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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제네시스 G70 2.0T는 3.3T만큼 좋을까?

2017년 9월 20일은 제네시스 G70이 나온 날이다. 그때 적잖은 사람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현대가 만든 게 별 거 있겠냐”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틀렸다. 반대로 현대는 옳았다. G70은 현대의 주장보다 도리어 잘 만들어진 것으로 판명됐다. 예컨대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차로 꼽혔다. 시승기마다 호평이 이어졌다. 판매량도 보글보글 올라왔다. 출시부터 지금까지 월 평균 1,200대 넘게 나갔다. 실 판매가 4,000만 원을 훌쩍 넘기는 자동차로서 제법이다. 필자 주변에도 G70을 이미 샀거나, 아니면 실제 구매를 재는 이들이 많다.

필자 역시 G70을 질렀다. 3.3L 트윈 터보 엔진과 후륜구동 조합으로 골랐다. 달리기 성능을 중시한 선택이었다. 예상대로 G70 3.3은 잘 달린다. 아울러 빠르다. BMW M2보다 매끄러우면서도 실제 성능은 얼추 비슷하다. 그러면서도 M2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가성비’ 좋다.

하지만 수요는 2.0T에 집중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출시 첫 해인 2017년에는 G70 전체 판매의 67%가 2.0T였고 18%가 3.3T였다. 2018년에는 G70 전체 판매의 74%가 2.0T였고 3.3T는 15%에 그쳤다. 갈수록 3.3T 판매는 줄되 2.0T는 늘고 있는 것. 3.3T 성능에 대한 평가가 좋지만 자동차세와 연비 등 유지 관점을 중시해 결국 2.0T를 사는 이들이 많다. 그 결정의 과정 속에는 수많은 고민이 숨어 있을 터다.

예컨대 G70 동호회나 카페에서는 “2.0T와 3.3T 중에서 뭘 사야 하냐”는 말이 많다. 댓글은 양 갈래로 찢어진다. 절반은 “2.0T도 충분하다”고 말하며 자신들의 선택에 함께하기를 종용했다. 반대쪽 절반은 3.3T를 추천했다. 논거는 2.0T는 3.3T를 부러워하지만 3.3T는 그렇지 않다는 걸 꼽았다. 아울러 2.0과 3.3간의 실연비 차이가 적다는 걸 내세운다. 과연 어느 쪽의 주장이 옳은 것일까? 우리 편집부는 G70 2.0T H트랙 모델을 500km 정도 시승하며 이를 심판해 보기로 했다.

2.0T와 3.3T 간의 스타일 차이는 외관에서 벌어진다. 2.0T는 헤드램프 속을 반짝거리는 크롬으로 장식한다. 3.3T는 구릿빛 메탈로 치장했다. 그릴과 범퍼 하단, 윈도 몰딩, 문 손잡이의 처리도 마찬가지다. 2.0T의 그것은 은빛 크롬, 3.3T는 묵직한 색감의 다크 크롬을 쓴다.

2.0의 휠은 멀티 스포크 타입의 18인치다. 3.3은 19인치다. 18년형까지는 트윈 스포크 타입이고 19년형부터는 거무튀튀한 5스포크 타입으로 넘어왔다. 머플러 역시 2.0T는 트윈 파이프가 오른쪽에만 달리는데 3.3T는 양 끝에 라운드형 듀얼 파이프를 썼다. 참고로 형제차인 스팅어는 2.0과 3.3 모두 양쪽에 트윈 팁을 단다. 오직 디젤 모델만 한쪽에 파이프를 장비시켰다.

그러나 2.0과 3.3의 차이들은 G70 2.0T에서 스포츠 등급을 고르면 사실상 무의미해진다. 이때는 2.0T의 익스테리어가 3.3처럼 바뀐다(물론 3.3만큼 비싸진다). 대신 19년형 3.3T 전용의 까무잡잡한 5스포크 휠은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내 앞에 달리고 있는 G70의 머플러가 양쪽에 달려 있고 까만 19인치 휠을 달았다면 그 차는 높은 확률로 3.3T일 거다.

시승차는 18년형 2.0T의 중간급(슈프림 등급) 모델이다. 퀼팅 나파 가죽시트를 포함하는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 옵션은 빠졌다. 그럼에도 꽤 럭셔리한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밀크 초콜릿을 바른 듯한 시트로써 분위기를 주도한다. 참고로 이 인테리어는 3.3T 스포츠에서 불가하다. 2.0T만의 전유물이라는 얘기다.

이정현 기자는 2.0T 시승차 문을 열고 이윽고 “오아! 3.3T보다 훨씬 럭셔리한데!?”라며 입방정을 떨었다. 그것도 3.3T를 타는 내 귓등에 대고. 반면 사회생활 경력이 좀 더 되는 고석연 기자는 “할아버지 차 같다”며 2.0T의 실내를 깎아내렸다. 나는 그날부터 고석연 기자를 좋아하기로 했다.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이정현 기자를 운전석에 앉혔다. 그가 시동을 걸었다. G70 2.0T의 보닛 속에는 4기통 2.0L 쎄타 터보 엔진이 들어 있다. 시승차 기준 최고출력은 252마력이다. 수치 상 BMW 330i(4기통 2.0 터보)에 대응한다. 다들 알고 있듯 세타 터보 엔진은 결코 조용하지 않다. 회전수를 끌어올릴수록 죽는다는 소리를 한다. 지금까지 타 본 모든 쎄타 터보 차들이 그랬다. 그런데 처음으로 G70에서 예외의 경우를 보았다. G70은 엔진룸과 실내 간의 방음이 좋다. 이정현 기자는 이 정도면 “그냥 2.0 사도 될 것 같다”고 재빨리 결론을 내려 버렸다.

필자 생각은 조금 달랐다. G70은 정말로 쎄타 터보의 거친 감각을 잘 걸렀다. 그런데 아이들링 때 위잉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보닛 속에 자그마한 진공 청소기를 넣고 최대 풍량으로 돌리는 것 같았다. 이 소리가 한 번 신경 쓰이니까 계속 눈엣가시처럼 굴었다. 이 의견을 이정현 기자에게 설파했더니 마침내 그도 2.0의 NVH가 확실히 떨어지는 것 같다며 굴복했다.

다행히 차를 움직이면 청소기 소리는 이내 잦아들었다. 으레 다운사이징 4기통 터보차들은 6기통 차들보다 엔진 회전을 높게 쓴다. 그래서 기존 6기통 모델에 비해 시끌시끌하게 군다. 한데 G70 2.0은 엔진 회전을 느리게 썼다. 3.3보다 회전이 높아 봐야 고작 200rpm쯤이었다. 가령 평소에 1300~1500rpm에 머물렀다. 회전을 끌어올리지 않기 때문에 실내가 잔잔했고 4기통 특유의 소음과 진동이 거슬리지 않았다. ‘살살 다니는 운전자’ 내지 ‘스포츠 드라이빙을 하지 않는 운전자’라면 2.0T의 NVH 수준에 퍽 만족할 만하다. 예상 밖이었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다만 지금까지의 평가를 근거 삼아 ‘G70은 2.0이 좋다’고 속단하면 곤란하다. 빠르게 달릴 때, 즉 엔진 회전을 높게 쓰면 여지 없이 쎄타 터보 특유의 거친 소음을 수반한다. 이때는 싸구려 엔진을 품었다는 걸 직감할 수 있게 된다. 4,000만 원 넘는 제네시스에서 아반떼 특유의 ‘나 죽어~’하는 소리가 침입한다면 언짢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소리를 비롯한 감성을 중시한다면 G70 2.0T 구매를 조금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편 가속력을 비롯한 동력성에 대한 평가는 시승팀 안에서 엇갈렸다. 마지막까지 우리는 의견 일치에 실패했다. 예를 들어 115마력짜리 미니 쿠퍼 D를 끄는 이정현 기자는 “이 정도면 잘 나간다”고 말했다. 150마력짜리 아우디 A3 디젤 타는 고석연 기자 역시 “천천히 달리는 내게는 충분하다”고 했다. 반면 내 생각은 달랐다. 계측기를 들이 밀지는 않았지만 아반떼 스포츠의 가속감보다 느리게 다가왔다. 동급 모델인 BMW 330i의 호쾌함보다는 320i의 느슨한 가속에 가까웠다.

이윽고 나는 이렇게 말했다. “G70이 가성비 좋다는 말은 3.3에서나 들어맞는 소리야. AMG C43의 성능을 40%쯤 싸게 누릴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2.0T는 해당 없어. 320i 정도의 성능을 낼 뿐인데 실 구매가는 오히려 더 비싸지기까지 하거든.”

이정현 기자가 주억거렸다. 나의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표정-포토라인에 선 공인처럼-을 지어 보였다. 마약 관련 범죄를 지은 듯한 굳은 얼굴의 정현 기자를 다독여야 했다. G70 2.0에 대한 합리화를 전하면 될 일이었다. 이윽고 나는 논리를 새로 세웠다.

“하지만 G70 2.0을 사면 안 된다는 뜻은 아냐. 차에 별다른 관심이 없되 자그마한 고급차를 원하는 이라면 2.0T도 충분해. 아니, 오히려 차고 넘치는 스펙일 수 있지. 생각해 보라고. 160마력 언저리의 자연흡기 엔진 중형차나 200마력짜리 준대형차를 타던 사람은 G70 2.0도 파워풀하다고 느낄 수 있지 않겠어?”

G70 2.0T는 3.3T만큼 폭발적이지는 않다. 3.3T만큼 조용하지도 않다. 하지만 같은 조건(옵션)에서 3.3T보다 400만 원 정도 싸다. 연간 자동차세는 30만 원 저렴하다. 연비가 서로 차이 없다지만 3.3T는 고급유가 필수처럼 여겨지는 반면 2.0T는 그렇지 않다. 5년 이상 장기 보유한다면 더욱 2.0에게 눈길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론은 이거다. 만일 당신이 G70 2.0T를 보고 있는데 3.3T를 함께 고민하는 입장이라면 돈을 좀 더 융통해 3.3T로 가는 걸 추천한다. 3.3T를 기웃거린다는 건 결국 ‘차에 대해 웬만한 관심이 있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반면 G70을 보고 있는데 3.3의 존재에 대해 관심 없고 2.0을 우선하고 있다면 그냥 2.0 사도 좋다. 2.0도 차고 넘치는 힘을 낸다. 도로에서 함께 달릴 평범한 차들보다 가속이 빠르다. 아울러 쎄타 터보 특유의 거친 질감을 제법 잘 숨겼다. 더욱 분명한 것은 G70은 상당히 잘 만들어 졌고, 2.0을 사든 3.3을 사든 간에 퍽 만족할 만하다는 사실이다.

정상현

정상현 기자

jsh@encarmagazine.com

미치광이 카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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