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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현대차 그랜저 IG, 클래스 최상의 가성비 가진 세단

현대차가 지난 11월 22일 출시한 그랜저 IG의 시승회를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개최했다. 기존 5세대 그랜저 HG보다 주행성능을 더 향상시켜 최근 가장 주목받는 모델 가운데 하나다. 홍천에 위치한 골프장까지 왕복 약 150km의 시승을 통해 면면을 확인해 봤다.

그랜저 IG, 달라진 위상과 외모

6세대로 발전한 그랜저 IG는 현대차의 가장 확고부동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 모델로 사전계약 3주만에 2만 7천대라는 실적을 올렸다. 사전계약 내용을 분석해 보면 HG보다 구매층이 더 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에 따르면 HG의 경우 41%였던 30~40대 소비자 연령층이 IG에선 48%로 상승했다. 그랜저 IG의 주행성능을 강화하고 디자인과 감성을 젊게 가져간 것이 주요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랜저 IG는 5세대 HG에 비해 웅장함을 줄이고 날렵한 디자인으로 재탄생했다. 축간거리(2,845mm)나 전장(4,930mm)은 차이가 없지만 전과 후의 디자인 연결고리를 강화하고 각이 잡혔던 부분을 좀 더 부드럽게 처리함으로서 이전보다 시각적으로 다소 작아 보인다.

현대차의 새로운 캐스케이딩 그릴과 풀 LED로 꾸민 헤드램프 그리고 크롬 커버로 꾸민 프런트 립과 LED로 낮게 자리한 안개등은 이전 HG의 것보다 훨씬 잘 어우러져 있다. 측면의 캐릭터 라인은 이번 그랜저 IG의 백미다. 이전 국산차에서는 쉽게 볼 수 없던 캐빈하우스의 크롬 캐릭터 라인, 리어범퍼를 가로지르는 캐릭터 라인 등은 볼륨감을 살리면서도 날렵하게 선을 이어가며 세련미를 더하고 있다.

뒷 모습은 프런트 범퍼의 파격적인 변화와는 다르게 좀 더 온건하다. 그랜저 영문 엠블럼을 현대차 브랜드 로고 하단으로 내리고 리플렉터와 크롬커버를 입힌 배기구를 좌우측 끝에 둠으로서 차를 좀 더 낮고 넓게 만드는 효과를 노렸다. 굴곡을 최소화하면서도 볼륨감을 가미해 고급차의 이미지를 이끌어 내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다만 하나의 선으로 이어지는 리어램프는 닷지 차저나 링컨 컨티넨탈을 잠시 떠오르게 만든다.

인테리어는 마냥 젊은 감각만 반영하지 않고 중후하면서도 안정감이 들도록 배려했다. 나파가죽을 씌운 스티어링 휠은 조작버튼이 다소 작은 듯 하고 혼 커버의 각이 커서 중장년층이 익숙해지기에 시간이 걸릴 듯 하다. 하지만 이외에 시트 조작버튼과 센터페시아의 버튼은 크고 시인성이 좋아 보수적인 소비자들에게는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사전계약자나 동호회에서 자주 입에 오르내렸던 센터페시아 상단의 8인치 모니터는 아날로그 시계와 그다지 잘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인다. 특히 모니터와 아날로그 시계가 놓인 패널 디자인은 새로운 시도이긴 하지만 다소 모호한 디자인이다.

시트는 부드럽고 안락하다. 이전 HG는 쿠셔닝을 강조하면서 푹 파묻히는 느낌이었다면 IG는 이보다 더 단단하면서 평평한 느낌이다. 시승한 모델은 가솔린 3.0 익스클루시브, 스마트키와 스마트폰 무선충전시스템을 갖췄으며 JBL 사운드 패키지가 더해진 모델이다. 안전사양으로 ‘현대 스마트 센스 패키지 2’를 장착했다. 참고로 스마트 센스 패키지 1과 2의 차이는 진동경고 스티어링 휠을 유무로 나뉜다.

주행성능, 인정할 요소는 충분하다

6세대 그랜저 IG가 내세우는 주요 강점 중에 하나는 바로 ‘주행성능’이다. 엇비슷한 덩치에 같은 파워트레인을 쓰고도 그들이 주행성능을 강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차체 구조강성을 더 높였고 여기에 맞게 엔진 튜닝을 거쳤기 때문이다. 그랜저 IG는 HG에 비해 평균강도를 34% 끌어올렸으며, 리어 플로어 멤버 연결 구조와 펜더 에이프런과 카울 결합 구조를 강화했다. 쉽게 말하면 이전에 싱글 멤버를 듀얼 멤버로 바꾸고 단절되어 있던 차체에 강성을 높일 수 있는 연결부를 더한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신형 그랜저 IG의 엔진은 모두 3가지, 190마력을 내는 가솔린 2.4(6단 자동, 연비 10.1km/L)와 시승 모델인 가솔린 3.0(8단 자동, 연비 11.2km/L), 202마력을 내는 디젤 2.2(8단 자동, 연비 14.8km/L)가 있다. 참고로 디젤 2.2는 이전보다 연비를 무려 10% 끌어올려 매력을 더했다.

그랜저 IG의 시승코스는 시내와 고속도로 그리고 국도 일부 구간이 구불거리며 이어지는 왕복 150km의 거리였다. 휴식시간을 포함한 3시간 가량의 시간 동안 그랜저 IG는 많은 여운을 남겼다. 우선 저속에서는 매우 낮게 깔리는 고급차의 감성을 보여주면서도 고속에서는 카랑카랑한 사운드를 연발하며 시원한 가속감도 선사했다. 간혹 과속방지턱 있던 국도에서는 여유롭게 도로를 다스리는 느긋함도 발휘했다. 8단 자동변속기는 변속의 순간을 운전자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감춰버렸고 고속에서의 풍절음은 잘 절제되어 안락함을 잃지 않았다.

저속부터 고속까지 이어지는 순간에도 힘의 단절은 느껴지지 않았다. 266마력이라는 적지 않은 출력은 시종일관 부드러움을 유지하며 도로에 풀어놓는다. 어느 한 지점에 힘을 몰아넣는 조급함이 없이 느긋하게 힘을 불어넣어 차를 밀어 올린다는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인상적인 점은 제동성능이다. 사실 HG는 제동성능에 많은 아쉬움을 남겼었다. 엔카매거진이 진행했던 준대형 모델 비교테스트에서도 HG의 제동력은 처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 IG는 브레이크 디스크의 열 발산능력을 키우고 사이즈를 10.5인치에서 11인치로 확대해 전 세대의 단점을 깨끗이 지워냈다.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다. 편의사양 가격을 더하면 차 가격이 4,000만원이 넘는 3.0 익스클루시브 스폐셜 최고가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티어링 감각은 독일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한 것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뒷좌석에서 느낀 인테리어 질감은 앞좌석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컸다. 시트의 주름이 그대로 보였고 바느질도 오락가락이었다. 플라스틱으로 마무리한 도어트림, 제자리를 찾지 못한 듯 허우적대는 바닥매트는 고급스러움과 다소 거리가 있다.

몇 가지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기록적인 사전계약 소식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갈 만큼 그랜저 IG는 꽤 좋은 뒷맛을 남겼다. 당분간 그랜저 IG의 아성을 넘을 마땅한 국산차 도전이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인기를 꽤 오래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때 현대자동차 플래그십 모델이었던 그랜저 IG가 점점 좁아지는 국산차 입지를 역전 시킬 수 있을 지 기대된다.

전문가 평가

83.6
  • 85 파워트레인
  • 85 섀시 & 조종성
  • 85 승차감
  • 85 안전성
  • 90 최신 기술
  • 70 가격 & 실용성
  • 85 기타
김경수

김경수 기자

kks@encarmagazine.com

좋은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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