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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을 살린 진짜 4인승 쿠페, 메르세데스-벤츠 E400 쿠페 시승기

어여쁜 쿠페 한 대가 봄날에 찾아왔다. 두 개뿐인 문짝은 가슴을 흔들었고, 뒷좌석에 앉아서도 미소는 여전하다. 더이상 무엇이 필요하랴? 글, 사진_ 고석연 기자


국내 수입차 시장의 최강자답게 메르세데스-벤츠는 바늘 하나 들어갈 틈 없이 빼곡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넉넉한 지갑만 준비한다면 나에게 맞는 차 한대쯤은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

지난해 가을, 이 라인업을 더욱 탄탄하게 해줄 모델이 상륙했다. 사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장르의 모델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서야 ‘E’라는 알파벳이 부끄럽지 않은 4인승 쿠페로 탈바꿈했기에 반가움이 남다르다. 뜨겁게 달아오른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만의 매력을 차분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작은 디테일도 섬세하게 살린 외모

주차장에서 마주한 E-클래스 쿠페의 첫느낌은 답답했다. 화사한 봄 날씨와는 맞지 않는 블랙 컬러가 웬 말인가? 하지만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자세히 본 E-클래스 쿠페의 외장은 영롱한 빛이 감도는 다크 그린 컬러였다. 벤츠는 이를 ‘에메랄드 그린(Emerald Green’라 불렀고, 이를 포함한 총 11개의 선택폭이 주어진다.

아우디 A7, 기아차 스팅어를 비롯해 4도어 쿠페 스타일이 대세를 이룬다고 해도 디자인만 보면 2도어 쿠페의 밸런스를 따라오긴 힘들다. 여기에 더욱 유연하게 깎아 내리는 루프라인과 극단적으로 짧은 앞쪽의 오버행, 비대칭적으로 길게 늘린 뒤쪽의 오버행은 E-클래스 쿠페 디자인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E-클래스 쿠페 디자인의 백미는 프레임리스 도어와 사라진 B필러, 뒷쪽 유리를 내렸을 때의 윈도 라인이다. 확실한 개방감은 물론이고, 2열 탑승에도 불편함을 덜어준다.

시승한 E400 쿠페는 AMG 라인을 기본으로 품고 있어, 터프한 전면 범퍼와 펜더를 가득 채운 20인치 전용휠이 포함된다. 특히, 크리스털 광학 LED 리어램프의 중앙 부분은 흩뿌리는 모래알 같은 신비로움을 연출하며, 디자인도 앞선 GLE쿠페보다는 잘 어우러 진다.

이제야 진정한 4인승 쿠페

지난 세대의 E-클래스 쿠페는 C-클래스 기반의 차체로 구설수에 많이도 오르내렸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다르다. 전작보다 길이, 폭, 높이를 각각 100mm, 70mm, 40mm 늘였다. 그중에서도 휠베이스는 2,875mm로 과거보다 115mm 확장했다. 세단에 비해 엔진룸 비중이 많지만 숫자만으로는 그랜저보다도 길다. 덕분에 이제는 성인 네 명이서 장거리 운행이 가능해졌다. 175cm 정도의 남성이 2열에 앉아도 천정에 머리가 닿지 않으며, 무릎도 주먹 두 개 정도의 공간이 남는다. 아이들이 타기에는 더없이 충분하다.

운전석에 앉아 문을 닫으면 시트벨트가 채우기 편하게 전동 슬라이딩 방식으로 미끄러진다. 안전에 유의하라는 경고인 동시에 운전자를 맞아주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시승차의 실내 구성은 카본 느낌이 나는 메탈 웨이브 트림과 블랙 피아노 락커 센터 콘솔, 마키아토 베이지와 에스프레소 브라운 나파가죽으로 조합됐다. 앞의 두 가지는 각기 선택할 수 있고, 가죽은 세트 구성으로 선택의 폭이 넓어 인디비쥬얼에 가깝다.

이전에 경험한 E-클래스 세단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차이점도 눈에 띈다. 세단은 원형 송풍구 안을 가로 타입의 바로 채웠으나, 쿠페는 터빈 블레이드를 형상화해 보다 역동적이다. 중앙에 자리한 개폐 레버도 타원형으로 지금의 상태를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여유로운 출력은 GT의 매력으로 접근

메르세데스-벤츠 E400 쿠페는 V6 2,996cc 가솔린 바이터보 엔진과 9단 자동 변속기로 파워트레인을 꾸린다. 최고 333마력(5,250~6,000rpm)을 네 바퀴에 전달한다.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인 4-matic은 기본 장착이다. 특히, 48.9kg•m의 최대토크는 1,600rpm에서 4.000rpm까지 광범위하게 품어낸다. 덕분에 1.8톤이 넘는 차체를 가뿐하게 컨트롤한다.

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총 4가지의 드라이빙 모드와 추가로 설정이 가능한 인디비주얼을 지원한다. 가속 페달이 가장 민감해지는 스포츠 플러스를 선택하면 칼칼한 배기음이 울리고, 에어 서스펜션으로 차고를 낮춘다. 제원상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는 5.3초라 했지만 추위가 덜 가신 날씨에 P-Zero 타이어가 제 성능을 발휘 못한 탓인지 5초 후반에서 단축시키진 못했다. 대략 70km 구간을 평균 45km/h의 속도로 주행했을 때 연비 게이지는 9.8km/L를 나타냈다. 복합연비 9.3km/L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치였다.

불편한 점도 있다. 에어 서스펜션을 이용한 에어보디 컨트롤이 고속 주행에서는 빛을 발했지만 저속에서는 요철을 걸리 내지 못하고 우당탕 거렸다. 특히, 뒷축에서 전해오는 충격은 시승 내내 거슬렸다. 벤츠에서는 1/100초 단위로 노면을 파악하고, 세 개의 챔버를 활용해 노면을 움켜잡는다고 했지만 실상 그렇지 못했다. 컴포트라는 네이밍 때문에 세단 수준의 높은 기대치 때문일까? 20인치의 광폭 타이어를 탓하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다양한 장비, 학습이 필요할 만큼 방대해

신형 E-클래스에는 세단을 비롯해 쿠페에도 수많은 안전, 편의 장비들이 투입됐다.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 테스트를 위해 대부분의 상황을 연출해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두 가지는 멀티빔 LED 헤드램프와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를 활용한 반자율 주행 기술이다.

무려 84개의 LED로 구성된 헤드램프는 야간 운행에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빛이 춤을 춘다고 표현해야 적당할 만큼 반응이 빠르고 정확하다. 가로등이 드문 도로에서도 더 이상, 상향등을 켜고 끔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84개의 LED가 밖에서 보이진 않는다.

그동안 수많은 브랜드들이 앞다퉈 내놓고 있는 반자율 주행 기술들을 직접 경험해봤다. 그중에서도 메르세데스-벤츠를 최고로 꼽고 싶다. 고속도로에 보다 특화된 현대•기아차의 HDA(Highway Driver Assistant)도 도로나 주변 상황에 따라 편차를 많이 보였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의 주행 보조 시스템은 스티어링 칼럼 좌측의 컨트롤러를 이용해 제어도 손쉽고, 정확도도 매우 높다. 또한, 차선 인식이나 스티어링 보조 시스템의 활성화 상태가 운전자에 직관적으로 전달돼 신뢰도가 매우 높다.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다. 주행 중 위험 상황을 소리와 그래픽으로 경고 후 조치하지 않으면, 스스로 부분 제동에 들어간다. 시승 도중 방향 지시등 없이 차선 변경 중 기능이 작동되었다. 미리 인지하고 있지 않거나 경험해 보지 못하면 급작스런 제동에 운전자가 당황해 2차적인 조작 실수가 이어질 수 있어 기술에 대한 숙지도 필요하다.


Editor’s point 국내 시장에 E-클래스 쿠페는 V6 3L 가솔린 엔진을 얹은 E400과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을 장착한 E220d 두 가지로 나뉜다. 이 둘의 가격차이는 2,200만 원. 어림잡아 준중형차 한 대쯤은 차고에 더 넣어둘 수 있다는 말씀. 디젤을 선택하면 액티브한 배기음과 풀타임 사륜구동 시스템을 포기해야 하지만 4인승 쿠페 고유의 스타일을 유지한 체 더 많이 달릴 수 있다. 에어 서스펜션을 기반으로 한 에어 보디 컨트롤도 그대로다. 이제 선택은 지갑을 열 당신의 몫이다.

전문가 평가

85.7
  • 90 파워트레인
  • 90 섀시 & 조종성
  • 80 승차감
  • 90 안전성
  • 90 최신 기술
  • 65 가격 & 실용성
  • 95 기타(디자인)
고석연

고석연 기자

nicego@encar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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