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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랭글러 오버랜드, 세단 오너도 탈 만한 오프로더


들어가는 말


랭글러 루비콘 시승기가 발행된 지 두 달이 흘렀다. 엔카매거진 편집부는 지프 랭글러를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올렸다. 독보적인 캐릭터라던지 생각보다 괜찮은 상품성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주로 호평이었다.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하나 같이 온로드에서의 주행성을 지적했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도심에서도 탈 만하다. 대신 이 같은 평가에는 ‘나름대로’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비슷한 값의 도심형 SUV와 비교 시 일상에서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게 팩트다.

그래도 대안은 있다. 도심에서 탈 수 있는 랭글러, ‘오버랜드’가 답이다. 우리는 오버랜드를 타고 다시 한 번 시승길에 나섰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번 시승기의 무대도 포장도로다.


오버랜드? 처음 듣는데···


어떤 이들은 오버랜드보다 ‘사하라’라는 네이밍이 익숙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오버랜드는 사하라의 상위 모델이다. 올해 초, 지프 코리아는 스포츠·루비콘 2도어와 전동식 캔버스톱을 단 루비콘 파워탑을 선보이며 4세대 랭글러(코드네임 JL)의 라인업을 완성시켰다.

오버랜드도 이때 함께 출시됐다. 기존 라인업 가운데 ‘도심형 SUV’ 역할을 맡았던 사하라를 바탕으로 첨단 안전 장비를 더했다. 안팎으로 소소한 변화도 거쳤다. 네이밍만 바뀐 게 아니라는 걸 짚고 넘어가야한다.

외형 상 소소한 차이점이 돋보인다. 루비콘의 투박함을 숨겼다. 가령 거뭇했던 루프와 펜더에는 페인트를 입혔다. 헤드램프 테두리와 7슬롯 라디에이터 그릴, 사이드 미러는 회색 컬러로 포인트를 줬다. 바퀴는 한 사이즈 큰 18인치 휠. 여기에 온로드용 타이어를 신겼다. 테일게이트에 붙은 스페어 타이어는 가죽 대신 하드 타입 커버를 씌웠다. 루비콘보다 디테일에 신경을 더 쓴 듯하다.

오버랜드의 외장 컬러는 총 9가지다. 스포츠에 비해 선택지가 하나 더 많고 루비콘보다는 두 개 부족하다. 참고로 시승차는 ‘블랙 클리어 코트 익스테리어 페인트’ 컬러다.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깊은 색감이다.

인테리어는 이전에 시승했던 루비콘 2도어와 같다. 차이점을 꼽으라면 센터페시아 일부분을 가죽으로 마감한 것과 하얀 스티치를 두른 정도. 센터페시아 아래쪽이 허전하게 느껴지는 건 Tru-Rok 전자식 디퍼렌셜 잠금 버튼과 스웨이바 분리 버튼이 빠져서다. 그 자리는 작은 수납공간이 대신하고 있다. 틀린그림찾기 하는 것 같다. 시트는 맥킨리 가죽으로 덮었다. 앞좌석 뒤편에는 시트백 포켓도 마련해놨다.

루비콘 2도어에 비해 뒷좌석 여유로운 건 당연한 이야기. 오버랜드는 사이드 스텝이 기본 제공돼 타고 내리기 편할 뿐만 아니라 2열 송풍구, USB 충전 포트, 230V 전원 아웃렛이 있어 패밀리카로 쓰기에도 괜찮다. 다만 시트의 방석이 짤막하고 등받이 각도가 세워져 있어 오랜 시간 타기 힘들다.

본격적으로 포장도로에서의 주행성을 알아볼 차례다. 파워트레인은 스포츠·루비콘과 공유한다. 2.0L 가솔린 터보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물린 구성. 제원 상 최고출력은 272마력이며 3,000rpm에서 최대토크 40.8kgf·m을 발휘한다.

가속은 충분하다. 출발부터 뿜어져 나오는 토크감이 만족스럽다. 1단에서는 짧은 휠 스핀이 날 정도다. 루비콘 2도어에 비하면 살짝 둔한 느낌이다. 덩치를 키우고 더 큰 신발도 신겼으니 느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부족함은 없다. 일상 용도라면 출력 걱정 안 해도 되겠다.

고속에서는 살짝 갑갑하다. 시속 100km를 넘어 150km/h까지는 지체없이 달린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가속감이 흐릿해진다. 돋보이는 건 고속에서의 정숙성이다. 머드 타이어(MT)를 신은 루비콘은 시승 내내 타이어 소음에 시달렸다. 온로드용 타이어(HT)를 단 오버랜드는 소음으로부터 조금이나마 자유롭다. 오버랜드의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도 소음을 줄이는 데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포장도로에서의 주행 안정성은 랭글러답다. 노면 피드백이 흐릿하고 운전대 중심감이 헐거워 속도를 마음껏 올리기 어렵다. 그래도 루비콘 2도어보다는 낫다. 늘어난 휠베이스 덕분에 코너에서나 요철을 지날 때 거동이 비교적 안정적이다. 세단처럼 즉각적인 반응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거동에 안정을 되찾은 느낌이다.

오버랜드는 주행 편의성도 챙겼다. 특히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유용하다. 속도를 설정하면 앞차와의 간격을 알아서 유지하며 달리는 장비다. 전자식 스티어링 휠이 아닌 탓에 차로 유지 기능은 빠져 있지만 랭글러에 이 정도 편의 장비가 들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보태어 전방 추돌 경고와 제동 보조 시스템을 갖춰 사고 예방성도 끌어올렸다. 선대 모델인 JK는 물론 JL 사하라 시절에도 없던 것들. 구형 오너들의 부러움 살 만한 포인트다.


시승을 마치며…


랭글러 오버랜드 시승을 마치고 트립 컴퓨터를 확인해보니 연비는 100km 당 10.8L를 기록했다. Km/L로 환산하면 L당 9.2km쯤 나온 거다. 공인 연비와 비슷한 수치다(9km/L). 참고로 앞서 시승한 루비콘 2도어는 비슷한 환경에서 8.9km/L를 기록했다. 실제 공인 연비도 루비콘 2도어가 더 나쁘다(8.7km/L).

랭글러 오버랜드의 온로드 주행 평가는 75점이다. 오버랜드는 랭글러만의 캐릭터를 유지하면서도 포장도로에서의 주행성은 끌어올렸다. 거기다가 경제성까지 챙겼다. 2,000cc짜리 가솔린 엔진의 합리적인 자동차세와 루비콘보다 좋은 연비가 매력이다.

오버랜드의 값은 6,140만 원. 이전에 시승했던 루비콘보다 비싸다(루비콘 2도어: 5,540만 원). 결코 저렴한 값은 아니다. 하지만 데일리카로서의 상품성은 그 이상이다. 오버랜드는 랭글러에 꽂힌 이들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