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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스팅어 독일 뉘르부르크링 시승기

단지 한 바퀴의 서킷 주행으로 새 차의 모든 것을 파악하긴 어렵다. 그것이 비록 20.8km으로 세계에서 가장 긴 독일 뉘르부르크링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렇지만 기아 스팅어 GT는 분명히 이전 기아차와 다른 모델이라는 걸 느끼게 했다.

옵티마 GT(K5 터보)로 이 트랙을 이처럼 빠르게 달리는 것은 상상만 해도 살 떨리는 일이다. 그러나 V6 3.3L 트윈 터보 엔진을 단 스팅어 GT로 달리는 지금은 그 매력이 충분히 전달된다. 이는 단순히 생존의 위험을 무릅쓰고 극한으로 치닫는 것이 아니라, 주행의 즐거움을 준다는 데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우리는 여전히 링 마이스터 덕 쇼이즈만(Dirk Schoysman, 뉘르부르크링을 1만 8,000랩 이상 돌았다)의 뒤를 쫓고 있다. 쇼이즈만은 네 개의 바퀴를 짓이길 듯이 빠른 스피드로 내몰았고 도로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었다.

필자는 스팅어 GT의 테스트와 개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독일 뉘르부르크링에 왔다. 스팅어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연속되고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혹한 커브, 그리고 쭉 뻗은 직선의 대처능력을 보여줬다.

물론 짧은 시간의 테스트를 통해 단정하는 건 불가능하다. 조금 더 타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스케줄이 따르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가 타본 건 양산 직전의 모델이었고 트랙이 아닌 일반 도로 주행은 허락되지 않았다.

짧지만 굵은 체험, 기본기를 확인하다

뉘르부르크링 주행을 통해서 우린 스팅어의 뛰어난 기본기를 확인했다. 이는 현대의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많은 부분을 공유한 결과물이다.

람다 II V6 3.3L 엔진은 강력하다. 4.9초면 시속 100km로 달군다. 스피커를 통해서 도움을 받는 엔진 사운드(가상 사운드)보다 강렬한 가속력이다.

현대와 기아 패밀리가 개발한 8단 변속기는 자동과 수동 모드 모두 부드럽게 기어를 넘긴다. 스포티한 주행을 원할 경우 6,500rpm까지 회전수를 높이고 스티어링 휠의 패들로 기어를 올리면 된다.

아쉽게도 센터터널에 박힌 기어 레버로는 수동 변속을 할 수 없다. 스포츠 세단의 손 맛을 느끼려면 그래선 안되는데 말이다. 한편으론, 기아가 이 차를 GT(그랜드 투어러)로 지칭했듯이 단순히 빠른 것이 아니라 도로와 소통하며 즐거운 드라이빙을 주는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

섀시의 셋업도 이를 반영했다. 드라이버는 가변 댐퍼를 통해 컴포트와 스포츠 모드를 오갈 수 있다. 기아가 적극적으로 사용해보길 추천한 컴포트 모드에선 뉘르부르크링과 같이 극한 상황에서 보디 컨트롤이 미흡하게 느껴졌다. AWD 버전의 스포츠 모드가 주는 보디 컨트롤을 경험하면 부분적으로나마 조금 더 끈끈한 특성을 설명할 수 있다.

19인치 콘티스포츠 컨택 타이어는 코너에서 가속 페달을 바닥에 붙여도 훌륭한 트랙션을 가지고 있었다. 잘 튜닝된 전자제어 장치 덕분이다.

우리가 탄 유럽형 스팅어는 언더스티어를 견디며 꽤 잘 돌았다. FR이 AWD보다 언더스티어가 작다. 모터의 힘을 빌은 스티어링 시스템은 정확했고 큰 조작에도 기민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한 평가는 일반 도로를 달리고 난 뒤 내리고 싶다.

아쉬움은 브레이킹에 있었다. 아마도 계속된 테스트에서 오는 증상일 수도 있다. GT 사양엔 브렘보 4피스톤 캘리퍼와 350mm 디스크가 앞쪽에 달렸다. FR 모델을 먼저 경험했는데 페이드 현상이 있었다. AWD 사양은 좀 나았다. 브레이크 페달은 FR처럼 여전히 깊게 밟아야 했지만 제동력은 더 좋았다.

호주에서 스포츠 세단을 대표하는 홀덴 SS-V 레드라인보다 작고 가볍지만 스팅어에선 당당함이 묻어난다. 어떤 차가 더 좋을까? 맞다. 개인적으론 홀덴 쪽으로 기운다. 가장 큰 이유는 V8 엔진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이브만을 놓고 본다면 쉽게 이런 답을 내리기 어렵다.

또 하나의 질문은 ‘SS-V가 스팅어의 올바른 경쟁 상대인가’라는 점이다. 사이즈도 그렇고 특성도 SS-V가 스팅어보다 조금 더 과격하다는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둘 중 누가 승자이든 기아에겐 좋은 징조다. 게다가 코모도어는 내년에 생을 마친다. 적어도 호주에선 스팅어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올바른 진화

드라이빙 이상으로 스팅어 GT는 의심의 여지없이 이전 기아차보다 진화했다. 외모엔 개성이 넘친다. 몇몇 디테일에서 번잡함이 있지만, 캡-백 스타일의 보디 프로포션도 훌륭하다.

프런트에서 시작된 공격적인 라인이 C 필러에서 정제되어 만나고 끝은 4테일 파이프와 디퓨저로 마무리 지었다.

깊게 팬 채 양쪽을 세운 스포츠 시트에 앉으면 스포티한 감성이 느껴진다. 센터에 디지털 모니터를 두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2개의 아날로그 다이얼을 메인으로 둔 계기판도 인상적이다.

센터패시아에 박힌 3개의 원형 송풍구와 벤츠와 유사한 도어의 스피커 배치를 통해서 유럽 감성이 느껴진다. 이 밖에 8인치 터치스크린, 아랫부분을 자른 스티어링 휠, 넉넉한 수납함 등이 긍정적인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2열의 무릎과 발 주변의 공간은 넉넉하다. 하지만 키가 180cm 정도라면 쿠페 스타일을 고려해 약간의 타협의 흔적이 있는 헤드룸이 맘에 걸릴 것이다. 선루프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조금 덜하긴 하다.

테일게이트를 열면 깊고 좁은 트렁크가 눈에 들어온다. 수치적으론 406L. 뒷좌석을 접으면 훨씬 더 많은 공간을 쓸 수 있지만, 정확히 얼마의 공간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쉬움을 채울 수 있을까?

그렇다면 과연 스팅어가 호주의 FR 고성능 세단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뉘르부르크링 주행을 통해 호주의 전통적인 스포츠 세단을 좋아하는 마니아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조금 더 정확히 평가하기 위해선 더 많은 테스트 주행이 필요하다. 지금 조건에서 말할 수 있는 점은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기아차 중에서 드라이빙 실력이 가장 좋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큰 차이로.

<장점>

훌륭한 드라이브 트레인
기민한 핸들링과 넉넉한 그립
기아차 역사상 가장 뛰어난 드라이빙 실력

<단점>

엔진 사운드
수동 모드

글_Bruce Newton (엔카매거진 파트너, 모터링닷컴 에디터)

전문가 평가

80.7
  • 80 파워트레인
  • 85 섀시 & 조종성
  • 75 승차감
  • 80 안전성
  • 80 최신 기술
  • 80 가격 & 실용성
  • 85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