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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지프 랭글러 오버랜드 파워탑


2019 Wrangler 1941 by Mopar

‘랭글러’하면 대다수 마니아들은 이런 모습을 상상할 것입니다. 랭글러라는 타이틀에 딱 들어맞는, 이상(理想)적인 모습이지요.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루비콘 2도어 승차감 별로라던데’, ‘하드탑 떼어놓고 나갔다가 비오면 어쩌지?’. ‘저런 곳 몇 번이나 가게 될까?’ 등의 걱정거리가 분명 당신을 괴롭힐 것입니다.

다행히 대안은 있습니다. ‘랭글러 오버랜드 파워탑’이 이번 시승기의 주인공. 엔카매거진 편집부는 전동식 캔버스탑을 얹은 랭글러를 만났습니다. 시승을 통해 경험한 랭글러 오버랜드 파워탑의 가치를 전합니다.

랭글러 오버랜드 파워탑의 베이스 모델인 오버랜드는 ‘도심형’ 오프로더입니다. 스포츠, 루비콘 모델과 달리 표면이 매끈한 H/T 타이어를 달고 나오는 게 핵심입니다(브릿지스톤 Dueler H/T). 이 밖에도 펜더에 보디 페인트를 입히고 차체 곳곳에는 ‘브라이트 실버 컬러’ 엑센트를 덧발랐습니다. 투박하고 남성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루비콘에 비하면 도시적 분위기가 물씬합니다.

오버랜드 파워탑도 동일한 디테일을 품었습니다. 다만 캔버스탑이 적용된 모델답게 천장 쪽이 조금 다릅니다. 파노라만 선루프 달린 차처럼 천장 가운데가 까맣죠. 캔버스탑을 오픈하면 이색적인 느낌도 납니다. 물론 차고가 1,840mm에 이르는 탓에 차이점이 도드라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랭글러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단번에 파워탑 모델이라는 걸 인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쉬운 건 외장 컬러 선택지가 한정적이라는 것. 2020년형 기준, 오버랜드 파워탑은 총 다섯 가지 페인트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유채색 컬러는 대부분 선택 불가합니다. 이 때문에 화려함을 내세운 루비콘에 비하면 다소 차분한 이미지입니다.

인테리어는 랭글러의 전통적인 레이아웃을 따랐습니다. 다만 8.4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7인치 TFT 컬러 클러스터 등으로 현대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디테일도 좋습니다. 볼트를 일부러 노출 시킨 게 돋보이고 곳곳에는 메탈을 입혀 다채롭게 꾸몄습니다. 기어 노브나 전면 윈도에 새겨진 윌리스 MB 캐릭터도 이색적인 포인트. 트럭처럼 투박하기만 했던 JK 랭글러에 비하면 한결 세련된 디자인입니다.

보닛 아래에는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엔진이 자리잡았습니다. ‘펜타스타’ 엔진을 내세웠던 선대 모델(JK)에 비하면 배기량이 확 줄었습니다. 부족한 출력은 터보차져를 달아 해결했습니다. 제원 상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f·m를 발휘하지요. 여기에 맞물린 8단 자동변속기는 기어비를 적절하게 짜 저속에서의 힘이 매우 좋습니다. 효율이 좋아진 것도 신형의 장점. 공인 복합 연비가 L당 7km대에서 9km로 올랐습니다. 항속 주행하면 L당 12km도 넘볼 수 있고요.

사륜 구동 시스템은 ‘셀렉-트랙’을 채택했습니다. 루비콘의 ‘락-트랙’ 사륜 구동과는 기어비가 서로 다릅니다(락-트랙 4:1, 셀렉-트랙 2.72:1). 디퍼렌셜 잠금 장치나 스웨이바 분리 기능도 빠집니다. 간단히 말해 바위를 오르내릴 정도의 오프로드는 무리라는 이야기. 그래도 웬만한 지형은 가뿐히 통과할 수 있습니다. 여타 도심형 SUV들은 엄두도 못 내는 험로일지라도 랭글러는 크게 문제될 게 없습니다.

한편 루비콘의 경우 도심에서 다루기가 까다로운데요. 루비콘은 포장길에서의 접지력이 약한 머드 타이어를 달았기에 주행감이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빗길에서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고요. 이에 반해 온로드용 타이어를 단 오버랜드 파워탑은 주행성이 비교적 괜찮습니다. 루비콘에 비하면 안정적으로 출력을 끌어다 쓸 수 있지요. 스티어링 특성 상 조향하는 데에 있어서는 어색함이 따르긴 하나 이 역시 루비콘보다’는’ 낫습니다. 포장도로에서 보다 직관적으로 움직입니다.

소음 면에서도 차이가 납니다. 머드 타이어 단 루비콘은 일정 속도를 넘어서면 ‘웅~’하는 소리가 실내를 가득 채웁니다. 타이어와 노면이 만들어내는 불협 화음이지요. 오버랜드 파워탑은 이 점에 있어서도 한결 자유롭습니다. 객관적으로 조용한 차는 아닐지언정 루비콘보다는 정숙합니다. 타이어 하나 다를 뿐인데도 차이가 많이 납니다.

오버랜드 파워탑의 가치는 캔버스탑을 열었을 때 더욱 극대화됩니다. 버튼 누르고 20초만 기다리면 자연광을 마음껏 즐길 수 있습니다. 개방감도 꽤 괜찮습니다. 사실 천장만 열리는 구조여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요. 의외로 탁 트인 듯한 느낌을 냅니다. 선루프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바람도 세차게 들어오지 않습니다. 머리칼을 살짝살짝 스치는 정도이지요. 오버랜드 파워탑이면 언제, 어디서든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습니다. 번거롭게 하드탑 루프를 탈거하고, 보관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시승을 마치며


필자는 랭글러를 참 좋아합니다. 보다 명확히 말하면 랭글러의 아이덴티티, 특유의 자유분방한 이미지가 마음에 듭니다. 랭글러 스포츠 구매를 고민한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물론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맨 처음 언급했듯 랭글러는 실제 구매로 이어지기까지의 허들이 너무나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랭글러 오버랜드 파워탑은 그 허들을 무너뜨렸습니다. 스타일과 감성, 실용성을 잘 버무린, 가장 합리적인 대안입니다. 물론 6,340만 원이라는 금액이 객관적으로 저렴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랭글러를 좋아하는 분 또는 실제 구매까지 고민하는 분께 랭글러 오버랜드 파워탑은 분명 좋은 선택지가 되어줄 것입니다.

전문가 평가

78
  • 86 파워트레인
  • 81 섀시 & 조종성
  • 84 승차감
  • 65 안전성
  • 75 최신 기술
  • 80 가격 & 실용성
  • 75 기타(정숙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