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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기아 더 K9, 반자율주행 매력적이지만 배지가 안티

기아자동차가 2세대 K9의 시승회를 서울 잠실에서 개최했다. 춘천의 한 골프장까지 1시간에 이르는 편도 77km 구간의 짧은 시승코스지만, 성능을 확인하는데는 무리가 없었다. 기아차의 기함(旗艦)인 만큼, 전작의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시켰다기에 직접 확인해 봤다. 결론적으로, 2세대 K9은 ‘신뢰+안락’이라는 테마로 내외관을 개선하고 주행의 기본성능과 더불어 최신형 ADAS 시스템을 적용해 명실공히 ‘기아가 만든 가장 좋은 차’가 됐다.

중후하고 안정적인 디자인

지난 4월 3일 출시한 기아 더 K9(전장 X 전폭 X 전고 5,120mm X 1,915mm X 1,490mm)은 1세대(5,095mm X 1,900mm X 1,490mm)보다 조금 커졌다. 실내 크기를 좌우하는 축거도 기존 3,045mm에서 3,105mm로 늘었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3.3 T-GDI에 마스터스 2 트림에 AWD(250만 원) 등 편의사양이 모두 들어가 구매가가 7,920만 원에 이른다.

기아 더 K9은 글래머러스함을 강조한 1세대의 디자인의 가치를 이어가면서도 속도감과 세부 디자인의 감각을 살렸다. 전후의 램프 디자인 통일감을 강조하고 면과 선의 조화를 매끄럽게 다듬었다.

실내 디자인은 상당히 주목할 만 하다. 전반적으로 운전자 중심으로 감싸는 안락함을 기본으로 각각의 조형미가 살아있다. 가죽과 나무 소재의 감촉도 저렴하다는 느낌이 없고, 버튼의 배치와 조작감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다만 시승시간이 정오였던 터라 AVN 공조 스위치의 빛 반사는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신형 기아 더 K9은 기존 플래그십이 지향했던 쇼퍼 드리븐 성격만을 강조하진 않는다. 오너 드라이빙을 위한 지원이 상당하다. A필러를 다시 설계하고 전면 유리 크기를 기존보다 더 키워 시야가 좋다. 드라이빙 모드도 5가지로 설정할 수 있어 조작의 재미를 더했다.

스티어링 휠과 대시보드에는 무늬목을 더하고 도어 트림에는 가죽 위에 스티치를 가미해 고급스러운 맛을 냈다. 2열에는 쇼퍼드리븐의 성격도 한껏 묻어나는데, 인포테인먼트, 핸드폰 무선 충전. 내비게이션, 시트 조절, 햇빛 가림막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참고로 기아차는 더 K9을 ‘오너드리븐 세단’으로 설정했고, 5.0 퀀텀(9,330만 원)부터는 ‘쇼퍼 드리븐 세단’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만족스러운 드라이빙 성능

기아 더 K9의 파워트레인은 3.3 T-GDI와 8단 AT의 조합이다. 여기에 랙 구동형 MDPS와 가변 기어비 스티어링 휠 그리고 액티브 엔진 사운드를 더했다.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을 내는 이 조합은 스팅어를 비롯해 기아차 퍼포먼스 모델들의 대표 레시피다. 이 위에 기함의 품격을 갖추기 위한 공명음 저감 휠과 후석 샌드위치 패널, 엔진룸 격벽 구조 및 흡·차음재를 더했다. 글러브 박스를 벗겨 안쪽을 살펴보니 흡차음재가 꼼꼼하게 대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횡강성이 전보다 30% 높은 신규 서스펜션과 전자식 상시 4륜구동시스템(AWD)을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 타이어 역시 기존 1세대가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를 썼던 반면 이제는 전 모델에 미쉐린과 컨티넨탈 등의 외산 타이어를 적용한다.

이번 기아 더 K9의 ADAS는 세계 최초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모두 18가지의 반자율주행 기술들이 모여있다. 5가지 주행모드는 별 감흥은 없었지만, 새로운 차로 유지보조 기능 등 ADAS을 이것 저것 써보는 재미는 있다. 필자가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자동차에서도 이 정도의 수준높은 기능을 주진 못했다. 조작의 편의성, 기능의 안정성, 주행의 이질감 개선 등의 거의 모든 부문에서 기존 반자율주행기술의 어떤 모델보다 완숙미가 빼어나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에 놓으면 시트의 사이드 볼스터가 부풀어 오르면서 허리를 잡아준다. 급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는 시승에선 피칭과 롤링이 극도로 억제된 대형세단다운 안정성을 그대로 발휘하면서도 두툼한 토크를 발휘하며 차체를 밀어내주는 호쾌함도 갖추고 있었다. 그와 함께 실내로 들이치는 소음치는 평균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어서 만족감이 컸다.

주목할 만한 점은 속도를 높이는 과정의 매끄러움과 상당한 고속에서도 한번 더 뻗는 맛을 낼 수 있을 정도로 넓은 토크 밴드 탓에 주행의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수입차의 중대형 세단에서 맛 보았던 것으로 기아차에선 처음 느껴본 주행품질이었다. 이 정도라면 GT카를 표방한 스팅어의 풋내를 잡았을 뿐 아니라 제네시스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다.

회전구간이 이어지는 국도에서 조금 빠른 속도로 달려보았는데 차량의 컨트롤 측면에서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는 전반적으로 차체의 밸런스가 중심부로 잘 잡혀있을 뿐 아니라 도로의 거친 파동에도 서스펜션 시스템을 비롯한 하체가 노면을 놓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제동력에서는 중저속에서 거의 완벽한 선형적 제동능력을 발휘했지만 고속에서는 기대에 미치진 못했다.

Editor’s Note

이 차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배지’다. 기아가 아니었다면 엄청난 환호를 받았을 만큼 단단하고 강력하며 멋지게 달린다. 주행내내 ‘새로운 맛’은 없지만 ‘참 맛’은 느껴진다. 내구성에 큰 문제가 없다면 기아차의 맏형 노릇을 충분히 해낼 듯하다.

전문가 평가

87.1
  • 85 파워트레인
  • 90 섀시 & 조종성
  • 90 승차감
  • 85 안전성
  • 95 최신 기술
  • 80 가격 & 실용성
  • 85 기타
김경수

김경수 기자

kks@encarmagazine.com

좋은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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