라이얼에 나간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후계 격인 금호 엑스타 슈퍼 챌린지에 도전합니다. 따라서 일반도로에서의 운전재미는 물론이고 서킷에서도 빨라야 합니다. 아울러 서킷에서는 사고의 가능성이 아주 아주 높은 만큼 수리비도 싸게 먹히는 차를 찾아 봅니다.

당시 수중에 있던 여윳돈은 약 3,000만 원. 애초에는 아주 즐겁던 기억의 토요타 86을 사려 했습니다. 그런데 유지 관점에서 신경 쓰이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트랙 주행처럼 막 굴릴 때 86 같은 수입차 수리비는 정말이지 ‘어마무시’하니까요. 차 값은 비교적 저렴할지언정 86의 부품가는 웬만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웃돕니다.

곱게 빻은 젠쿱. 수리비 고작 80만 원

그렇다면 반대의 예를 볼까요? 제가 작년 여름에 인제 스피디움에서 리버스 스티어로 옆구리를 빻았던 제네시스 쿠페의 수리 견적은 고작 80만원이었습니다. 하체 수리비 20만원, 외판 수리비 60만원, 수리에 걸린 시간은 이틀. 국산차 만세~.

결국 86 따위 잊고 국산차로 눈을 돌립니다. 이때가 2017년 8월입니다.

KIA 마세라팅어

아, 살 차가 없습니다. 스팅어가 마음에 들지만 예산 초과. 사실 이런 품격 있는 고급차를 서킷용으로 쓰는 건 말도 안 됩니다. 결국 돈이 문제네요. 그렇다면 요즘 핫한(그때는 더욱 핫했습니다) 아반떼 스포츠는 어떨까? 게다가 인터넷에서는 “조선 86”이라고 일컬으니 86 대체제로 적절하다 싶었지요. 2,000만 원 정도면 200마력에 6단 수동변속기를 선사하는 가성비 최강의 머신. 예산을 다 들이고도 1,000만 원이 남는 겁니다.

곧장 제게 차를 6대 팔았던 현대차 대리점 팀장께 전화를 걸어 “재고차 있냐”고 여쭈어봅니다.

오, 있다는군요. 그에 따른 할인은 30만 원. 차 자주 바꾸는 제게는 큰 메리트입니다. 이윽고 30분만에 일사천리로 계약. 말이 계약이지 이제는 딜러께서 계약금도 안 받으십니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알아서 다 해주시네요. 신분증도 보내드릴 필요가 없고 번호판 달기 전까진 대면할 일도 없습니다. 차를 한 분께 쭉~ 사니까 이런 장점도 있군요. 그런데 이거 진짜 좋은 거 맞나.

어쨌든 구두 계약을 월요일에, 차는 목요일에 나왔습니다. 이번에 오신 탁송기사님은 6개월 전의 그 분이 아니시네요. ‘또 너냐’는 듯한 표정을 보지 않게 되어 마음이 놓입니다. 대신 차를 내려주시는데 ‘덜그럭’하고 시동을 꺼트리십니다. 역시 “수동변속기 모델로 제대로 출고됐다”며 신경 쓰지 않기로 합니다.

드디어 떨리는 검수의 시간. 사실 저보다 탁송기사님이 더 떠시는 그 시간. 애석하게도 차는 그다지 깨끗하지 않습니다. 재고차로서 그냥 야외에 세워놓았던 까닭이겠지요. 고무 몰딩 쪽에 약간의 흙먼지가 있고, 도장면에는 철분도 보이고, 범퍼 쪽 잔 스크래치도 있네요. 스크래치는 탁송기사님께서 “이거 그냥 지워진다”며 ‘목장갑’ 뒷면에 콤파운드를 퍽퍽 묻히시더니 상남자처럼 지우셨습니다. 아… 내 클리어 코트….

이게 새 차의 도장 상태라니. 쯧

뭐 솔직히 이런 건 상관 없습니다. 무결점의 신차라 해도 한 일주일 타면 생기는 것들이니까. 그런데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조수석 쪽 앞문과 뒷문의 채도가 다른 것. 사진으로 보이시지요? 이러면 타는 내내 신경 쓰인단 말이죠. 사고난 차처럼 여겨지고.

3분 정도 고민했습니다. 돌려 보낼까 말까. 에라이. 결국 인수하기로 합니다. 탁송기사님의 안도하시는 표정을 보니 잘했다 싶습니다. 사실 그를 배려했다기보다 차를 더 기다릴 자신이 없었습니다. 아반떼 스포츠 수동 모델은 계약 후 출고까지 약 1달 걸립니다. 그걸 어떻게 버텨요. 저는 빨리 스포츠 성향의 수동변속기 차를 몰고 싶었거든요. G80만 타니까 왼발과 오른손이 쪼글쪼글 퇴화되는 것 같았다고요!

인수증에 쿨하게 서명하고 차 받자 마자 남산순환로로 향합니다. 한 바퀴 살짝 타보니 노즈가 가벼운 것이 퍽 마음에 듭니다. 엔진 반응도 터보 달린 최신형 자동차 중에서 가장 빠른 축에 들고요. 클러치 페달 감각이 영 어색하긴 한데 이건 몸이 적응하기로 합니다. 페달 배치 상 힐앤토가 쉽게 안 되는 것도 몸이 적응하기로 합니다. 배기음이나 엔진음 등 감성적인 영역의 부족함은 차 값이 싸니 용서하기로 합니다.

영롱한 신품 머플러. 물론 지금은 썩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인생의 현자가 아닙니다. 용서와 적응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에요. 결국 불편들은 돈으로 때우기로 합니다. 힐앤토를 편하게 하기 위한 스포츠 페달을 달았고, KSF 원메이크 레이스용 머플러도 달았습니다. 배기 시스템은 성산 검사소에서 구조변경까지 했습니다. 이제 힐앤토도 쉽게 되고 배기음도 딱 듣기 좋아졌습니다.

이래서 차는 풀옵션을 사야 하는 겁니다

보태어 크루즈 컨트롤도 활성화 시켰습니다. DIY로 운전대 뜯고 스위치만 달아주면 끝. 다만 아반떼 스포츠용은 수급이 힘들어 아이오닉 걸로 장착했어요. 가운데 버튼이 메탈릭한 것만 빼면 아반떼 스포츠 것과 기능 상 동일합니다. 이로써 고속도로에서 오른발의 자유를 얻었습니다(언제는 왼발이 퇴화될 것 같다더니). ‘편함’보다는 운전대 오른쪽 더미스위치가 채워진 데 따른 심리적 만족감이 큽니다.

와, 아반떼 스포츠 예쁘다. 꼭 G70처럼 생겼네

글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아직 할 말은 무척 많은데 말입니다. 일단 여기서 한 번 끊고 가겠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시간에는 무슨 얘길 나눌까요? 우선 1만km 타면서 느낀 점을 쫙 풀어 놓겠습니다. 최대한 단점 위주로 적을게요. 그래야 여러분들이 좋아하니까요. 아울러 레이스 준비 과정도 준비해보겠습니다. 악플도 선플도 모두 환영하니 관심 갖고 봐주세요, 뿌잉뿌잉. 독자 여러분들 잠시만 안녕!

 

정상현

정상현 기자

jsh@encarmagazine.com

미치광이 카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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