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테스트

> 리뷰 로드테스트 > 혼다 시빅의 호감과 비호감, 그 아찔한 경계

혼다 시빅의 호감과 비호감, 그 아찔한 경계

1972년 처음 세상에 등장한 ‘시빅(CIVIC)’은 10세대까지 진화한 혼다의 장수 모델이다. 토요타 코롤라와 함께 준중형 차급의 대표 격 모델인 10세대 시빅이 지난달 15일 국내에도 데뷔했다. 무난한 성능과 잔 고장 없는 내구성을 바탕으로 충직한 이미지를 간직한 혼다의 대표 준중형 모델을 시승했다.

10세대 시빅은 9세대와 마찬가지로 크게 3가지 모델로 구성된다. 세단과 해치백 여기에 고성능 버전인 타입 R이 그것이다. 파워트레인은 1.5L 가솔린 터보 엔진과 CVT가 메인이지만, 국내에 도입된 모델은 미국 생산분이며 2.0L DOHC i-VTEC 가솔린 엔진과 CVT를 적용했다. 최고출력은 160마력(6,500rpm), 최대토크는 19.1kg.m까지 발휘할 수 있다.

혼다의 ‘익사이팅 H디자인’이 적용된 시빅은 차체 전체가 마치 칼로 툭툭 베어낸 듯 날렵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20mm 낮춘 전고와 45mm나 넓힌 전폭은 전체적으로 전 세대보다 낮고 넓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고 스타일을 확실히 개선한 실내도 외관의 테마를 잘 이어가고 있다. (4,650 × 1,800 × 1,415mm, 전장 × 전폭 × 전고 / 휠 베이스 2,700mm)

A필러와 앞 유리를 낮게 설정해 전반적으로 스포츠카에 앉은 분위기 마저 자아낸다. C필러는 세단이라기 보다는 패스트백 타입에 더 가까울 만큼 우아한 루프 라인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 트렁크 리드를 짧게 가져가면서 뒤 유리창을 키우고 여기에 ‘C’자형 리어램프를 과격하게 키워 전반적으로 디테일이 큼직해 시인성이 상당히 우수했다.

낮아진 차체는 시트에 앉으면 확실히 체감할 수 있다. 게다가 힙 포인트를 최대한 낮추면 마치 스포츠카의 착좌감과 비슷한 기분도 느껴진다. 운전대는 손에 잘 잡히며 돌리는 데 힘이 크게 들지 않아 편하다. 경제형 주행모드 활성화 버튼인 ECON 버튼은 기어봉 우측으로 내려왔다. 7인치 터치스크린에는 오디오와 듀얼 존 에어컨등을 조절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아틀란 맵을 사용하는데 현대적이거나 미래지향적이라고는 보기 어려웠지만 사용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뒷좌석은 착좌감 좋은 시트와 넓고 안락한 공간이 인상적이었다. 헤드룸과 레그룸은 충분했고 35mm 앞당겨진 힙 포인트는 어색하지 않았고 좋은 시야를 제공하고 있었다. 트렁크 공간도 517L나 되어 웬만한 중형 세단보다 크다. 실내 수납공간도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도어 포켓은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콘솔 박스 공간은 깊고도 넓다. 뿐만 아니라 기어봉 앞과 안쪽에도 수납공간을 따로 만들었다.

혼다 시빅의 섀시는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독립형 멀티링크를 채택하고 있으며 리어에는 서브 프레임을 적용하고 전후의 부싱은 밀폐력을 더 높이는 방식의 성능 개선을 했다. 특히 혼다 시빅은 10세대에 이르면서 비틀림 강성은 25% 향상시키고 경량화는 세단 기준 22kg을 진행시켰는데 이런 변화는 그대로 핸들링 개선으로 이어졌다.

승차감은 사실 스포티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전반적으로 2.0L 가솔린 엔진은 밀도 있는 가속성능을 발휘하면서도 핸들링은 차분하고 정숙했다. 물론 가속페달을 급격히 밟지 않는다는 전제다.

9세대 시빅을 시승했던 기억을 되짚어 보자면 운전대는 적당히 가벼웠고 이런 가벼움은 차체를 흔드는 노면 상황과 코너의 탈출과 진입과정에 운전자로 하여금 어느 정도 여유를 부여했었다. 하지만 이번 신형 시빅은 부드러운 서스펜션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여유보다는 긴장감이 생긴다. 특히 스포티함과 연결고리를 찾기 어려웠던 CVT는 편견을 비웃는 듯 가속페달에 대한 반응도 신속했고 상당한 고속 구간까지 엔진의 출력을 꾸준하게 끌어내며 걱정을 털어낼 수 있었다.

다만 엔진회전수가 높아지며 들이치는 소음은 너무 듣기 싫었고 엉뚱하게 ‘벙벙’대는 배기음은 운전의 집중력 마저 해친다. 회전구간에서는 전륜구동차 특유의 언더스티어가 문제였지만 핸들링과 운동성능은 전체적으로 합격점을 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일본 자동차 특유의 승차감 즉 안정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노면 컨디션과 크게 상관없이 운전을 쉽게 만드는 방식은 시빅에서도 동일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종류의 핸들링과 승차감을 만들 수 있는 건 혼다와 토요타 뿐 인 것 같다.

국내 출시된 혼다 시빅은 실버, 화이트, 블루, 레드의 4가지 컬러를 고를 수 있고 가격은 3,060만 원이다. 고사양 엔진과 좋은 편의사양으로 차별화를 원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한 혼다 코리아의 전략은 납득이 간다. 물론 소비자들의 반응은 또 다른 문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세대 혼다 시빅 자체는 매력적이다. 특히 부드러운 승차감과 조용한 실내가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주행감각은 잊을 수 없다.

Editor’s Point

이 차를 이야기하면서 혼다 시빅의 ‘문제적 가격’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국산차가 비싸졌다고 해도 혼다 시빅의 가격표를 보면 다른 생각이 들 정도다. 혼다 시빅의 호감은 차 그 자체다. 그리고 비호감은 가격이다. 어디에 가중치를 둘 것인가 하는 건 개개인의 몫이다.

전문가 평가

72.1
  • 75 파워트레인
  • 80 섀시 & 조종성
  • 90 승차감
  • 80 안전성
  • 60 최신 기술
  • 50 가격 & 실용성
  • 70 기타
김경수

김경수 기자

kks@encarmagazine.com

좋은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작성자의 다른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