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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제 왔니? 든든한 맏형의 등장. 캐딜락 CT6 시승기

캐딜락의 플래그십 세단 CT6가 한반도에 랜딩기어를 내렸다. 새로운 아키텍처를 바탕으로 가볍고 견고한 소재까지 듬뿍 담았지만 가격은 7천만원대로 시작한다. 단조로운 초대형 세단 시장에 등장한 스타일리시한 녀석. 과연 고루한 신사들을 긴장시킬 수 있을까?
글_ 고석연 기자 사진_ 고석연, 지엠코리아


지엠코리아는 7일, 인천과 파주 일대에서 캐딜락 CT6의 시승회를 열었다. 2015 뉴욕모터쇼를 통해 처음 공개된 CT6가 대한민국 땅을 밟기까지 걸린 시간은 1년 남짓. 독일차로 물든 수입 대형 세단 시장에서 사투를 벌일 아메리칸 실력자를 알아보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갔다.

누구도 닮지 않은 개성적인 디자인

강렬한 선을 강조했던 캐딜락의 디자인은 ATS를 시작으로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남성적인 강인함은 그대로 살리되 다소 둔탁했던 바디라인을 날렵하게 다듬고 낡은 이미지를 버렸다. 버티컬 타입의 시그니처 라이트는 전면 범퍼 하단에 자리한 안개등까지 이어져 캐딜락의 얼굴을 더욱 강조한다.

날렵함이 강조돼 자칫 '대형 세단이 맞아?'라는 의구심을 들게 하지만 측면으로 돌아서면 금세 생각이 바뀐다. 5,185mm의 차체 길이, 3,109mm의 휠베이스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숏바디 모델보다 길며, '롱 노즈 숏 데크' 형태의 차체는 웅장함을 한껏 부추긴다. 뒷모습도 버티컬 형태의 디자인으로 전반적인 통일성을 유지했다. 범퍼 하단의 듀얼 트윈 머플러는 평범한 플래그십 세단에 스포티함을 더하는 양념 역할을 한다.

'과유불급', 주행 퍼모먼스만 추구한 단단한 서스펜션

인천을 출발해 파주를 돌아오는 시승구간은 대략 140km. 고속도로와 자유로를 포함하고 있어 고속안정성과 가속력을 테스트하기에는 적합하나 선회구간과 불규칙한 노면을 경험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코스다. 시승구간의 반은 직접 운전대를 잡고, 나머지는 뒷좌석에 앉아 각각의 특징을 살펴봤다.

캐딜락 CT6는 6기통 3.6L 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하이드라매틱 8단 자동변속기로 파워트레인을 구성한다. 최고출력 340마력(6,800rpm), 최대토크 39.4kg ·m(5,300rpm)의 성능을 발휘하며, 복합연비는 8.2km/L. 드라이빙 모드는 투어, 스포츠, 스노 ·아이스 세가지로 변속 타이밍, 서스펜션 반응, 스티어링 휠의 답력과 가속페달의 예민함을 달리한다.

CT6의 초반 출발은 매끈하다. 2톤에서 50kg이 모자란 무게지만 동급과 비교하면 가벼운 편. 급격한 가속과 감속 상황에서 차체 앞· 뒤의 밸런스를 잘 유지하기 때문에 노면에 묻히기보다는 도로에 떠가는 기분을 들게 한다. 하지만 발끝에 힘을 줘 가속페달을 짓이기면 180도 달라진다. 휠스핀이나 뒷차축이 틀어지는 상황은 4륜 구동을 포함한 다양한 기술들이 개입해 미연에 방지한다. 또한, 정숙했던 실내로 침투한 배기음은 거침없이 귓가를 공격해 운전자의 가슴을 뛰게 한다.

시승한 모델에는 리얼타임 댐핑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과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 시스템이 탑재됐다. 1,000분의 1초 단위로 댐핑력을 조절할 수 있는 MRC는 뛰어난 응답성을 보장한다. 리어 스티어링 시스템은 고속에서 차체의 움직임을 기민하게 도와주며, 저속에서는 회전 반경을 1m 가까이 줄여준다.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모름지기 대형 세단이라면 운전석보다는 2열 공간에서 희열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작은 차이의 디테일은 고급스러움을 돋보이게 하며, 이는 지갑을 연 고객들에게 만족감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CT6의 2열 공간은 "사장님은 충분해도, 회장님은 안돼!" 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곳곳에 꼼꼼히 두른 가죽과 충실한 기능이 안마시트는 기본에 충실하며, 빼곡히 숨겨둔 34개의 스피커를 포함한 보스 파나레이 사운드 시스템은 훌륭하다.

하지만 블랙, 베이지로 컬러로 단조로운 인테리어는 고급감이 부족하다. 시트는 몸을 포근히 감싸지 못해 붕 뜬 기분을 들게 하고, 뒤로 젖힐 수 있는 각도도 작다. 결정적으로 퍼포먼스 위주의 서스펜션 세팅은 '투어' 모드에서도 너무 딱딱해 진동을 충분히 걸러내지 못해 상당한 진동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첨단장비가 주는 여유로움

CT6는 캐딜락의 플래그십 모델답게 다양한 편의와 안전을 담당하는 장비들이 대거 채택됐다. 두 가지만 꼽자면 나이트 비전과 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나이트 비전을 활성화하면 전면에 장착된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모습이 계기판에 표현된다. 열을 발산하는 물체는 블랙 바탕에 화이트 컬러로 표현돼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과 함께 활성화되면 세미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국내에도 익숙한 기술이고 사용에 불편함과 불안감이 대부분 해소됐을 만큼 기술이 성숙해졌다. 사실, 뻥 뚫린 고속 구간보다는 막히는 구간에서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차로 안에서도 좌우로 차체를 흔들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제법 가운데를 유지한다.


Editor’s point
캐딜락 CT6는 프리미엄(7,880만원)과 플래티넘(9,580만원) 두개의 등급으로 나눠진다. 외모를 보면 휠 크기만 눈에 띄어 1,700만원의 가격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만 속 사정은 다르다. 캐딜락의 자랑인 MRC를 시작으로 액티브 리어스티어링, 보스 파나레이 오디오 시스템 등을 비롯해 소소한 것까지 합치면 20여 가지가 다르다. CT6의 개성적인 디자인에 매료됐다면 프리미엄 등급으로도 충분하지만, 다양한 편의 장비와 캐디락의 새로운 기술들이 탐났다면 플래티넘 등급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 평가

84.3
  • 85 파워트레인
  • 85 섀시 & 조종성
  • 75 승차감
  • 80 안전성
  • 90 최신 기술
  • 85 가격 & 실용성
  • 90 기타(디자인)
고석연

고석연 기자

nicego@encarmagazine.com

공감 콘텐츠를 지향하는 열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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