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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강한 D세그먼트, 푸조 508 시승기

점점 눈길이 간다. 푸조 뉴 508 얘기다. 8년 만에 새롭게 태어난 508은 스타일 변화가 크다. 보디 형태까지 바뀌었다. 정통 4도어 세단에서 5도어 패스트백이 됐다. C필러를 거쳐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쿠페 실루엣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앞뒤 램프가 주도하는 독창성도 매력적이다. 구형 흔적은 사라졌다.

모범생 같던 얼굴도 이제는 없다. 풀 LED 헤드램프는 내부를 검게 칠해 눈매가 또렷하다. 길게 뺀 보닛이 헤드램프를 살포시 덮는데 이게 실제로 보면 아주 멋지다. 보는 각도에 따라 인상까지 달라진다. 가령 위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에는 얼굴 찌푸린 듯한 느낌이다. 헤드램프 양 끝에는 사자 송곳니를 형상화 한 주간 주행등이 자리 잡았다. 첫인상은 살짝 생소했지만 볼수록 매력적이다. 참고로 뉴 508에 적용된 주간 주행등 디자인은 최근 공개된 208을 비롯한 다른 모델에도 지속 적용될 예정이다. 바꿔 말하면 뉴 508은 푸조의 새로운 패밀리룩을 가장 오랫동안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제원 상 차체 길이는 4,750mm. 국산 중형차(쏘나타 4,900mm)보다 훨씬 짤막하다. 하지만 휠베이스(2,800mm)를 벌려 비율이 좋다. 아울러 기존 대비 차체를 35mm 낮춘 점도 스타일 면에서 긍정적이다. 쿠페 스타일의 루프 라인과 함께 스포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프레임리스 윈도와 C필러 안쪽으로 카본 장식을 입힌 것도 매력 포인트. 기존 508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파격이다. 휠은 17인치부터 19인치까지 마련되어 있다. 시승차는 ‘GT 라 프리미어’로서 19인치 휠을 달았다. 출고 타이어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 스포츠 주행에 어울리는 타이어를 신었다.

뒷모습도 독특하다. 호랑이 발톱을 형상화 했다는 테일램프가 눈길을 끈다. 테일램프 사이는 블랙 하이그로시로 마감해 차체가 넓어 보이는 효과를 주었다. 실제로도 풍채가 좋다. 뉴 508의 전폭은 1,860mm다. 트렁크는 리어 윈도까지 열리는 해치게이트 방식. 트렁크 끝을 말아 올려 다운포스 효과도 노렸다.

실내는 앞서 3008, 5008에서 선보인 아이-콕핏 인테리어를 업그레이드 시킨 모습이다. 위아래가 잘린 스티어링 휠, 피아노 건반처럼 생긴 토글 스위치, 후륜구동차처럼 솟아오른 센터터널이 이색적이다. 운전석 쪽으로 방향을 튼 레이아웃 덕분에 조작성도 훌륭하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은 디자인 뿐만 아니라 시인성까지 챙겼다.

실용성과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컵홀더는 입구가 작아 테이크아웃 커피 두 개를 넣기 버겁다. 휴대폰 무선 충전 장치는 센터터널 아래에 숨어 있어 활용도가 떨어진다. 기어 노브 오른쪽에 마련된 수납공간은 작은 지갑이나 휴대폰만 놓을 수 있을 만큼 비좁다. 고정형 패들시프트도 어색하다. 보태어 스티어링 왼편에 방향지시등 레버와 패들시프트, 크루즈 컨트롤 스위치가 다닥다닥 붙어있어 조작하기에 번거롭다. 플라스틱 소재 마감이 나쁘고 스티어링 칼럼 일부분이 그대로 노출된 것도 차급에 어울리지 않는다.

뒷좌석은 의외로 여유롭다. 뒷좌석 천장이 오목하게 들어간 덕분에 머리 공간이 괜찮다. 바퀴 사이 거리를 널찍하게 벌려 무릎 공간도 넓다. 다만 착좌성이 별로다. 등받이 각도가 세워진 편은 아닌데 허리 쪽이 묘하게 튀어나온 듯한 느낌이다. 시승에 함께한 김현규 PD에 의하면 “배가 튀어나오는 느낌이 든다”고(실제로 그는 배가 나왔음). 또 2열 편의장비는 송풍구와 USB 충전포트, 암레스트가 전부다. 뒷좌석 열선도 없다.

파워트레인은 1.5L와 2.0L 두 가지가 마련되어 있다. 모두 BlueHDi 디젤 엔진이다. 효율을 중시한 8단 AT와 맞물린다. 시승차는 ‘2.0 GT 라 프리미어’로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낸다. 시동 버튼을 눌렀을 때 소리는 다소 거칠다. 운전대와 시트 방석을 통해 잔잔한 진동도 전달된다. 디젤차가 으레 그렇듯 속도가 붙으면 엔진 소음은 줄어든다. 다만 유리창 사이로 풍절음이 적잖이 침입한다.

아이신에서 만든 EAT(Efficient Automatic Transmission) 8단 자동변속기는 문자 그대로 효율을 중시한 세팅이다. 엔진이 만들어낸 힘을 바퀴까지 온전히 전달한다. 고속도로에 올라 제한속도에 맞춰 운전하면 순간 연비는 L당 20km를 가뿐히 넘어선다. 아울러 변속 충격도 거의 없어 주행감이 부드럽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설정하면 제법 맵싸하다. 엑셀러레이터 페달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운전대는 묵직한 느낌을 낸다. 특히 하체가 눈에 띄게 달라진다. 가변 댐핑 기능이 더해진 액티브 서스펜션 덕분이다.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 충격을 안정적으로 받아내는 게 인상적이다. 포장해서 말하면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디젤 엔진이지만 고속영역에서 쉽게 지치지 않는 것도 인상적이다. 효율 중시하던 변속기는 엔진 회전을 적극적으로 높이며 속도를 올리는 데에 집중한다.

하지만 굽잇길에서 운동성은 다소 아쉽다. 정상현 편집장은 “리어가 필요 이상으로 안정적이어서 운전 재미를 반감시킨다”고 말했다. 아울러 “코너 진입 시 언더스티어가 심해 빠르게 달릴 수 없다”고 평가했다.

한편 뉴 508은 첨단 안전장비를 대거 탑재했다. 가장 저렴한 1.5L 알뤼르부터 차로 이탈 방지, 자동 긴급 제동, 오토 하이빔, 사각지대 경고 등을 기본으로 장비한다. 고급형인 GT 라인부터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스탑 앤 고를 탑재했다. 미리 설정한 주행속도 내에서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고 정차 및 재출발까지 지원한다. 보태어 GT 라 프리미어는 나이트 비전을 적용했다. 적외선 카메라로 물체를 감지하는 장비로서 야간에 유용하다. 실제 써보니 인식률도 뛰어난 편이었다.

508의 변화는 긍정적이다. 매력적이기도 하다. ‘무색무취’였던 과거를 떠올리면 변화가 반갑다. 몇 가지 아쉬운 포인트들을 용서할 수 있을 정도로 만족스럽다. 푸조도 이러한 반응을 기대하는 눈치다. 프랑스, 스페인과 더불어 우리나라를 1차 출시국으로 정해 가장 먼저 선보이더니 아시아 최초로 ‘라 프리미어’라는 한정판 모델까지 들이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뉴 508은 3,990만 원부터 시작한다(1.5L 알뤼르). 2.0L 알뤼르는 4,398만 원이며 GT Line 4,791만 원, GT 5,129만 원, 한정판인 라 프리미어는 5,427만 원이다. 가격 경쟁력도 충분하다. 4,000만~5,000만 원 대 스타일 좋은 수입 세단을 찾고 있다면 추천할 만한 선택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