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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터뷰] 왜 하필 너였을까? 아우디 A3 4만km 사용기

에디터 자동차의 장기 사용기를 소개하는 시간인 셀프 인터뷰, '셀터뷰'의 세 번째 시간입니다. 앞서 우리 편집장이 적었던 셀터뷰는 재미있게 보셨나요? 사실 제가 이번 편을 쓰기로 결심한 건 그의 사용기를 보며 리얼한 스토리에 빠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렇게 할 겁니다. 지금부터 아우디 A3 세단을 4만km 넘게 타면서 경험했던 실 사용기를 가감 없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Q1) A3하면 '폭풍할인'이 떠오르네요. 그때 구입하신 건가요?
얼마 전 떨이(?)에 가까운 판매 때문에 A3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죠. 30%나 싸게 판다는 소문에 비슷한 차를 가진 저도 귀가 솔깃했었는데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만큼은 아니었고 기회를 잡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여튼 저의 애마는 2014년식 2.0 TDI(다이나믹) 모델로 국내에 A3 세단이 판매되기 시작했을 무렵의 초기 모델입니다. 반면 이번에 화제가 된 A3는 페이스 리프트를 거친 신형입니다. 디젤인 제 차와 달리 가솔린 엔진과 7단 DCT를 조합한 40 TFSI 버전이기도 하죠.

이미 론칭 때 보고 반했을 수도

Q2) 아우디 2L 디젤이면 배기가스 조작으로 리콜 대상이 아닌가요?
아닙니다. 국내에 판매된 A3 디젤은 리콜 대상이 아닙니다(화난 거 아님). 저도 이 차를 타며 주변에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중 하나예요. “네 차는 괜찮아? 리콜 받아야 되는 거 아냐?” 이렇게 말이죠. 한동안 스트레스도 느꼈지만 이제는 웃어넘깁니다.

국내에 수입된 아우디 폭스바겐 중 배기가스 문제로 공식 리콜이 진행 중인 2L 엔진은 유로5 기준의 ‘EA189’입니다. A3 디젤에 탑재된 엔진은 ‘EA288’이죠. 조금 업그레이드됐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그래서 마음 편히 리콜받을 심산이었죠. 하지만 아직까지 ‘EA288’ 엔진에 대한 아우디 코리아의 입장은 '리콜이 필요 없다'는 설명. 조작된 프로그램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일을 계기로 중고차 값이 뚝 떨어진 건 사실입니다. 이 덕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 차를 오랫동안 사랑해 줄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가끔 땀 흘리며 손수 샤워를 시키죠

Q3) 왜 하필 A3 세단이었나요?
차를 구입하기로 결심한 2014년. 당시 3가지 정도의 기준이 있었어요. 디젤 세단에 최신 디자인, 그리고 4,000만 원 정도의 예산에서 구입할 수 있어야 했죠. 이렇게 기준을 세우고 어떤 차가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A3, A4, 파사트, i40 살룬, 3시리즈(ED) 정도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A4와 3시리즈는 정말 마음에 들었지만 예산이 부족했습니다. 연식이 조금 지난 중고차는 가능했지만 그걸 사고 싶진 않았습니다.

예산도 예산이지만 최신 디자인이 A3 세단을 선택하게 된 큰 계기 중 하나.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 아우디 패밀리룩을 처음으로 채택한 모델이 A3라고 하지요. 싱글프레임은 이전부터 이어왔지만 기존 모델들은 ‘에지'가 부족했습니다. 이런 아우디 디자인의 단점이 보완되기 시작한 모델이 A3입니다. A3는 해치백에 뿌리를 둔 모델이라는 역사가 무색할 만큼 세단의 디자인도 봐줄 만합니다. 특히, 빵빵한 뒷펜더에 새겨진 칼주름은 자꾸만 손이 가게 만듭니다. 정리하자면 제가 A3 세단을 선택한 계기는 작지만 탄탄하게 잘 빠진 디자인 때문이었습니다.

사람이 안 탔으면 좋겠습니다

Q4) 밖에서 보니 차가 그리 커 보이지 않습니다. 실내 공간은 어떤가요?
차체 크기는 아반떼(AD)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실내 공간은 아반떼보다 열악한 편. 가족차로 아반떼(AD)가 있어 운행할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운전할 때 비슷한 시트 포지션으로 맞추면, 뒷자리의 공간은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아반떼의 뒷자리가 A3보다 훨씬 여유 있었죠. 여기에 A3는 뒤로 갈수록 엎드린 루프 라인으로 천장이 낮습니다. 175cm가 넘는 성인이 타면 머리가 닿죠. 혹시 이 차 뒷자리에 성인이 자주 타야 한다면 말리고 싶습니다. 2열에 누군가 타야 할 일이 1년에 10번 내외인 저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말이죠.

Q5) 디젤이라 연비와 진동이 궁금해요. 4년 된 지금은 어떤가요?
환경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저는 2.0 TDI 유닛을 팔방미인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특히 A3 정도 크기에서는 연비와 성능 사이에서 적절한 조화를 이루기 때문. 국내에서는 폭스바겐 골프가 대표적입니다. 이보다 연비가 좋은 1.6L 엔진도 있지만 2L 엔진이 더 마음에 듭니다. 연비도 시내에서는 13-15km/L 수준이고, 고속도로에 오르면 L당 20km 이상도 달릴 수 있습니다. 4만km를 넘어선 지금도 연료 게이지를 보면 웃음이 납니다. 5만 원 어치를 주유하면 600km 가까이 탈 수 있으니까요.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저는 운행거리가 짧은 편이라는 것. 4년 6개월 동안 43,000km를 주행했으니, 1년에 10,000km도 못 탄 셈입니다. 중간에 출퇴근 거리가 짧아져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된 거죠. 이럴 줄 알았다면 고성능 모델인 S3를 중고로 샀을 겁니다. 당시에 A3 가솔린 모델은 없었으니까요. 디젤 엔진의 태생적 문제점인 진동과 소음은 해가 갈수록 신경에 거슬립니다. 특히, 정차 중에 레버가 'D'에 있으면 곧바로 중립으로 바꾸게 되죠.

Q6) 달리기 실력은 어떤가요?
애초에 차를 고를 때 폭발적인 성능을 바라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속 120km 이내에서의 추월 가속 성능은 염두에 두고 있었죠. 너무 답답한 반응은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간혹 위험한 상황을 쉽게 벗어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A3는 가속 페달에 힘을 크게 주지 않아도 쉽게 속도가 오릅니다. 디젤 엔진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죠. 지금에야 가솔린 터보 엔진이 많지만 당시에는 자연흡기 2.4L 이상의 배기량이 되어야 가능한 움직임입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냐고요?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8초대 초반. 여기까지 무난하되 고속 영역을 넘어서면 속도계의 바늘이 느리게 움직입니다.

내 돈 들여 넣은 아틀란 내비팩

Q7) 이제 보증수리 기간도 지났을 텐데, 잔고장이나 다른 문제는 없었나요?
아우디의 무상보증 서비스는 3년/무제한. 2014년은 아우디가 A3 세단을 국내에 가져온 첫 해였기에 무상 교환 쿠폰도 후했습니다. 3년 동안 엔진오일 4회, 공기정화 필터 2회, 앞 브레이크 패드 1회 교환해 주었죠. 2015년식부터는 정비 쿠폰이 사라졌습니다. 엔진오일과 오일필터만 교환해도 25만 원(공식 서비스센터 기준) 정도 들기에 저는 큰 부담을 덜었습니다.

지금까지 차에 들어간 돈은 보험료와 세금을 빼면 타이어 교환이 전부. 디젤 사태 때 보상의 의미로 받은 100만 원 정비 쿠폰도 그대로 있습니다. 큰 고장만 없으면 앞으로 2년 정도는 소모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미션 오일 교환을 포함해도 말이죠.

(다만 출고 후 아틀란 내비게이션팩과 후방카메라, 블랙박스 작업으로 130만 원이 들었습니다)

Q8) 마지막으로 단점 3개만 콕 집는다면?
첫 번째는 심플을 넘어 단출한 인테리어입니다. 아우디 엠블럼만 달고 있을 뿐 센터페시아에는 없어선 안 될 부품만 붙여놓은 구성입니다. 그나마 터뷸런스 타입의 송풍구와 말랑한 우레탄 소재에 감사할 따름이죠. 시트와 운전대를 제외하면 가죽 소재를 찾아보기 힘든 모델입니다.

두 번째는 열악한 편의장비. ‘뭐가 있었지?’하고 생각해 보니 앞좌석 열선 시트와 운전석 전동 시트, 풀오토 에어컨 정도만 떠오릅니다. 동승석 시트에 등받이 조절용 다이얼 레버는 최악입니다. 사람이 타고 있으면 레버는 좀처럼 돌아가질 않죠. ‘이런 수입차 처음 타본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부분입니다. 대부분 운전석에 앉는 저로서는 통풍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이 간절합니다. 요즘 들어서는 카플레이가 눈에 들어 애프터마켓을 을 찾고 있습니다. 얼마 전 국산 내비게이션 어플이 연동되고 나서부터 생긴 병입니다.

세 번째는 수납공간입니다. 작은차에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컵홀더의 위치만 해도 영 엉성한 게 아닙니다. 공조장치와 변속레버 사이에 있어 컵이 이리저리 치이지요. 그 곳에 스마트폰이라도 두면 여유 공간은 찾을 수 없습니다.

'타고 있는 차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비싼차를 타는 사람을 우러러보자는 의미는 아닙니다. 차주의 성향과 성격, 조금 보태어 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저도 예외는 아닌 듯합니다. 조용한 성격인데, 타고 있는 A3 세단도 특색이 강한 차가 아니니 말이죠.

하지만 저는 자동차가 지녀야 할 근본적인 매력에 홀딱 빠진 듯합니다. 5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잔고장 하나 없이 묵묵히, 그리고 믿음직하게 달려주었으니까요. 아직 얼굴을 마주해도 질리지 않습니다. 저의 콩깍지가 좀 오래가고 있는 편이겠죠? 언제까지 A3와 함께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분명한 건 30대 시작을 함께한 A3를 한 번도 후회해 본 적이 없고, 시간이 지나도 좋은 추억으로 남을 차라는 사실입니다.

고석연

고석연 기자

nicego@encarmagazine.com

공감 콘텐츠를 지향하는 열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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