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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크로스컨트리, 스웨디시 투어러의 정석

볼보가 크로스컨트리 시승회를 23일 가평에서 국내 미디어들을 대상으로 열었다. 볼보 ‘크로스컨트리’는 해외에서 ‘V90 크로스컨트리’로 판매되는 모델이며 지난 20여년간 볼보의 간판 모델로 활약해왔다. XC90과 S90과 함께 90 클러스터의 완결작이자 왜건의 무덤이라 불리는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중요한 목표도 부여 받았다.

자동차 업계에서 흔히 통하는 말로 ‘한 나라의 자동차는 해당 국가의 문화와 자연환경을 반영한다’는 말이 있다. 스웨덴 브랜드 볼보 역시 자국의 산악지형과 비포장도로 환경을 반영한 자동차를 오래 전부터 만들어 활용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크로스컨트리는 1997년 V70 XC 이후로 20년간 이어져 오며 스웨덴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모델이며 인테리어 역시 북유럽 스타일로 심플하지만 기능적인 면을 잘 살리고 있다.

2002년 XC는 SUV로 방향을 선회했고, 기존의 XC가 짊어지던 크로스컨트리는 CC라는 명칭으로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을 변경했다. 그리고 토마스 잉엔라트 디자이너 영입 이후 V40부터 V90까지 라인업을 완성했다.

단단하고 웅장한 크로스컨트리

토마스 잉엔라트의 디자인 파워가 볼보에겐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나아가기 위한 큰 힘이었다는 점은 누구라도 부인하기 힘들다. 그만큼 ‘토르의 망치’라는 다소 만화적인 캐릭터의 등장은 의외로 전 세계로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했다.

다소 흐릿했던 볼보의 인상은 또렷해 졌고 단정하기만 했던 그릴과 범퍼 하단부는 좀 더 공격적이고 과격한 인상으로 운전자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캐릭터를 잘 살린 본넷의 주름과 측면 캐릭터 라인은 볼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확실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크로스컨트리는 쉽게 말해 왜건의 전고를 65mm 올리고 온-오프로드 성능을 강화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보완한 것이다. 그래서 껑충한 차고 그리고 거대한 휠 하우스를 감싸안은 플라스틱 록업패널 등은 상당히 눈에 띈다. 리어부는 전면부의 인상을 확실히 이어가는데 향후 출시될 XC60의 리어부와 흡사하며 큼직하게 디자인되어 멀리서도 확실히 눈에 띄는 디자인이다.

인테리어는 크로스컨트리의 백미다. 안정감에 치우쳤던 기존 볼보 인테리어보다 진일보한 면이 엿보이며 버튼 하나하나에도 멋을 부려 보는 맛을 더했다. 특히 LCD 터치패널을 통해 조작버튼을 최소화함으로서 버튼의 개수를 줄일 수 있었다.

볼보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시트도 착좌감이 훌륭하며 조작하기 쉬워 누구라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다만 뒷좌석에서 무릎 공간이 확보될 수 있도록 앞좌석 뒷판을 오목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볼보는 오히려 볼록하게 만들어 놓았다.

특히 볼보측에서는 크로스컨트리가 세단이나 SUV보다 타고 내리기에 편하다고 하지만 직접 경험해본 바 1열은 편하지만 2열에서는 뒷 바퀴 휠 하우스 공간으로 인해 부자연스러운 자세가 나온다. 이는 높이의 문제가 아니며 볼보 모델 가운데 SUV를 제외한 대부분의 모델에서 느끼는 점이었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크로스컨트리는 D5(6,990만 원)와 D5 프로(7,690만 원)가 있는데 둘의 편의장비 차이는 꽤 크다. 특히 뒷좌석에서는 온도조절시스템, 윈도 블라인드 등 옵션차이가 더 크게 벌어진다. 뿐만 아니라 각종 인테리어 소재나 알루미늄 휠 사이즈 등 장비 차이가 상당히 컸다. 다만 기능성에는 차이가 없다. 뒷좌석을 눕히는 방식이 D5 프로가 버튼식이라면 D5는 수동으로 접는 정도의 차이다.

적재 공간은 기본 560L, 최대 1,526L까지 늘릴 수 있는데 이 정도 크기는 비슷한 가격대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을 정도. XC90은 기본 721L, 최대 1,886L로 더 크지만 공간을 모두 채우면 주행 시 안정감이 크로스컨트리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다만 크로스컨트리의 경우 세단보다 전고가 65mm 높아서 짐을 싣고 내리기에 그만큼의 높이를 감안해야 한다. 더구나 테일게이트를 닫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꽤 높이까지 손을 뻗어야 한다. 키가 작은 사람이라면 이 부분을 구매 전 반드시 체크해야 할 부분이다.

효율과 파워의 조화 매력적

크로스컨트리의 파워트레인은 4기통 2천CC 디젤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사용했다. 눈 여겨 볼 점은 볼보가 파워를 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적용했다는 점인데 우선 트윈터보를 장착해 출력을 끌어올리고 여기에 ‘파워펄스’라는 작은 공기탱크를 장착해 급 가속시 발생할 수 있는 터보랙을 줄였다. 이로 인해 운전자는 크로스컨트리 D5의 최고출력 235마력, 최대토크 49.0kg.m을 알뜰하게 쥐어짜낼 수 있다.

드라이브 모드는 오프로드를 비롯해 다이나믹-컴포트까지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는 민감한 운전자가 아니라면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모드마다 색다른 맛을 냈다. 시승 동안 가장 중점적으로 둔 것은 컴포트 모드였는데 오프로드 모드에서도 크게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탁월한 반응을 보여줬다. 반 자율주행모드인 파일럿 어시스트2는 전 트림에는 기본적용 됐지만 실제 사용영역에서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보다 혜택이 적다.

D5 엔진은 초반 가속부터 고속에 이르기까지 기민하게 반응했으며 효율적으로 움직였고 믿음직했다. 235마력이라는 적지 않은 힘을 고르게 분산하며 어느 영역에서도 가속력의 부족함을 보여주진 않았다. 크게 한방을 치거나 가슴을 쿵쿵치는 화끈함보다 안정감을 위주로 한 셋팅이 눈에 띈다. 4,940mm의 전장이 요동치지 않도록 초반 가속력을 살짝 눌러놓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일단 D5 디젤 엔진이 힘을 내기 시작하면 토크를 발휘하는 구간이 상당히 길다.

특히 가속하면서 이어지는 변속과정이 전혀 불편하지 않고 물 흐르듯 매끄럽다. 숨을 고르는 과정도 없이 힘을 전달하는 솜씨가 실로 감탄스러울 정도다. 중요한 포인트는 또 있다. 이전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에 비해 정숙성이 꽤 올라갔다는 점이다. 이 정도면 휘발유 엔진에 대한 미련을 버려도 좋을 만큼 성숙해진 면모다.

크로스컨트리는 온-오프로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만큼 꽤 다양한 부분에서 신경을 쓴 부분이 엿보인다. 우선 편평비가 낮을수록 코너링과 핸들링은 좋아지지만 승차감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해 편평비를 높였다. 더불어 스프링과 쇽업 소버의 댐핑 컨디션을 조정한 투어링 섀시를 사용해 오프로드의 스트레스를 극복했고 앞뒤 윤거를 각각 1,652mm와 1,643mm만큼 확보해 코너링 시에 좌우 롤링을 최소화한다.

전체적으로 크로스컨트리를 주행한 160여km 구간 중 온로드에서는 평온했고, 오프로드에서는 든든함이 느껴졌다. 주행 중 기록한 연비는 10km내외(공식연비는 미정). 크로스컨트리는 세단 혹은 SUV의 대안으로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서 매력이 충분했다. 더구나 프레스티지급 왜건 시장에서 볼보 크로스컨트리를 대체할 모델은 현재로선 없다. BMW 5시리즈 왜건은 국내 도입이 사실상 포기됐으며 아우디 A6 아반트는 판매재기를 노리기엔 숙제가 너무 많이 남았다. 현대차 i40 왜건은 소비자의 선택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김경수

김경수 기자

kks@encarmagazine.com

좋은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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