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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디젤 세단의 정석, 폭스바겐 파사트 GT 시승기

오랜 기간 애를 태운 파사트가 다시 한 번 비상을 꿈꾼다. 풍요로운 공간은 여전했고, 안전 장비들을 꼼꼼히 채비했다.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아야 할 막중한 책임이 그에게 주어졌다.
글, 사진_ 고석연 기자


1973년 주지아로 손에 의해 탄생한 파사트가 8세대를 모델로 진화했다. 정확히 말하면, 첫 공개 후 4년이 지난 이제서야 우리나라 도로를 달릴 수 있게 됐다. 부산모터쇼에서의 첫 만남도 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시간이 말해주 듯 그동안 폭스바겐그룹에 많은 일이 있었다. ‘거두절미’하고 눈으로 바라보는 차가 아닌 도로를 누비는 ‘파사트 GT’를 만나러 한 걸음에 달려갔다.

조금 더 젊어진 중형 세단의 맛

파사트 GT의 얼굴은 아테온, 신형 티구안과 함께 폭스바겐의 새로운 패밀리 룩을 시도한 모델이다. 상단에는 두 개의 수평선이 마스크의 좌측 끝에서 우측 끝까지 곧게 뻗어 훨씬 더 넓게 느껴진다. 수평선 센터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4개의 크롬바로 양쪽의 헤드라이트를 잇는다. 범퍼 하단에도 세 개의 주름이 수평을 이룬다. 대부분의 선이 엇갈리지 않는 디자인으로 일체감이 뛰어나다. 또한, 헤드램프 하단에 급격히 안쪽으로 꺾이는 엣지 부분을 사선에서 바라보면 강렬하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메인 이미지로 고른 것도 이 때문이다.

앞•뒤 오버행을 당기고 휠베이스를 늘려, 고루했던 측면 비율이 다소 개선됐다. 풍성한 면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필요한 캐릭터 라인은 확실하게 날을 세워 여유로운 중형 세단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프레스티지 등급에 채택된 18인치 휠도 이 차의 가치를 10%쯤 올려주는 듯 멋스럽다.

변화 폭은 뒷모습도 크다. 이전 세대 파사트는 동생 격인 제타의 그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테일램프 디자인에 크기만 키워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번 8세대에서는 테일램프의 테두리 선을 날카롭게 정리했다. 번호판의 자리가 아래로 내려가 넓어진 공간에는 사이즈를 키운 ‘VW’ 엠블럼이 위치한다. 이 엠블럼은 위•아래로 회전해 트렁크를 여는 레버와 후방 카메라로 변신한다.

네 명의 성인, 비니지스 세단으로도 충분해

유럽형 파사트 GT는 폭스바겐그룹의 MQB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첫 번째 파사트 모델이다. 길이, 너비, 높이는 각각 4,765mm, 1,830mm, 1,460mm으로 이전보다 길이는 4mm 짧지만, 10mm씩 넓고 낮다. 휠베이스는 앞 •뒤 오버행을 각각 67mm, 13mm씩 줄여 전 세대와 비교해 74mm나 늘인 2,786mm. 2열 레그룸 공간만해도 대략 40mm 확대됐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유럽형 이전 세대 모델과의 비교다.

국내 소비자들은 차체를 키운 북미형 7세대 모델을 접했기 때문에 이번 파사트 GT의 커진 차체를 직접 체감하긴 힘들다. 단적인 예로 7세대 북미형은 길이 4,870mm, 휠베이스 2,803mm로 파사트 GT보다 사이즈가 크다.

다행히 직접 탑승해 본 이번 파사트 GT의 실내공간은 아쉬움을 느낄 수 없다. 사실, 중후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쏘나타 뉴라이즈’보다 길이, 너비가 모두 작지만 실내로 들어가면 그랜저와 비교해도 무방할 정도다.

드라이빙 밸런스, 아주 칭찬해!

폭스바겐 파사트 GT는 직렬 4기통 2.0L 디젤 터보차저 엔진(EA288)에서 뿜는 최고출력 190마력(3,500~4,000rpm), 최대토크 40.8kg•m(1,900~3,300rpm)의 성능을 6단 DSG를 거쳐 두 바퀴, 또는 네 바퀴에 전달한다. 혹자는 언제적 6단 변속기냐 반문할지 모르지만 폭스바겐그룹의 2.0L TDI 엔진과 6단 DSG의 조합은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성능과 효율의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냈고, 오랜 기간 검증도 마쳤다.

시동을 걸자 디젤 특유의 진동이 실내로 전달된다. 가솔린 세단 정도의 정숙성을 기대하기란 무리다. 파사트는 국내에 4천만 원대의 판매되는 디젤 세단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도 아직은 1,000km 정도밖에 운행하지 않은 시승차라 엔진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은 정갈했다. 파사트 GT의 공차중량은 1,566kg으로 예상(?)보다 가벼운 중량 덕분인지 첫 움직임이 상당히 가볍다.

폭스바겐그룹의 이 파워트레인 조합은 저속부터 120km/h 정도까지의 일상 영역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인다. 초반 발진 속도도 우수하며, 추월에서도 매끈하다. 특히나 이런 움직임은 도심 구간에서의 운전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위험 상황을 직면할 가능성을 낮춘다. 하지만 최대토크 발생 시점을 1,700rpm대 까지 낮췄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시속 150km를 넘기자 가속력이 현격히 준다. 예상했던 일이다. 배기량과 중량이라는 물리적인 숫자를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 단, 고속에서의 안정성은 과거 파사트보다 월등히 향상됐다. 물컹 거리던 무릎 대신, 단단히 받쳐주는 댐퍼의 영향이 크다. 요철 구간을 지날 때도 세련된 감각을 전달한다.

시승차는 2.0 TDI 프레스티지 모델로 15.1km/L의 복합연비를 나타낸다. 평균속도 28km/h 구간을 40km 주행했을 때는 15.8km/L의 연료 효율을, 평균속도 66km/h 구간을 50km 가량 운행했을 때는 19.2km/L의 결과를 보여줬다. 모두 드라이빙 모드는 ‘ECO’로 주행했으며, 연비운전에 집중하지 않고 도로에 흐름에 맞춰 테스트를 진행했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는 8.9초가 걸렸다. 네 번의 테스트 평균치인데, 제원상 7.9초의 기록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안전 및 편의장비

파사트 GT에 담긴 첨단 장비들은 기대 이상, 일단 계기판이 화려하다. 아날로그를 대신해 인터랙티브 12.3인치 TFT 디스플레이를 장착했다. 주행을 비롯해 내비게이션 정보를 깔끔하게 표현한다. 막히는 구간에서의 트래픽 잼 어시스트(Traffic Jam Assist) 기능도 유용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을 유지하는 레인어시스트 기능이 더해져 60km/h 미만에서는 앞차를 잘 따라간다. 완전히 정차까지는 지원하지만 다시 출발하려면 가속페달을 살짝 건드려 주어야 한다.

이 밖에도 도심긴급제동, 보행자 모니터링, 다중충돌방지 브레이크 시스템처럼 안전과 직결된 부분들은 등급과 상관없이 기본 채택되어 만족도를 높였으며, 360도 주차뷰, 전동식 파워트렁크,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같은 편의 장비는 라인업별로 차등을 두어 선택의 폭을 넓혔다.


Editor’s point
8세대 파사트 GT는 4,320만 원 엔트리 등급부터 4-모션 5,290만 원까지 가격의 폭이 넓다. 비쌀수록 좋은 건 당연한 이치. 시승차는 5천만 원에서 10만 원이 빠지는 프레스티지 등급이다. 과거 프로모션을 더해 3천만 원 후반대에 파사트를 구입할 수 있는 시대는 물 건너 갔다. 액티브 인포 디스플레이와 파노라마 선루프, 후방카메라를 알뜰히 챙긴 프리미엄(4,610만 원) 등급을 추천한다. 엔트리 모델과의 가격 차이는 290만 원이지만 가치는 그 이상이다.

전문가 평가

83.6
  • 80 파워트레인
  • 85 섀시 & 조종성
  • 85 승차감
  • 90 안전성
  • 85 최신 기술
  • 80 가격 & 실용성
  • 80 기타(디자인)
고석연

고석연 기자

nicego@encarmagazine.com

공감 콘텐츠를 지향하는 열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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