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테스트

> 리뷰 로드테스트 > [아방스 롱텀 Vol.3] 코리안 86으로 즐기는 ‘탕진잼’

[아방스 롱텀 Vol.3] 코리안 86으로 즐기는 ‘탕진잼’

안녕하세요, 바둑이 오너가 또 왔습니다. 예고했던 것처럼 이번 편은 아방스를 서킷에 맞게끔 튜닝한 얘기들로 채웠습니다. 아, 왠지 저 밑에 “돈지랄 한다”는 팩트폭력형 악플이 달릴 것 같은데요. 저도 인정합니다. 실제로 제 소득의 대부분은 차에 들어가거든요. 그래도 자동차와 관련된 일 하는 사람으로서 ‘차에 돈 쓸수록 경험과 지식도 비례해 쌓인다’는 명분을 내세웁니다. 거창하게 말하지 말라고요? 네, 그냥 차가 좋아서 그런 거죠 뭐. 이 차도 타고 싶고 저 차도 갖고 싶고 튜닝도 하고 싶고…, 그래서 연신 지르는 겁니다.

자, 그렇다면 바로 시작할까요? 몇몇 분들의 예상대로 저는 아반떼 스포츠의 ‘하체’를 바꾸는 데에 노력을 쏟았습니다. 구체적으로 바퀴와 서스펜션, 그리고 브레이크 계통을 튜닝했습니다.

넥센이 점보 지우개를 녹여 타이어를 만들었습니다

일단 타이어부터 갈았습니다. 애초부터 저의 선택지에는 하이그립 계열이 올랐습니다. 바둑이가 서킷용 자동차인 만큼 땅을 끈적하게 붙잡는 걸 원했던 것입니다. 이쪽에서는 피렐리 피제로나 미쉐린 PSS 같은 제품이 으뜸. 물론 저는 그런 타이어를 끼울 돈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국산 하이그립 타이어, 그 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넥센 SUR4G를 골랐습니다. 이게 사실 넥센에서는 SUR4G라고 팔지만 정작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설사지’라고 부릅니다. 어감이 참 예쁩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경고등들. 휠 바꾸며 TPMS 센서를 없앤 까닭입니다

설사지의 장점은 끈적한 그립력입니다. 순정 타이어보다 땅을 꽉 붙잡아 코너를 빠르게 돌 수 있다는 겁니다. 단점은 장점을 뺀 나머지입니다. 헤헷. 정말 시끄럽습니다. 처음에 타이어 달고 나오는데 배기음이 타이어 마찰음에 묻혀 버릴 정도더라고요. 좀 지나니 허브베어링 나간 차처럼 ‘웅웅웅웅’ 소리도 납니다. 무엇보다 정말 빨리 닳습니다. 넥센은 이 타이어를 잠자리표 지우개로 만든 게 아니라는 걸 해명해야 할 것입니다. 어쩐지 이름부터 맘에 안 들었어.

 

 

다음으로는 서스펜션입니다. 서스펜션은 큰 고민 없이 고를 수 있었습니다. 현대에서 값 싸고 성능도 무난한 ‘튜익스 댐퍼 스프링 키트’가 나오거든요. 이게 KSF 아반떼 스포츠 컵카들에 기본 적용이라 내구성까지 입증됐습니다. 웬만한 코일오버, 즉 일체형 댐퍼들보다 믿음직스럽다는 평가입니다. 댐퍼와 스프링을 작업하는 김에 앞쪽 댐퍼 상부에 캠버볼트도 박았습니다. 캠버각을 -1.5도 주어 순정보다 ‘안짱다리’가 되게 만든 겁니다. 이렇게 하면 언더스티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대신 평소에 노면을 많이 타고 운전대 반응도 비선형적으로 변하는 게 흠이에요.

‘드디어 순정 대비 약 20% 강해진 스프링 강성, 30% 높아진 댐퍼 감쇠력으로 포르쉐 911 GT3에 버금가는 코너링 스피드를 얻었습니다’라며 말하고 싶었는데, 막상 타보니 그냥 순정이랑 별 차이 없네요. 순정 스프링과 댐퍼도 워낙 탄탄해 운동성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저예요, 마음껏 퍼가세요♡

오히려 승차감이 나빠진 것만 확 느껴집니다. 노면이 안 좋을 때는 동승자가 스카이콩콩 탄 듯 통통 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결정적으로 속도가 빠를 때 주행감이 무서워졌습니다. 댐퍼 감쇠력이 필요 이상으로 높아 순정보다 고속안정성이 나빠진 것. 코너링 성능은 순정과 큰 차이 없는데 승차감과 주행감이 구려졌다니, 회의감이 몰려 오는 순간입니다.

원래부터 빨갛게 나옵니다. 우리 페인트 값 아끼라고

마지막으로 브레이크입니다. 사실 엔케이 RPF1은 림 안쪽이 좁아 끼울 수 있는 브레이크가 별로 없습니다. 이런 연유로 타이어나 서스펜션 고민보다 오랜 시간을 투자해 재고 또 쟀습니다. 고민 끝에 기아 K5 GT 순정에 들어가는 대용량 1P 브레이크 킷을 올렸습니다. 달고 보니 휠과 캘리퍼와의 간격이 빠듯합니다. 다행히 서킷에서도 간섭은 없네요.

깻잎 있으시면 하루만 빌려주세요

K5 GT 브레이크 셋은 디스크 로터 지름이 무려 330mm(아방스 순정은 305mm)이고 메탈 패드를 순정으로 달고 나옵니다. 아반떼 스포츠에는 브라켓 같은 거 없이 완벽 피팅. 한 방의 제동에도 잘 서주지만 반복 제동에서도 지치지 않아 좋습니다. 본인 차량의 제동력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한번 고려해 보세요. 추천합니다.

그런데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무겁다고 소문난 그랜저 XG 2P 브레이크 셋보다 더 무겁다는 사실. RPF1 휠로 전륜 쪽을 경량화한 지 얼마나 됐다고 브레이크로써 ‘중량화’한 격입니다. 이런 삽질이 있나. 서킷 세팅을 향해 요단강을 건넌 바둑이는 이제 산으로 가고 있습니다.

혼자 달렸으니까 내가 1등

그래도 지금까지 벌인 짓들이 완전한 ‘뻘 짓’은 아니었습니다. 타이어 소음이 커졌고 승차감이 나빠졌어도 정말 큰 걸 하나 얻어냈거든요. 바로 랩타임입니다. 완전 순정 상태일 때 인제 스피디움 풀코스 기준 랩타임이 2분 6초 정도였는데 위의 튜닝을 거치자 마자 곧바로 2분 3초 25를 찍었습니다. 타이어에 익숙해지고 자세제어장치를 완전히 끈다면 2분 1초까지는 쉽게 갈 수 있을 겁니다. 이 정도면 엑스타 슈퍼챌린지에서도 중하위권을 노려볼 만합니다. 역시 운전 실력보다는 ‘차빨’이 중요합니다. 흐흐.

여기서 끝나면 재미 없죠? 이 정도로는 ‘탕진잼’이 잘 안 느껴지실 테고요.

뉘예 뉘예 죄송합니다 ㅜㅜ

‘이 구역의 미친X은 나야’라는 마인드로 진짜 ‘뻘 짓’을 벌였습니다. 제가 말했잖아요. 20번째 차를 들인다면 그건 독자 여러분의 탓이라고.

제 인생 두 번째 86이 왔습니다. 코리안 86까지 합하면 세 번째인가

네, 진짜 86을 질렀습니다. 이번 86도 역시나 MT 모델입니다. 현 시점에서 수동 기어박스 달린 수입차를 사다니, 아마 저 만한 미치광이도 없을 겁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보여드릴게요

이제 오리지널 86까지 제 차가 되었습니다. 코리안 86인 아반떼 스포츠와 더욱 좋은 비교가 되겠지요. 학창 시절에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비교는 공통점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86과 아방스는 충분히 비교될 만합니다. 솔직히 어떤 부분에서는 아반떼 스포츠 쪽이 더 낫다는 생각도 듭니다. 참고로 저 ‘현빠’ 아닙니다. 헤. 다음 편에서는 코리안 86과 오리지널 86 얘기를 함께 갖고 오겠습니다. 일종의 롱텀 비교시승기가 되겠네요. 그럼 4편에서 만나요~.

정상현

정상현 편집장

jsh@encarmagazine.com

미치광이 카마니아.

작성자의 다른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