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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SUV 경쟁에 기름을 붓다", XT6 시승기

캐딜락 X6가 국내에 론칭했습니다. 등장은 조용했습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떠들썩해 공개도 온라인으로 대신했지요. 시승회도 단독 드라이빙으로 진행됐습니다. 분위기는 차분했지만 오롯이 차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 덩치 큰 SUV가 유행하는 국내 시장에 XT6는 어떤 무기를 챙겨 전장에 나섰을까요? 직접 살펴보러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주행 전 간단히 외모부터 둘러봤습니다. XT6는 북미 기준으로 풀 사이즈 SUV 범주에 속합니다. 길이와 너비, 높이는 각각 5,050mm, 1,965mm, 1,750mm. 바퀴 축 사이의 거리는 2,863mm입니다. 이해를 돕자면 국내에서 가장 큰 팰리세이드보다 길고(70mm) 좁으며(10mm), 높이는 같습니다. 휠베이스는 37mm 짧습니다. 같은 집안 쉐보레 트래버스보다는 살짝 작은 편이지요.

캐딜락 디자인 특징은 ‘존재감’이라는 키워드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국내 도로에서는 시야에만 들어오면 캐딜락 브랜드를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지요. 이유는 칼날처럼 강인한 직선을 사용한 보디 라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강한 남성의 향기가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캐딜락은 지금, 에스칼라 콘셉트로 시작한 브랜드 최신 디자인 컬러를 충실히 정립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본격적으로 엔진에 숨을 불어 넣었습니다. 이번 시승 코스는 청담 캐딜락 하우스를 출발해 가평 전환점을 돌아오는 편도 55km 정도의 구간입니다. 80% 이상이 고속 구간 코스죠. 왕복 모두 운전대를 잡습니다. 한 번은 고속 주행 위주의 테스트, 돌아오는 길은 일상생활의 운전 패턴으로 승차감과 운전 보조 장비를 실험했습니다.

캐딜락 XT6는 V6 3.6L 자연 흡기 엔진과 9단 하이드라매틱 자동 변속기를 품습니다. 최고 314마력(6,700rpm)의 출력과 38kg·m(5,0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합니다. 이는 국내 소비자에게도 익숙합니다. 앞서 공개된 트래버스와 같은 조합이지요. “그럼 껍데기만 다른 차야?”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트래버스에 없는 똑똑한 전자식 댐핑 콘트롤을 하체에 숨겨두고 있습니다.

캐딜락 XT6는 4가지 주행 모드가 있습니다. 투어, 스포츠, AWD, 오프로드입니다. 시내를 벗어나기까지 투어(Tour) 모드로 운행했습니다. XT6는 전륜 기반 AWD지만 투어 모드에서는 앞바퀴만 굴립니다. 일상적인 운행에서는 효율을 생각한 세팅입니다. 차가 멈추면 ISG도 적극 개입합니다. 뿐만 아니라 XT6는 동력이 적게 필요한 순간을 판단해 엔진 실린더를 4개만 가동합니다. 철저히 연료 효율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테스트 결과 100km 미만 투어 모드로 항속 운행하면 V6는 V4로 바뀝니다. 다만 극심한 정체 구간에서는 6개의 실린더를 꾸준히 폭발시켰습니다.

5m 넘는 차체지만 복잡한 시내에서도 다루기 쉽습니다. 앞필러가 두껍지 않아 시야가 좋고 사각지대 경보도 발군입니다. 저속에서의 가벼운 운전대도 경쾌하게 느껴집니다. 다만 돌덩이처럼 무거운 브레이크 페달 감각은 개선의 여지가 필요했습니다. 특히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구간에서는 남성인 기자의 허벅지에도 부담스러울 정도. 그러나 고속에서는 페달에 답력을 가하는 만큼 즉각적인 제동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시원하게 가속해 볼 차례입니다. 자연 흡기 엔진은 터보 차저가 달린 엔진과는 달리 엔진 회전속도를 높여줘야 제맛입니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도 모두 5,000rpm 이상에서 발휘되기 때문이지요. 2.1톤이 넘는 차체지만 속도 바늘은 눈 깜박하면 규정 속도에 다다릅니다. 노면과 차체에서 생기는 소음도 잘 다스려 체감 속도는 바늘보다 한참 낮습니다. 여기에 굵직하게 전달되는 엔진 소리도 XT6의 매력입니다. 풀 사이즈 SUV에서 엔진 소리의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신발은 235/55R20 크기의 미쉐린 프라이머시(A/S)를 신었고 무릎에는 능동형 댐퍼를 품고 있습니다. ‘CDC(Continuous Damping Control)’라고 부르는 이 시스템은 1/500초 단위로 노면에 반응합니다. 무게 중심이 급격하게 일어나는 선회 구간과 잔진동이 많은 요철에서는 진가를 톡톡히 발휘합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서스펜션 세팅이 단단해 방지턱이 약간만 높아도 차체가 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국내에는 북미 기준 최상위 트림인 ‘스포츠’로 단일 출시했습니다. 그만큼 갖춰진 장비들도 훌륭합니다. 1열 통풍&열선 시트, HUD, 무선 충전 기능은 대표 편의 기능입니다. 2열과 3열 시트 모두 버튼을 눌러 접을 수 있고 3열은 다시 버튼으로 세울 수도 있습니다.

어댑티브 크루즈 콘트롤은 앞차와의 간격 유지와 속도 오르 내림이 국내 대표 브랜드보다 부드럽습니다. 급하게 속도를 올리거나 내리지 않죠. 하지만 캐딜락 국내 공식 홈페이지에 ‘차로 유지 및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이라고 적어 놓은 이 기능은 기대 이하입니다. '차로 이탈 방지 보조 시스템’이라고 표현하는 게 옳습니다. 기능을 활성화해도 차로 가운데를 유지하지 못합니다. 차선을 밟기 전 운전대를 살짝 안쪽으로 돌려주는 정도. 다시 반대편으로 쏠리다 차로를 넘어가는 경우도 흔합니다. 참고로 테스트는 고속도로에서 진행했습니다.

2가지 콘셉트로 테스트를 마친 후 각각 연비 게이지를 확인했습니다. 마음껏 달린 56.7km 구간에서는 8.5km/L. 크루즈 컨트롤과 정속 주행을 반복해 돌아올 때는 9.3km/L를 나타냈습니다. 제원상 XT6의 복합 연비는 8.3km/L(도심 7.1km/L, 고속 10.5km/L)입니다. 시승 구간에 도심 구간 비율이 낮았기에 비교적 괜찮은 연비가 나왔습니다. 일명 ‘발루즈 컨트롤'에 능한 운전자는 L당 10km도 충분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왕복 구간을 모두 운전에 집중했기에 2열과 3열은 간단히만 다루겠습니다. 모든 시트에 앉아 보았지만 실제 탑승해 주행해 보는 것과는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편집부에서 따로 영상으로 다룰 계획입니다. 시승차는 2열에 독립식 캡틴 시트가 달린 버전입니다. 헤드룸과 레그룸은 180cm가 넘는 성인도 넉넉합니다. 또한, 등받이 각도도 충분히 조절돼 대형 세단 못지 않은 안락함이 느껴집니다. 3열 시트의 헤드룸은 동급 대비 우수합니다. 다만 레그룸은 175cm 이상 성인이 장거리 운행에는 부적합해 보였습니다. 3열 시트 양쪽으로 USB-C 충전 포트를 탑재해 디지털 기기를 많이 쓰는 어린 자녀 위주로 탑승하면 좋을 것입니다.

전문가 평가

83.7
  • 83 파워트레인
  • 85 섀시 & 조종성
  • 82 승차감
  • 87 안전성
  • 83 최신 기술
  • 78 가격 & 실용성
  • 88 기타(디자인)
고석연

고석연 기자

nicego@encarmagazine.com

공감 콘텐츠를 지향하는 열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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