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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꼭! 그랜저 IG를 사겠다면 하이브리드를 권함

현대차가 4월 5일, 자유로 인근에서 신형 그랜저 IG 하이브리드의 시승회를 열었다. 모터쇼를 통해 처음으로 선뵈며 한껏 기대감을 높인 야심작으로 도로 위에서 어떤 능력을 발휘할지 궁금했다.

<스타일과 쓰임새>

돋보이려고 치밀하게 꾸민 쇼룸과 도로 위의 모습은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랜저 IG 하이브리드의 경우엔 예외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평균 이상의 매력을 뿜는다.

그 중심에 6세대 그랜저의 스타일을 대변하는 캐스케이딩 그릴이 있다. 가솔린 2.4 모델의 프리미엄 스페셜 트림부터 적용되는 반광의 샤틴 크롬을 기본화 하면서 ‘블루 드라이브(Blue Drive)’ 엠블럼을 달아 차별화했다. 고급형엔 푸른빛의 ‘하버 시티’ 전용 컬러를 추가해 친환경 모델의 이미지를 강화했다. 17인치 전용 휠을 끼웠는데 별다른 위화감이 없다. 저항을 줄이면서도 심미성을 포기하지 않아 칭찬해주고 싶다.

실내의 변화도 크지 않다. 이전과 달리 안팎의 디자인 차별화 폭이 크지 않은데 여기엔 이유가 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내놓기 전에 조사했더니 하이브리드 티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고 한다.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디자인을 크게 건드리지 않았다. 계기판 왼쪽의 그래픽과 센터 모니터의 하이브리드 영역이 추가된 것을 제외하면 가솔린 모델과 다를 바 없다.

선택 사양인 ‘프리미어 인테리어 셀렉션 패키지’를 고르면 가솔린 모델의 오너가 누리지 못하는 걸 하나 더 누릴 수 있다. 리얼 코르크 도어트림 가니시를 적용해 조금 다른 느낌을 준다. 나무의 성장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법으로 코르크참나무 껍질만을 채취해 만들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친환경 이미지를 부각하려 한 모양인데 아쉽게도 감성적으로는 큰 장점이 없어 보인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좁은 트렁크 때문에 주저한다는 건 옛말이다. 2열 시트 후면에 위치했던 고전압 배터리를 트렁크 바닥으로 옮겨 트렁크를 구형보다 넓게 썼다. 구체적으로 HG 하이브리드는 410L였는데 신형은 426L로 트렁크 용량(VDA 기준)을 확대했다. 같은 형태로 사이즈를 키운 기아 K7 하이브리드의 트렁크가 440L인 점이 살짝 걸리지만 이 정도로도 골프백 4개 정도는 충분하다.

<동력성능>

파워트레인은 159마력 세타 II 2.4 MPI 엔진과 38kW 모터를 결합한 형태다. 변속기는 하이브리드에 맞춰 세팅한 6단 자동 한 종류. 참고로 그랜저 IG 가솔린은 3.0 이상부터 8단 자동이고 2.2 디젤은 모두 8단이다.

비가 오는 가운데 약 40km를 주행했다. 김포공항을 출발해 헤이리를 달리는 코스. 도심과 고속주행로가 적절하게 섞인 도로다. 전에 운전한 사람이 배터리를 소모했는지 EV 모드로 짧게 움직이고 엔진이 살아난다.

밖에선 특유의 칼칼한 소음이 들리지만 실내에선 잠잠하다. 최근에 등장한 국산차의 실내 정숙성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조용한 실내는 하이브리드의 장점을 조금 더 또렷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기어 레버 뒤쪽의 스위치를 통해 드라이빙 모드를 바꿀 수 있다. 에코는 연비를 극대화하는 쪽이고 스포츠는 빠릿빠릿한 움직임에 집중한다. 지금까지 현대차를 타면서 늘 두 모드의 차이를 더 두었으면 했는데 이번에 탄 그랜저 하이브리드에서 많이 반영된 느낌이다.

에코 모드는 경험이 많으니 스포츠 모드에 집중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초반 가속. 성격 급한 오너들이 많은 국내 현실을 반영한 결과인지 몰라도 출발하면서 가솔린 엔진보다 템포가 빠르다. 하이브리드용 모터의 출력을 35kW에서 38kW로 올린 것이 영향을 준 듯하다. 연비뿐만 아니라 동력성능에서도 하이브리드를 선택할 이유가 더 분명해진 셈이다.

다만, 서스펜션이 엔진의 반응이 비해 부드럽고 저속으로 크루징 할 때는 모터와 엔진의 변환과정이 느껴진다.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지만 민감한 오너에겐 신경이 쓰일 법하다.

드라이브 모드를 에코로 바꾸면 즉각적으로 운전대의 무게감이 준다. 동시에 가속페달의 반응이 무뎌진다. 전형적인 ‘아재’의 움직임이다. 자연스럽게 스포츠 모드에선 불만이었던 서스펜션의 감각이 에코 모드에선 장점이 된다. 긴 굴곡과 날카로운 노면을 가리지 않고 폭신하게 받아낸다.

<연비>

조금 더 돈을 주고서라도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택하는 경우는 더 나은 가속력과 연비 때문이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가속력은 앞서 언급했듯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 그렇다면 연비는? 시승 중 기록한 평균연비는 15.1km/L로 복합연비 16.2km/L에 미치지 못했다. 비가 내렸고 주행의 많은 부분을 스포츠 모드로 달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긍할 만하다.

상황에 따라서 조금 차이가 있겠지만 도심의 출퇴근에서 연비 문제로 불만을 토로할 일은 없을 듯하다. 비슷한 코스를 달린 동급 가솔린 모델의 평균연비는 10km/L를 넘기 어려웠으니까.

연비가 뛰어난 건 다 이유가 있다. 현대 측에서 제공한 자료를 읊자면 고전압 배터리 용량을 기존 1.43kWh에서 1.76kWh로 증대시키고 배터리의 충방전 효율을 약 2.6% 개선함으로써 모터로만 주행할 수 있는 EV 모드의 가동 범위를 늘렸다. 또한, 전장품의 전력 사용, 엔진 출력 변화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EV 작동 구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제어하도록 로직을 개선했다.

주행하면서 느껴보니 작은 낭비도 허투로 두지 않는 자린고비처럼 큰 힘이 필요 없을 때마다 엔진은 쉬고 모터는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중속 이후에 개입 시점을 쉽게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자연스럽다는 것도 매력이다.

공기저항계수(Cd) 0.27의 매끄러운 스타일과 라디에이터 그릴 내부에 위치한 플랩을 조절해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액티브 에어플랩’도 도움을 주었을 터.

<가격>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랜저 IG 하이브리드는 여러모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가솔린보다 뛰어난 동력성능을 발휘하면서도 기대 이상의 연비를 자랑했다.

그렇다면 가격은? 하이브리드 모델의 트림은 프리미엄부터 시작한다. 세제 혜택 후의 가격이 3,540만 원으로 가솔린 2.4 프리미엄(3,175만 원)보다 365만 원이 더 든다.

같은 이름의 스마트 센스 패키지 I에서 후측방 충돌 회피 지원 시스템(ABSD)가 빠져 있는 것이 아쉽지만, 이는 말 그대로 옵션이니 논 외로 두자. 두 모델의 복합연비 차이는 L당 5km. 연간 주행거리가 2만km라면 하이브리드가 83만 원 정도 덜 드는 셈이다. 단순하게 계산해서 4년 조금 넘으면 가격의 차를 극복할 수 있다는 뜻. 더 많이 탄다면 이 시기가 빨라지니 자신의 연간 주행거리를 고려해 봄직하다.

자, 이제 결론을 내릴 차례. 털털거림이 싫어 애초에 디젤 세단은 구매 리스트에 올려놓지 않은 당신. 연간 주행거리가 2만km 이상이라면 가솔린 사양보다는 하이브리드가 더 매력적이다. 4년 정도면 구매비용의 차이를 회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차와 통행료 등에서 추가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온 하이브리드차의 잔존가치가 이전보다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게다가 같은 2.4L 배기량의 엔진을 씀에도 동력성능은 월등하다.

전문가 평가

84.3
  • 85 파워트레인
  • 80 섀시 & 조종성
  • 90 승차감
  • 90 안전성
  • 85 최신 기술
  • 75 가격 & 실용성
  • 85 기타
박영문

박영문 기자

spyms@encarmagazine.com

부품의 기술적인 결합체가 아닌, 자동차가 지닌 가치의 본질을 탐미하는 감성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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