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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다 파비아 콤비, 국내선 볼 수 없어 더 끌려

파비아는 라피드, 옥타비아와 함께 스코다의 대표 차종이다. 특히 해치백과 왜건의 중간격인 콤비는 파비아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거두고 있는 모델이다. 이 파비아 콤비를 유럽 출장 중 렌터카로 시승했다. 스트레스 없는 가뿐한 몸 놀림, 콤비 특유의 넉넉한 적재공간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그 차를 직접 확인해 봤다.

체코의 국민차 스코다는 아우디 폭스바겐 그룹의 브랜드 가운데에서도 가장 실용적이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사랑받는 브랜드다. 선과 면을 잘 살린 디자인은 다소 단조롭지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떨어져 많은 자동차 애호가들에게도 인정받고 있다.

이 가운데 3세대 파비아 콤비는 2015년 해치백 데뷔 후 곧이어 데뷔한 가지치기 모델로 파비아의 공간 확장형 모델이다. 트렁크 공간은 전작보다 25L나 늘어난 530L로 투싼 ix(513L) 보다도 크다. 아우디-폭스바겐 그룹의 MQB 플랫폼을 써 더 가벼워졌으며 길이는 8mm 늘었지만 실내는 무려 21mm나 길어져 확실히 더 넓은 실내공간을 제공한다. 출장 중에 가져갔던 풀 사이즈급 여행가방 2개도 무리 없이 트렁크에 던져 놓을 수 있었고 시트의 공간 역시 충분해 여행 내내 적재공간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 정도였다.

인테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면 타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대시보드와 운전대는 브랜드 마크를 제외하면 폭스바겐의 것임을 단박에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단조롭다. 다름 아닌 아우디-폭스바겐 브랜드 패밀리룩을 입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흔한 직물 시트는 너무도 펑퍼짐해서 휑한 느낌마저 준다. 타국의 도로 위에서 가질 법한 긴장감도 사라질 정도였다. DSG가 적용된 기어봉 역시 아주 단조롭고 기본에 충실한 모습.

스코다 파비아 콤비의 앞뒤 모습은 수수하다. 세로형 그릴과 네모반듯한 헤드램프는 딱 필요한 것만 갖춘 듯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다. 리어램프와 각을 세운 범퍼 역시 화려함보다는 편의성에 주안점을 맞췄다. 측면에서 보면 짧고 몽톡한 느낌이어서 강인하다거나 스포티하기보다는 실용적이며 안정감이 느껴지는 효율적 구성임을 알 수 있다.

스코다 파비아 콤비의 파워트레인은 아우디-폭스바겐의 기본형 모델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75마력을 내는 3기통 가솔린 엔진이 DSG와 조합을 이룬다. 섀시의 안정감이 탁월해서 좀 더 강력한 엔진도 얹을 수 있겠다 싶지만 스코다는 디젤엔진을 탑재한 버전도 110마력으로 묶어 연비를 더 높이는 데 치중한 구성을 선택했다.

출력 아쉽지만, 기본기 탄탄

경차를 제외하면 1L급 GDI 엔진이 적용된 소형차급은 국내선 만나보기 어려워 개인적으로 궁금증이 컸다. 적재공간을 든든하게 만든 콤비에 3기통 가솔린 엔진이라니. 유럽형 자린고비들이란 지독하구나 싶었다.

가솔린 엔진을 깨우니 적당한 진동과 소음이 차내로 울린다. 잡소리는 전혀 없었고 가속 페달을 밟으니 스르륵 하고 속력을 붙여 나간다. 박력있게 페달을 밟으니 이내 뒤를 밀어주는 힘이 상당하다. A필러가 다소 두꺼운 편이어서 회전 시에는 시야를 가리는 단점이 있지만 시트 포지션이나 안정감있는 엔진의 반응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어느 영역에서도 섀시의 안정감이 탁월하다는 점은 이차의 기본기에 대한 정확한 반증처럼 느껴졌다.

주목할 만한 점은 고속안정감이 탁월하다는 점이다. 대략 5천rpm에서 최고출력이 나오는데 시속 140~150km 이상 주파하는 유럽 고속도로의 다른 차들과 크게 뒤지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Rpm이 다소 높아 엔진의 소음은 귀를 때렸지만, 주행 감각은 크게 불안하지 않았다.

크게 돌아나가는 회전 구간에서도 차가 밀리거나 쏠리는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주저앉지 않고 탄탄하게 받쳐줬다. CP(Clipping Point) 통과 이후 재가속시에도 출력은 좀 부족했지만 섀시 안정감은 든든했다. 국민차 만들기에 집중해온 폭스바겐의 일원인 만큼 이 클래스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확실한 장점을 챙겼다. 반면 단점은 철저히 없애는 그들의 자동차 만들기 실력에 감탄하는 순간이었다.

차급의 특성상 악셀페달의 반응은 즉각적이라고 보긴 어려웠지만 조향능력 만큼은 탁월했고 저속이든 고속이든 상관없이 차체 안정감이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엔진 출력의 한계로 인해 속도를 더해나가는데 너무 굼뜨다는 인상은 지우기 어려웠다. 공기저항을 이기지 못해 간혹 큰바람이 불면 그대로 운전대에 영향을 줬다. 게다가 풍절음을 비롯해 엔진의 소음이 차내로 들이치는데 방음마저 소홀하다 싶었다. 유럽인들은 이런 소음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데 사실인 듯하다.

실내 소재나 조작감은 확실히 싸구려 품질이 분명했고 엔진의 출력은 아쉽기만 한데 넉넉한 공간과 안정감이 느껴지는 섀시로 인해 섭섭함이 눈 녹 듯 사라졌다. 적어도 이차를 처음 봤을 때 기대했던 장단점들을 고스란히 몸으로 다시 느끼게 됐다. 우리에게도 이런 차가 있다면 좋겠지만, 관건은 팔릴 만한 모델이 아니라는 것.

Editor’s note

효율적인 구성과 안정감 넘치는 섀시는 스코다 파비아 콤비의 자랑. 하지만 다소 부족한 출력 그리고 서운함마저 느껴지는 실내 소재와 시트는 국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매력적이었다. 넓은 공간과 탄탄한 기본기는 잊혀지지 않을 만큼.

김경수

김경수 기자

kks@encarmagazine.com

좋은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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