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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딩시승] 놀라운 몸놀림, 올 뉴 아반떼 CN7

“어? 123마력이라고?”
산 길까지 시승차 타고 온 이정현 에디터에게 반문했다. 커진 덩치를 123마력으로 내몰 수 있을지 걱정했다. 4세대인 HD가 124마력이었으니 수치 상으로는 회귀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새 차가 나올 때마다 현대는 “실용영역의 힘을 끌어올렸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숫자는 거짓말 안 한다. 구형보다 느릴 거라고 추정했던 이유다.

“아, 근데 생각보다 좋은데요? 일단 한번 타보세요”
이정현 에디터는 건조한 표정과 어조로 나를 다독였다. 평소 그의 화법(다소 붕 떠있다)과 달랐다. 자동차 계에서 “일단 타보라”는 말은 ‘정말 좋으니까, 타 보기 전엔 떠들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자신 있다는 거다. 자기가 만든 차도 아니면서 저러는 걸 보면 진짜 뭔가 있나 보다.

시동을 걸었다. 정숙성이 놀랍다. 같은 엔진의 더 뉴 아반떼(AD)나 올 뉴 K3보다 조용하다. DI 엔진 시절의 초기형 AD나 MD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그 차들은 실린더와 피스톤 사이에 모래 낀 것 같은 소리가 났다. 포트분사식으로 회귀하면서 그런 잡음이 없어진 거다. 어찌나 조용한지 공조장치 풍량 그래프를 두 칸만 채워도 송풍 소리에 엔진음이 묻힌다. 아이들링 때 진동과 소음, 단연코 최고다.

새 차의 변속기는 예전에 쓰던 6단 AT 대신 무단변속기(CVT)를 장비한다. 현대는 이걸 IVT라고 부른다. 여기서 I는 Intelligent의 준말이다. 결국 똑똑한 무단변속기라고 강조하는 것. 한데 무단변속기는 특유의 불쾌한 주행감이 있다. 가령 멈춰 있다가 타이어가 두 바퀴 정도 굴러갈 때까지 발진 성능이 별로다. 엔진과 바퀴를 고무 밴드로 연결한 듯 이질감이 든다.

올 뉴 아반떼는 그런 불쾌감이 전혀 없다. 토크컨버터형 AT처럼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발진한다. 가속할 때는 기어 있는 변속기처럼 의도적으로 엔진 회전이 오르내리기도 한다. 재미있는 설정이다. 여러 모로 무단변속기 싫어하는 이들의 거부감을 없애고자 고민한 티 난다. 내구 품질만 확보했다면 이 차에 더 이상 6속 AT를 고집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체감 상으로는 직분사+6AT 시절보다 현재의 포트분사+CVT의 연비가 20% 이상 좋은 듯하다. 실제 가속도 빠르다고 하고.

일상 주행에서의 승차감은 탄탄한 편이다. AD가 중형차에 가까웠다면 신형은 다시금 준중형차 감각이다. AD는 하체 고무 부품들과 스프링, 좋은 댐퍼가 모든 충격을 포용하는 듯했다. 대중형 콤팩트카 세그먼트 최고 수준이었다. CN7은 그보다는 많이 흔들거린다. 노면 상태를 운전자에게 적잖이 투영시킨다. 물론 차 급을 생각하면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AD의 승차감이 더 나았던 건 부정하기 어렵다. 바닥 쪽 소음도 거슬린다. 시속 60km쯤에서 가장 신경 쓰이고, 그걸 넘어서면 바람 소리에 묻힌다.

내가 “전보다 차가 정신 없어진 것 같다”고 말하자 이정현 에디터가 “그쵸! 저만 그런 줄 알았어요!”라며 반가워했다. 우리 둘은 예전에 AD를 소유했기 때문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는 차가 시끄러워진 걸 두고 “무게 줄이려고 그랬을 것”이라며 감쌌고 이정현 에디터는 “원가절감을 한 것 같다”고 깎아내렸다. 그 말이 뭔지 알 듯했다. 일부분 동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윽고 들어선 굽잇길에서 나의 추론과 이정현의 말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시승차에 달린 타이어는 한국 키너지 GT다. 사이즈는 225/45R17. 기본 등급(스마트)은 15인치 사양이지만 중간급인 모던부터는 17인치 휠을 옵션으로 고를 수 있다. 키너지 GT는 다른 차들을 통해 두루 경험했다. 그립이 좋지 않았다. 때때로 끔찍한 언더스티어를 선사했다. 공포스런 스퀼음도 수반했다. ‘오바’해서 말하면 플라스틱을 녹여 만든 타이어처럼 여겨졌다.

그런 타이어가 달렸으니 ‘언더스티어가 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윽고 오르막의 첫 코너로 들어섰다. 으레 그랬듯 스퀼음이 날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웬일로 차 바닥이 고요하다. 코너를 하나 둘 지날 때마다 진입 속도를 점점 높였다. 여전히 스퀼음이 없다. 그립 한계가 내 예측보다 훨씬 높은 데에 있었다. 신묘한 일이다. 같은 타이어의 AD였다면 언더스티어가 났을 텐데 말이다. CN7에서는 심각한 오버스피드 진입이 아니면 타이어가 끌리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전작은 주로 프론트 타이어 두 개의 그립으로 타는 느낌이었는데 신형은 네 바퀴 그립을 골고루 나눠 쓰는 기분이다.

내리막에서는 감동이 더 커진다. 오르막은 파워가 약해 큰 재미 못 봤지만 내리막에서는 출력이 문제 되지 않는다. 기존 AD의 문짝 윗부분을 똑 잘라버리고 차 바닥만 탄 기분이다. 그만큼 무게중심이 낮다. 내리막에서도 리어 타이어가 노면을 꽉 붙들고 있는 게 느껴진다. 그동안의 모든 아반떼를 통틀어 최고다. MD는 엉성했고 AD는 보수적이었다. 요컨대 MD는 뒷바퀴가 한 개 밖에 없는 것처럼 불안했고, AD는 언더스티어 성향이 강해 일정 수준 이상 빠르게 달릴 수 없었다. 사실 AD만 돼도 ‘할 만큼 했다’고 여겨졌다. 꽤 좋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CN7의 운동성은 그보다 우수하다.

내리막에서 트레일브레이킹으로 코너에 진입, 뒤쪽 하중을 쫙 빼버려도 리어가 굳건하다. MD였다면 스핀했을 만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언더스티어로 일관하지도 않는다. 뒤가 흐른다기보다는 아주 매끄러운 요(Yaw)와 함께 코너 안쪽으로 머리를 넣는다. 운전이 쉬운데 재미까지 있다. 아반떼 맞나 싶다. 현대가 신형 모델의 운동성을 강조하지 않은 게 의아할 지경이다. 약한 최고출력을 의식해서였나? 아니면 N라인을 위해 남겨두었던 영역인 걸까? 이윽고 옆에 타고 있던 이정현 에디터가 먼저 침묵을 깼다.
“얘가 이 정도면 N라인은 얼마나 좋다는 거예요?”
나는 “이따가 나도 그렇게 말하려고 했다”며 강한 동의를 표했다.

123마력에 대한 걱정은 바보 짓이었다. 올 뉴 아반떼는 하체가 엔진을 이기는 차다. 그만큼 운동성이 우수하다. 기본 모델은 현대가 “일단 가볍게 맛부터 보라”고 권한 것 같다. 이윽고 나올 고성능 버전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신형을 타면서 바닥 소음이 큰 것과 내장재 품질이 떨어진 게 거슬렸는데 확 좋아진 몸놀림에 마음이 녹는다. 늘씬한 차체와 화려한 인테리어-특히 계기판과 내비게이션-까지 지원사격하니 꽤 잘 팔릴 것 같다. 차는 무조건 신형이 좋다는 격언은 이번 아반떼에서도 예외 없이 들어맞는 소리다.

정상현

정상현 편집장

jsh@encarmagazine.com

미치광이 카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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