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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70 3.3T, 1만km 사용기

안녕하세요, ‘카탈로그 읽어주는 형들’의 딜러정입니다. 제네시스 G70은 저의 출퇴근용 자동차입니다. 올해 2월에 출고한 뒤 지금까지 1만km 동안 함께했습니다. 매일 같이 분당에서 서울을 왕복했더니 벌써 1만km네요. 그동안 느낀 소감들을 이 공간에 기록해보려 합니다. 읽기 편하도록 G70 타면서 많이 받았던 질문을 적고, 거기에 답변하는 형태로 정리했습니다.
글 l 정상현 기자, 사진 l 이정현 기자

Q1) 어떤 사양으로 선택했는가?
‘카탈로그 읽어주는 형들, 딜러정의 G70 이렇게 사라’ 편에서 추천한 것처럼 골랐습니다. 2019년형 3.3L 트윈 터보, 등급은 엘리트, 후륜구동 모델입니다. 옵션은 와이드 선루프와 브렘보 브레이크를 설정했고 메모리 시트가 포함되어 있는 컴포트 패키지도 더했습니다. 순수 차량 가액은 4,806만 원. 사륜구동과 제네시스 액티브 세이프티를 넣지 않은 까닭에 5,000만 원 언더로 끊을 수 있었습니다. 4,800만원 내면 370마력짜리 FR 자동차를 주다니, 가성비 좋다고 여겨졌습니다.

Q2) H트랙과 액티브 세이프티를 뺀 이유는?
구입 전에 H트랙 사양의 G70 시승차를 타봤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심심했습니다. 언더스티어가 심했고 묘하게 둔중했습니다. 실제로 사륜 버전이 후륜구동형보다 70kg 무겁긴 한데요. 그걸 감지했을 리는 없고… 그냥 기분상 그랬나 봅니다. 여하튼 그 경험으로부터 결국 조금이나마 경쾌한 후륜구동으로 골랐습니다.
인터넷 세상에서 “3.3 후륜구동은 풀액셀 한 방에 스핀해버린다”는 괴담(?)이 돌지만 낭설입니다. G70은 세팅 자체가 언더스티어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후륜 트랙션이 전륜에 비해 강하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염려할 필요 없습니다. 되려 후륜차 맛이 약해서 아쉽습니다. 전에 소유했던 토요타 86이나 BMW M2에 비하면 (과장 살짝 보태서) 사륜구동 같습니다.
액티브 세이프티는 ‘카탈로그 읽어주는 형들’을 녹화할 때 제가 늘 강력 추천하는 옵션입니다. 지금부터 할 말은 공식적으로 처음 밝히는 듯한데요. 솔직히 이런 능동 안전 기술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특히 고출력 차에서는 힘 센 엔진 다루는 권한을 기계에게 주고 싶지 않아요. 비싼 기름 넣고 달릴 수 있는 권리, 독점하고 싶습니다. 드라이버를 위한 차를 표방하는 G70을 타면서 ASCC를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도 ‘Human error’에 대한 이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늘 집중해 운전하려 노력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G70을 사신다면? 여전히 액티브 세이프티를 필수 옵션 리스트에 올리고 싶습니다.

Q3) 기름을 그렇게 많이 먹는다며?
예, 소문대로 많이 먹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에 대한 불만이 없습니다. 370마력 내뿜어주려면 많이 먹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연비는 출력에 반비례하기 마련이니까요. 이전에 출퇴근용으로 탔던 G80 3.3 RWD보다는 L당 1km쯤 잘 나옵니다. 출고로부터 지금까지의 누적 연비는 9.6km/L입니다. 주유 때마다 늘 차계부 앱에 기록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습니다. 아무래도 사륜구동이 아니기 때문에 나름 좋은 연비를 내는 듯합니다. 뭐 이렇게 데이터를 공개해도 “믿을 수 없다”는 댓글이 달리겠지만.
참, 지금까지 고급유만 넣었습니다. 따라서 G80보다 연비가 좋을지언정 주유비는 더 많이 들어갑니다. 그래도 신경 안 씁니다. 느리면서 기름 많이 먹으면 열 받지만 빠르면서 많이 먹으니까 괜찮습니다.

Q4) 고장은 없었는지?
없었습니다. 소소한 문제도 없었습니다. 잡소리조차 없습니다. 설령 고장 나도 걱정 안 합니다. 모든 부품에 대해 5년 또는 10만km 무상 보증되기 때문. 엔진오일을 비롯한 각종 소모품도 무상 교환해주기에 문자 그대로 기름만 넣고 타고 있습니다. 포르쉐는 엔진오일 교환하려면 반나절 맡겨야 했습니다. BMW는 서비스센터 예약이 잘 안 됩니다(불 끄느라?). 메르세데스 벤츠 서비스센터도 썩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다시 전화 준다”더니 잠수 타기도 합니다. 이러한 수입차 특유의 고충을 겪어 보았기에 고장 및 AS 관점에서 만족합니다.

Q5) 그거 그렇게 빨라?
빠르더라고요. 출력이 만족스럽습니다. 고속도로 제한속도 두 배의 영역에서도 거침없이 밀어 붙입니다. ‘아직도 힘이 남았어?’ 싶을 만큼 속도계 바늘을 끌어올립니다. 그리고 나면 왜 계기판에 300km/h 적어 놓았는지 알 거 같아 주억거리게 됩니다. 마치 엔진에 시트만 달아 타고 다니는 기분입니다.
그저 ‘직발’만 빠른 게 아니라 코너에서도 빠릅니다. 다만 앞 타이어 그립이 좀 약합니다. 또 전반적으로 언더스티어 세팅입니다. 그러다 자세제어를 완전히 끄고 한계까지 몰아 붙이면 오버스티어 성향으로 ‘돌변’합니다. 그때는 차를 자연스럽고 예쁘게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M은 드리프트 하는 걸 많이 염두하고 개발한 듯하지만 G70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결국 빠르지만 ‘재미’ 면에서는 후한 평가를 주기 어렵습니다. 아울러 스포츠 세단의 중요 요건 중 하나인 사운드 면에서의 흥미가 없습니다. 개발 중 스포츠 배기를 고려했으나 중역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썰’을 들었는데요. 2세대 모델에서는 사운드 쪽에 대한 고민도 꼭 이뤄졌으면 합니다.

Q6) 뒷자리 좁지 않아?
뒤에 누군가 태우면 이런 일이 생깁니다. 일단 차에 오를 때 “으”하거나 “엑”하면서 힘든 티를 냅니다. 이윽고 좌석에 앉으면 시트가 편하다고들 하죠. 그리고 나서 10분쯤 지나면 “좁긴 좁다”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 다음부턴 “제 차 타고 어디 가자”는 소리 안 합니다. 저는 G70의 뒤에 탈 일이 없으므로 뒷자리가 좁은 게 결국 장점이 됩니다.
결국 ‘편하지만 공간이 좁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트렁크도 협소합니다. 바닥이 높아서 큰 짐은 안 들어갑니다. 3.3T에 기본화 된 전자동 트렁크는 계륵인 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공간적 풍요를 중시한다면 스타렉스를 사는 게 답입니다. 운동장 만한 실내를 품고도 G70보다 2,000만원 넘게 아낄 수 있습니다.

Q7) 오너로서 느낀 단점 세 가지 꼽으라면?
첫째, 디자인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특히 앞 모습이 뭔가 짓눌린 것 같다고 해야 하나. 눈매에 총기도 없어 보입니다. 좀 더 강렬한 인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G20 3시리즈 디자인이 참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저는 디자인 전문가가 아니고, 또 디자인은 개인 취향이기 때문에 가볍게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오히려 인터넷에는 G70 너무 예쁘다고 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제 주변에서도 예쁘다고 말하는 분들이 다수입니다. 아, 인테리어는 크게 호감입니다. 소재도 좋고.


둘째, 운전자 시트가 나쁩니다. 컴포트 패키지 덕에 버킷 조절도 되고 방석 쪽 허벅지 연장도 되는데요. 그럼에도 묘한 불편을 자아냅니다. 몸을 제대로 잡아 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시트 디자인이 예쁘지도 않습니다. 엉덩이 쪽 가죽도 잘 늘어납니다. 경험 상 포르쉐, 볼보, 토요타의 시트 착좌감이 참 좋았고요. 반대로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는 별로였습니다. 물론 G70도 별로인 쪽에 속합니다.


셋째, 지금도 충분히 훌륭하지만 아직 숙성될 여지가 있는 스포츠 세단입니다. 앞서도 말했듯 차가 필요 이상으로 언더스티어 세팅입니다. 물론 브랜드 방향성이나 국내 소비자 성향 상 ‘안정’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3.3T 버전에는 ‘스포츠’라는 수식어가 있는 만큼 더 과감해도 좋을 뻔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운드 면에서의 흥미도 후계차에서는 채워지길 바랍니다.

Q8)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는지
지금까지 25대에 이르는 차를 보유했습니다. 매번 신중한 자세로 차를 골랐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차들 중 70%쯤은 후회로 얼룩졌던 거 같습니다. 잠깐 탈 때는 인상이 좋아서 질렀는데 막상 운용해보면 별로인 차들. 그런 경험 때문에 차를 제대로 알려면 등록증에 내 이름 올리고 최소 몇 달 타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G70은 그 부정적인 70%에 속하지 않습니다. 줄 세웠을 때 포르쉐 981 박스터 다음으로 만족합니다. 자동차 이력 25대 중 2등인 겁니다. 그만큼 좋습니다. 평소엔 G80 수준의 콤포트성을 보장하다가도 달릴 때는 웬만해서 뒤처지지 않는 양면성. 그러면서 값은 5,000만원 언더이고, 유지 관점에서 부담은 0에 수렴합니다. 기름을 처먹는다거나 뒷자리가 작은 건 제게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이 차는 공간이나 연비를 기대해서 산 게 아니니까.
가끔 “G70 다음엔 뭐 살 거냐”는 질문을 받는데요. 떠오르는 차가 없습니다. G70 사이즈의 차가 출퇴근할 때 딱 좋은데 이 정도 퍼포먼스의 라이벌은 8,000만원쯤 줘야 살 수 있거든요. 가령 메르세데스 AMG C43이나 BMW M340i 같은 것. 하지만 출퇴근용 차에 5,000만원 넘게 쓰기는 싫으므로 마땅한 대체재가 없습니다. 결국 G70을 최대한 많이 타다가 2세대 G70 3.3T(그때는 3.5T겠네요)로 넘어갈 거 같습니다 ‘다시 사고 싶은 차’ 내지 ‘후회 없는 차’. 결국 이게 G70을 1만km 타면서 내리는 최종 평가입니다.

별첨) 지적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쉬운 점 ‘10‘
1 세차하고 나서 달리면 사이드 미러에 고여 있던 물이 마구 튐. 튀어 나온 물이 마르면 도어와 유리 쪽에 얼룩 남음. 다른 차들에 비해 유독 물이 많이 고이는 듯.
2 문이 잘 안 닫힘. 여러 번 여닫으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1만km 탄 지금까지도 문이 한방에 안 닫힐 때가 있음.
3 객관적으로 상당히 정숙한 차인 게 사실. 특히 엔진음을 잘 틀어 막았음. 시내에서는 G80과 NVH 차이가 없는 듯. 대신 그 속도를 넘어가면서부터는 하부 소음 침입. 휠하우스 쪽을 타고 소음이 꽤 들어오는 편. 차라리 엔진음을 유입시키고 바닥 소음을 막지.
4 에어컨과 통풍 시트가 썩 시원하지 않음. G80에 비해.
5 사이드 미러가 접히고 펼쳐질 때 모터 소음이 큼.
6 리어 방향지시등에 LED 좀 넣어주지.
7 드리프트 잘 안 됨. 뒤를 일단 돌려도 예쁘게 유지시키기 쉽지 않음. ///M 만세.
8 실내에서 보이는 문짝 창틀 철판 노출(플라스틱 마감재 없음).
9 펜더 갭이 2000년대 초반 차처럼 큼. 그래서 자세가 별로 안 예쁨. G80은 손가락 1.5개 들어갔었던 거 같은데 G70은 3~4개 들어가는 듯.
10 몇몇 사람들이 “그 돈이면 G80 산다”느니 “독일차 사는 게 낫지 않냐”는 따뜻한 충고를 해 주심.

정상현

정상현 편집장

jsh@encarmagazine.com

미치광이 카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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