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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포르토피노 이탈리아 현지 시승기, 슈퍼카 or GT

비평가들의 말이 어찌 되었든 간에 캘리포니아 T(California T)는 페라리에게 어느 정도 성공적인 수확을 주었다. 예컨대 10명의 캘리포니아 오너 중 7명은 전에 페라리를 소유하지 않았었다. 쉽게 말해서 새로운 고객을 페라리로 끌어들이는 데 성과를 냈다.

반면에 열광적인 티포시(페라리 팬을 일컫는다)들에겐 순혈 페라리로 인정받기 어려웠다. 그들은 결코 캘리포니아를 페라리 패밀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두 가지 관점에서 캘리포니아의 뒤를 이어 등장한 포르토피노(Portofino)의 지향점이 있다.

일단, 첫인상은 긍정적이다. 새로운 폴딩 루프 기술 덕에 박시한 캘리포니아보다 겉모습이 훨씬 스포츠카처럼 보인다. 밸런스가 좋다. 부츠의 높이를 낮췄고 리어 루프 각도는 날카롭다.

궁둥이에서 575 마라넬로의 향기가 느껴진다. 페라리는 데이토나라고 주장하지만 필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루프를 열었을 때보다 닫았을 때 훨씬 공격적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쉽게 눈에 띄진 않지만, 여러모로 에어로 다이내믹 특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있다. 프런트 휠 뒤쪽에 튜뷸러 형태로 뚫은 구멍은 뜨겁게 달궈진 공기를 빠르게 빼내는 동시에 공기 흐름을 다스리는 역할을 한다. 덤으로 맹숭맹숭하고 긴 도어에 포인트를 준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을 냉각시키기 위한 에어 브리더와 'L'자형으로 굽힌 헤드램프의 끝에 새긴 에어 가이드, 4개의 대형 테일 파이프 사이의 공격적인 디퓨저 등도 이런 역할을 맡는다.

Ferrari-fast

포르토피노는 스티어링 휠에 붙은 페라리 로고가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 100km/h까지 3.5초면 충분하고 200km/h까지는 10.8초의 시간이 걸린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으면 최고 320km/h까지 달릴 수 있다.

3.9L 트윈 터보 V8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비롯해 커다란 그림은 유지했다. 다만, 몇 가지 변화는 있다. 알루미늄 피스톤과 커넥팅 로드를 새로 만들었고 크랭크도 업그레이드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3피스 타입에서 1피스 타입으로 변한 배기 매니폴드다.

독일 메이커들의 V8 엔진과 틀은 비슷하지만 작은 차이가 있다. 예컨대 독일의 경우 실린더 뱅크 사이에 터보를 얹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페라리는 예전 그대로 실린더 밖으로 터보 장치를 두었다. 조금은 낡은 방식이다.

실린더로 들어가는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흡기와 배기계통을 다듬었다. 인터쿨러는 전보다 가볍고 배기 파이프는 더 굵다. 전동식 플랩의 작동 로직도 새롭게 짰다.

신형 엔진은 7,500rpm에서 최고출력 600마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3,000~5,250rpm에서 77.5kgm까지 뿜는다. 최고출력은 캘리포니아 T보다 40마력이나 높지만 토크는 0.5kgm 차이에 불과하다. 똑똑한 로직 덕분에 각 기어에 따라서 최대토크는 적절하게 컨트롤한다. 때문에 운전자는 보통의 경우 지나친 휠 스핀을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7단 듀얼 클러치는 전과 큰 차이가 없다. 그보다는 페라리의 최신 전자식 디퍼렌셜(E-Diff3)에 더 관심이 쏠린다.

Chassis redesign

서스펜션의 스프링은 모두 전보다 강하게 세팅했다. 댐퍼의 액체 안에 수많은 금속 알갱이를 담아 자석으로 감쇠력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포르토피노는 페라리 역사상 처음으로 전동 파워 스티어링을 사용했다. 섀시가 전과 크게 다르다는 걸 알리는 중요한 증거다.

다른 차이도 있다. 플라스틱 언더 트레이를 알루미늄으로 변경했다. 이는 전보다 35%나 스트레스 강성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페라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T보다 80kg이 가볍고 전체적으로 용접 길이가 30%나 줄었다.

Inside line

그러나, 대부분의 포르토피노 구매자들은 이런 변화 따위엔 관심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실내의 개선에 더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최근에 유행하는 풀 디지털 클러스터는 달지 않았다. 페라리 전통에 따라 노란 바탕의 커다란 타코미터가 가운데에서 자리를 지켰다. 그 옆으로 5인치의 디지털 디스플레이 2개를 감쌌다.

대시보드 중앙엔 BMW의 것을 거꾸로 붙인 듯한 10.3인치 터치스크린이 자리한다. 이를 통해 전보다 훌륭한 내비게이션 화면을 보고 다양한 컨트롤을 할 수 있다.

페라리는 새로운 마그네슘 프레임 시트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덕분에 리어 레그룸이 50mm나 확대되었다. 더 작은 윈드 블로커에도 불구하고 톱을 열었을 때 전보다 조용하고 바람도 적게 들이치는 것도 반가운 변화다. 루프는 40km/h 이하에서 열거나 닫을 수 있다. 버튼 하나면 누르면 끝이고 작동시간은 14초에 불과하다.

시트는 488보다 훨씬 드나들기 쉽다. AMG나 아우디 스포츠 모델처럼 특별한 형태로 멋을 부리지 않았음에도 가죽의 질감과 만듦새는 인상적이다. 일단 의자에 앉으면 꽤 안락하다. 결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의 드라이빙 포지션이다. 페달의 위치도 적당하다.

이곳에서 우리가 찾은 거의 유일한 단점은 스티어링 칼럼에 붙인 기어 시프트 패들이다. 손이 크지 않다면 종종 시프트다운이나 업할 때 헛 짓을 할 우려가 있다.

Behind the wheel

엔진은 읊조리며 생명을 불어 넣는다. 이는 성난 야수가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스포츠 모드에선 한층 쿵쾅거린다. 완전히 다른 스토리다. 페라리는 엔진 및 배기 사운드를 3가지 형태로 튜닝했다고 밝혔다. 저회전에선 베이스, 2,500~5,000rpm 영역에선 테너, 그리고 그 이상에선 소프라노 음색을 내도록 말이다.

보통 488과 같은 차에선 저회전의 움직임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엔진의 회전수를 한껏 올리면서 누리게 될 즐거움을 향한 아주 짧은 순간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일리카 성격을 더한 포르토피노의 경우엔 상황이 다르다. 이 경우엔 거치는 과정이 아니라 실전이다. 낮은 회전수에서의 움직임도 상당히 자주 경험하기 때문에 잘 제어할 필요가 있다. 고속주행뿐만 아니라 도심의 출퇴근용으로 사용하도록 컨셉트를 잡았다면 모든 회전수에서 매끄러운 성능을 내야 하는데 포르토피노는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다.

또 다른 아쉬움은 스티어링이다. 페라리는 전보다 피드백이 좋다고 주장하지만 경험컨대 포르쉐의 EPS보다 세련되지 못하다.

만약, 노면이 깔끔하다면 좀 더 나은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지만, 적어도 우리가 경험한 매끄럽지 않은 도로에선 포르토피노의 하체가 완벽히 이상적이진 않았다. 스티어링 감각은 속도에 따라서 적당히 바뀐다. 예컨대 도심에선 가볍고 속도를 높이면 묵직하다. 비슷한 형태로 토크의 분출도 필요에 따라서 제어한다.

포르토피노의 기어 시프트 동작은 명민하다. 컴포트 모드에서 정교하게 들어맞고 스포츠 모드에선 날카롭다. 우리가 찾은 아쉬움은 다운시프트 때 들리는 소리가 차 안보다 밖에서 더 섹시하다는 정도다. 지나갈 때마다 요란한 소리를 낸다.

Supercar or GT?

3가지 다른 드라이빙 모드가 있는데 이는 파워트레인, 서스펜션, 스키트 컨트롤, 스티어링 시스템을 미리 세팅된 프로그램에 따라 제어한다.

댐퍼 버튼을 스티어링 휠에 놓은 건 훌륭한 선택이다. 어떤 드라이빙 모드에서건 이 버튼을 누르면 댐핑만 부드럽게 변경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에선 서스펜션의 댐핑이 너무 강하다. 항상 긴장해야 한다. GT보다는 슈퍼카의 영역에 가깝다. 그렇기에 이 버튼은 아주 쓸모가 있다. 핸들링 측면에선 GT와 슈퍼카 사이에서 꽤 줄타기를 잘했다. 코너 깊숙이 차를 던져도 허둥대지 않고 제대로 라인을 그린다.

이제 결론을 짓자. 이차는 캘리포니아 T보다 훨씬 스포츠카에 가깝다. 더 뛰어난 핸들링과 더 큰 그립을 자랑하며 전자장비의 개입이 적고 웅장한 소리를 낸다. 극한 상황에서 대처 능력도 더 좋다.

반면, GT의 품격은 줄었다. 고속도로에서의 스티어링은 불안하고 저속에선 맛이 덜하다. 데일리카로 운용할 생각이라면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점>

- 캘리포니아 T보다 뛰어난 퍼포먼스
- 동반석 인포 스크린
- 매력적인 루프 라인

<단점>

- 저회전에서 심심한 엔진
- 고속에서의 불안한 직진 주행성
- 스포츠 모드에서 지나치게 단단한 하체

글_Michael Taylor (엔카매거진 파트너, 호주 모터링닷컴 에디터)

전문가 평가

72.9
  • 75 파워트레인
  • 75 섀시 & 조종성
  • 65 승차감
  • 75 안전성
  • 75 최신 기술
  • 70 가격 & 실용성
  • 75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