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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닷지 램 1500 롱 혼, 알고보니 순한 양

픽업트럭은 한 마디로 ‘미국 차’다. 가장 미국적이면서도 보수적인 자동차 분야이며 판매량도 미국에서만 한해 280만 대가 넘게 팔리는 볼륨 시장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해당 국가의 환경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도 픽업트럭은 미국의 전유물로 인정받는다. 그런 픽업트럭 가운데 닷지 램 1500 롱 혼을 시승했다.

첫인상은 크다는 것. 국산 SUV와 픽업에 길들여진 기자의 눈에 닷지 램 1500 롱 혼은 커도 너무 컸다. 6m(5,817mm)에 육박하는 전장, 여기에 버스 운전기사와 운전자 간 눈높이가 엇비슷해질 만큼 높은 1,965mm의 키는 어떤 도로에서 건 ‘튀는 존재’였다.

덩치뿐 만이 아니다. 크롬으로 뒤덮은 전면부 그릴과 범퍼는 눈이 부셔서 제대로 쳐다보기도 힘들 정도. 불쑥 솟아오른 보닛에서 시작해 큰 아치를 그리는 루프 라인은 적재공간에서 뚝 떨어지며 색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볼륨감을 한껏 강조한 측면과 광활한 휠 하우스도 20인치 휠이 무색하게 만들 만큼 큼직하다.

승객공간과 적재공간이 확실히 분리된 이런 부류의 북미형 픽업트럭은 매우 실용적이다. 게다가 수수한 남성의 겸손한 이미지와 더불어 근면하고 검소하며 강인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또 남성들에겐 ‘으르렁~’ 거리는 큰 엔진과 든든한 덩치로 마초적 소유욕을 자극하는 자동차 장르 가운데 하나다.

이번에 시승한 닷지 램 1500 롱 혼은 장르의 특성을 잘 살린 외모와 더불어 ‘롱 혼(Long Horn, 긴 뿔)’이라는 미국 서부 텍사스의 감성을 더하고, ‘램 박스’라는 독립된 적재공간을 뒷바퀴 휠 하우스에 추가한 모델이다. 램 박스는 사냥이나 낚시에 필요한 각종 도구를 적재하는 공간으로 사용한다.

뒷모습은 픽업트럭의 정통 그대로 세로형 리어램프와 브랜드 로고, 스텝 플레이트가 있는 수수한 모습이다. 좌우로 쫙 벌린 머플러는 전면과 마찬가지로 크롬 범퍼에 자리 잡았다. 듬직하고 단단함을 강조하는 이런 디자인은 픽업트럭의 남성미를 한껏 부각시킨다.

닷지 램 1500 롱 혼은 터프한 외관을 갖추고 있지만 소비자들 의견을 오랜 시간 반영한 흔적이 눈에 띈다. 적재함과 2열 공간을 이어주는 리어 윈도우의 개방감이나 브레이크 등과 함께 어두운 곳에서 적재공간을 비추는 램프를 따로 추가해 넣었다. 뿐만 아니라 적재함을 오르내리기 쉽게 홈을 파놓았다.

닷지 램 1500 롱 혼 실내는 외관의 뭉툭하고 거친 면과는 달리 포근하고 세밀하게 탑승자를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물론 큰 차체에 맞게 실내도 정말 넓다. 특히 2열은 웬만한 플래그십 세단에 버금갈 만큼 넓고 안락하다. 롱 혼 특별 모델답게 곳곳에 음각이 새겨져 있고, 자수로 고급스러움을 자아낸다.

로터리 방식의 기어노브는 4WD 방식을 조절하는 버튼과 어울려 험로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방대한 수납공간을 거느리고 있다. 짙은 베이지색과 밤색을 조합한 대시보드와 운전대는 전반적으로 굵직한 선과 면을 강조하는 남성적인 면을 강조한다. 반면 세밀하게 디자인한 버튼과 계기판들 그리고 촘촘하게 파들어간 도어 스커프와 도어트림과 수납공간은 포근하고 안락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외관과 마찬가지로 실내 역시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최대한 배려했다. 높이를 고려해 탑승자가 오르내리기 편하도록 손잡이는 곳곳에 배치되었고, 운전자의 발을 넣는 공간까지 세심하게 배려했다. 심지어 한 손으로는 운전대를 그리고 남은 왼팔을 올릴 수 있는 위치마저 완벽하게 계산되어 있다. 한마디로 운전자의 달리는 맛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만들었다는 느낌이 전달된다.

매력 터지는 닷지 램 1500 롱 혼의 달리기

수년 전 미국 출장 때 타봤던 포드 F150의 경험을 믿고 시승에 나섰지만, 한국의 도로는 그때의 기억만큼이나 달랐다. 평소 다니던 남산 소월길을 넘어가며 손에 땀을 쥘 정도였으니 말이다. 다행히 적응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운전석이 높고 시야가 잘 확보된 탓에 차의 곳곳을 확인하기에 좋다. 높고 안락한 이 감정은 마치 무소불위의 권력을 마침내 얻은 듯한 느낌마저 들정도였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센터페이시아의 버튼 이것저것을 눌러보는 여유도 찾았다.

닷지 램 1500 롱 혼의 파워트레인은 5.7L V8 헤미엔진으로 8단 AT와 어울려 최고출력 390마력을 발휘한다. 프레임 타입의 보디와 어울린 가솔린 V8 엔진 파워는 극적 반전을 일으킬 만큼 매끄럽고 안정적이다. 게다가 프레임 타입 특유의 퉁퉁거리는 승차감은 에어 서스펜션이라는 명약 처방으로 보드랍고 차분한 승차감으로 치유되었다.

이 큰 덩치가 요란하게 질주할 만한데도 2L 터보 디젤 일색의 흔한 SUV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조용했다. 8단 변속기도 효율적이어서 어떤 속도에서도 엔진의 힘을 놓치는 일이 없었고, 20인치 휠에 전달되는 가속력은 그대로 체감할 수 있도록 운전자에게 즉각 전달하는 신속함도 갖추고 있었다. 오프로드에서는 온로드처럼 무심해도 될 만큼 기대감을 충족시킨다.

8기통 가솔린 엔진의 가속감은 그야말로 매력적이다. 이토록 큰 덩치를 이리 쉽게 조종할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한다. 당찬 배기사운드와 함께 속도를 더 내라는 듯이 채근한다. 크롬으로 범벅한 앞 머리는 약간 무딘 듯하지만 운전대로 이리저리 돌리는 맛을 잘 살리고 있다. 기울어진 차체는 쉽게 바로잡을 수 있고 어디까지나 운전자가 예상한 그대로 부드럽고 정확하게 움직이는 편이다. 8.1km/L 가솔린 엔진의 연비는 다소 부담스럽지만, 덩치를 생각하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Editor’s Note

운전자에게 닷지 램 1500 롱 혼은 보기와 다르게 ‘순한’ 양이었다. 화려하면서도 포근한 실내는 가솔린 엔진의 부드러운 주행감각과 어울려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 차의 가격은 6,990만 원이다. 큰 덩치와 화려한 스펙, 쓰임새를 생각하면 값도 착한 편이다.

전문가 평가

83.3
  • 85 파워트레인
  • 80 섀시 & 조종성
  • 90 승차감
  • 80 안전성
  • 75 최신 기술
  • 85 가격 & 실용성
  • 88 기타
김경수

김경수 기자

kks@encarmagazine.com

좋은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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