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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가 아니어도 괜찮아", 렉서스 ES 300h 시승기

신형 ES가 출시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하이브리드 버전만 들어왔습니다. 풀체인지로서 모든 게 새롭지만 정숙성을 강조한 DNA는 그대로입니다. 날카롭게 다듬은 보디와 그릴 디자인은 완성도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글, 사진_ 고석연 기자


한국 수입차 시장은 독일 3사가 점령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변화는 감지되지 않습니다. 이렇듯 독일차 강세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판매량을 이어온 모델이 있습니다. 바로 렉서스 ES입니다. 지난해에는 8천 대 가까이 팔려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ES의 7세대 모델이 출시되었습니다. 렉서스 유일의 앞바퀴 굴림 하이브리드 세단 ES 300h는 여전히 매력적이었을까요?

날을 세운 디자인, 또렷해진 브랜드 정체성

7세대 ES의 외부 디자인은 꽤나 공격적입니다. 첫인상을 좌우하는 그릴과 헤드램프를 뾰족하게 다듬은 이유입니다. 모래시계 형상의 스핀들 그릴은 지금껏 보아온 것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처음 등장 때는 스타워즈 다스베이더 가면을 쓴 듯한 모습이었으니까요. 헤드램프 디자인도 과격합니다. 양 끝 모두를 두 갈래로 나눴습니다. 잔뜩 인상을 찌푸린 눈매이지요.

신형 ES는 TNGA 기반의 GA-K 플랫폼을 활용합니다. 집안 식구인 캠리와도 크게 다르지 않지요. 하지만 앞·뒤로 길이를 늘였습니다. 차체는 길이 4,975mm, 너비 1,865mm, 높이 1,445mm로 이전 세대보다 75mm 길어지고, 휠베이스도 50mm 확대했습니다. 여기에 높이도 5mm 낮아지고, C 필러를 완만하게 눕혀 전체적으로 스포티한 룩을 구현해 냈지요.


운전자 중심의 인테리어 디자인

실내공간은 ES보다 앞서 출시된 플래그십 세단 LS와 공통점이 많습니다. 브랜드 일체감을 높이고 더욱 고급스러워졌다는 이야기. 국내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세단은 센터 스크린을 중심으로 좌우대칭을 이룹니다. 대칭의 축을 실내 가운데에 두면 거주 공간의 전체적인 안정감을 높입니다. 어느 자리에 앉아도 대칭된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ES의 경우에는 운전자의 정면 시선,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을 이룹니다. 보다 운전자 중심적이죠. 높은 센터 터널도 좌우를 분리합니다. 1열에 두 사람이 탑승해도 각각 분리된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목적입니다.

새롭게 짠 렉서스 ES 300h의 인테리어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 정도. 먼저 사용성과 미적 감각 모두를 살린 센터페시아의 레이아웃입니다. 중앙 스크린의 크기를 키웠지만 자주 필요한 기능들은 버튼으로 꺼내어 놓았습니다. 다이얼과 버튼들의 조작감도 확실합니다. 아쉽게도 스크린의 터치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시트를 포함한 곳곳에 두른 가죽의 품질입니다. 최고 등급에는 세미 아드레날린 천연가죽 시트로 업그레이드되지만 일반 천연가죽(럭셔리와 럭셔리 플러스) 시트도 충분히 고급스럽습니다.


시승 모델은 위에서 두 번째인 럭셔리 플러스 등급. 상위 등급인 이규젝큐티브에서 퍼포먼스 댐퍼, 풀 LED 헤드램프, 마크레빈슨 오디오,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 등이 빠집니다. 대신 럭셔리 등급에 없는 HUD와 노이즈 저감 휠, 킥 타입 파워트렁크가 포함되지요. 앞서 다루기도 했지만 경쟁 상대인 BMW 520i와 '가성비' 측면에서 보면 화려한 장비 구성은 아닙니다. 하이브리드 모델이기에 파워트레인 가격을 무시할 수 없고, 높은 연료 효율로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연비와 발진 가속은 기대 이상

파워트레인의 변화는 크지 않습니다. 2.5L 직렬 4기통에 전기 모터를 더했고, 전자식 무단 변속기를 활용합니다. 토요타는 기존 실린더를 개선해 흡기 효율을 높이고 연소실 내의 기류 강화를 통해 빠른 연소를 구현했다고 강조합니다. 합산 시스템 출력은 218마력(hp). 이전보다 15마력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수치에서는 요즘 나오는 2L 터보 가솔린 엔진보다는 뒤처집니다. 도로에 나서기 전까지도 의심을 품었었죠. 하지만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여느 시승차와 같이 시동 버튼을 눌러 차를 깨워도 ES 300h는 조용합니다. 엔진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죠. 덕분에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동안 걸걸한 엔진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됩니다. 본격적으로 도로에 올라 가속 페달에 힘을 주자 바로 엔진이 동력을 전달합니다. 가볍지 않은 차체(1,715kg)를 부드럽게 끌고 나갑니다. 추월 가속도 무난합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는 8초 초반(스포츠 모드).

하지만 연속된 선회구간에서 날렵한 움직임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5m에 가까운 보디에 전륜구동 기반의 동력 설계는 언더스티어를 경험하게 합니다. 여기에 짙은 콤포트 성향의 서스펜션 세팅은 롤을 감당하기에 역부족. 하지만 이 차의 활용 목적을 고려하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입니다.

총 시승 거리는 왕복 180km 정도. 고속 구간은 약 70%입니다. 목적지까지는 연비 체크를 위해 급가속 급제동을 피했습니다. L당 19km 이상을 달렸고 조금만 연비에 집중하면 20km/L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계기판에 연비 게이지를 가렸습니다. 퇴근 시간이 겹쳐 정체가 심해졌고 중간에는 가속력 테스트도 진행했지만 13-14km/L의 결과를 보였습니다.


Editor’s note
본격적인 시승 전날 가볍게 테스트를 마치고, 아침 일찍 나서려는 순간, 50대쯤의 신사분이 다가와 물으셨습니다. "이게 신형 렉서스 맞죠?" 그분은 다양한 렉서스의 세그먼트를 모르셨을 수 있었지만, 확실한 건 이미 ES가 렉서스를 대표하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판매량만 보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맞다고 대답을 드리자 이곳저곳을 구경하셨습니다. "요즘은 렉서스가 벤쓰나 비엠에 비해 처지지 않잖아요?"하며, 흐뭇한 미소를 보이시며 자리를 떠나셨고, 저는 그 질문에 크게 반박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 평가

83.6
  • 90 파워트레인
  • 85 섀시 & 조종성
  • 80 승차감
  • 85 안전성
  • 80 최신 기술
  • 80 가격 & 실용성
  • 85 기타(디자인)
고석연

고석연 기자

nicego@encar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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