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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소리나는 스타일러, 레인지로버 벨라 시승기

랜드로버가 럭셔리 라인 레인지로버 벨라를 출시하면서 라인업의 견고함을 한층 끌어올렸다. 투박한 형들보다는 유연함을 살려 시선을 사로잡았으며, 주행성능 역시 온로드에 집중했다. 복잡한 건 따지지 않아도 강남 거리에서 이 녀석을 자주 만나게 될 것만은 분명하다.
글_고석연 기자, 사진_고석연,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랜드로버 코리아는 22일, 서울과 인천 일대에서 레인지로버 벨라 미디어 시승회를 열었다. 2016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벨라는 레인지로버 스포츠와 이보크의 공백을 메워 레인지로버 라인업을 보다 촘촘히 채운다는 전략. 사전에 가격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많았던 만큼 상품성 만큼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지 직접 확인을 위해 시승회 현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완전히 새로운 레인지로버인 듯 해 보이는 벨라는 사실, 재규어 F-페이스와 많은 것을 공유한다. iQ(D7a)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으며, 세팅값만 조금 다른 인제니움 엔진. 심지어 휠베이스의 길이도 같다. 차체의 알루미늄 사용 비중은 82%로 F-페이스의 80%보다 조금 높다.

레인지로버 벨라의 첫인상은 매끈하다. 차체 크기에 압도되던 기존 레인지로버(물론 이보크는 제외한다.)와는 사뭇 다른 인상. 각진 두부를 썰어 놓은 듯한 랜드로버의 디자인은 과거 디스커버리 스포츠 이후로 변화를 겪고 있다. 특히, 보닛에서 그릴을 지나 범퍼까지 떨어지는 라인은 단 한 번의 걸림 없이 매끄럽게 이어져 내려온다.

레인지로버 벨라 디자인의 백미는 측면.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루프라인과 D 필러에서 백도어로 이어지는 매끈함은 스포티함의 정점을 찍는다. 특히, 리어 범퍼 하단의 라인을 추켜 올린듯한 모습은 긴장감이 넘친다. 이는 오프로드 주행 시 이탈각을 높일 수 있는 디자인이기도 하다.

돌출형 도어 핸들도 특이하다. 랜드로버 최초로 도입된 자동 전개식 '플러시 도어 핸들'은 스마트 키를 통해 도어의 잠금을 해제하거나 핸들의 버튼을 누르면 돌출된다. 차가 잠기거나 8km/h로 주행하면 다시 원위치로 들어간다. 미관상 매끈한 측면 라인을 만들어 주며, 공기 역학적 기능도 뛰어나다.

실내로 들어가면 센터 상·하로 자리한 10인치 스크린 두 개가 시선을 압도한다. 과거 인피니티 Q50에서 경험한 바 있다. 랜드로버는 이를 '터치 프로 듀오(Touch Pro Duo)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라 부른다. 상단 스크린에서는 내비게이션, 미디어, 전화를 제어할 수 있으며, 하단에서는 공조 시스템과 시트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상단 스크린은 시동을 걸면 30도가량 기울여져 보기 편한 각도로 변하며, 운전자가 각도를 조정할 수 있다.

초호화 인테리어 소재를 상상하게 하는 가격에 비해 구성은 소박한 편. 몸과 손이 닿는 부분은 고급스러운 가죽으로 충실히 둘렀지만 곳곳에서는 플라스틱과 우레탄 소재도 썼다. 시트의 가죽 촉감은 단단하지만 사이드 볼스터의 크기가 작아 몸을 잘 지탱하지 못한다. 비교적 체구가 작은 운전자는 미끄러지기 쉽다.

이번에 국내 출시하는 레인지로버 벨라는 2L와 3L 디젤엔진을 각각 3가지 트림으로, 가솔린 엔진은 3L 단일 트림으로 구성해 모두 7가지 선택지를 만들었다. 그중 시승모델은 D300 R-다이내믹 SE 모델. D300은 3L 터보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로 파워트레인을 꾸린다. 최고출력 300마력(4,000rpm), 최대토크 71.4kg·m의 성능을 발휘하며,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는 6.5초가 걸린다. 공차중량이 2,160kg에 달하는 체구를 감안하면 상당히 파워풀한 움직임이다.

시동을 켜고 도로에 나서면 정숙성에 가장 먼저 놀란다. 저속과 고속 주행을 가리지 않으며, 특히나 절제된 풍절음은 140km/h까지도 거침이 없다. 인스트럭터 말에 따르면, 벨라는 이중 접합 유리 등을 사용하지 않고도 항력계수가 0.32 Cd에 불과해 정숙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참고로 이 항력계수는 역대 가장 낮은 수치다.

전륜에는 더블 위시본, 후륜에는 인터그럴 링크 방식의 서스펜션을 사용했으며, 에어 서스펜션 기능도 탑재됐다. 여기에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기술을 추가해 초당 500회의 노면 상황과 100회의 차체 움직임을 모니터링해 댐퍼의 상태를 조절한다.

주행 모드는 에코, 컴포트, 다이내믹, 잔디/자갈/눈길, 진흙, 모래, 오토 총 8가지. 오프로드에 사용되는 모드를 제외하고 고루 테스트 한 결과 노면의 상태와 주행 조건에 따라 똑똑하게 반응하는 '오토' 모드면 만사형통. 약 60km 구간은 직접 스티어링 휠을 잡았고, 나머지 60km 구간은 뒷좌석에서 승차감을 점검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도로에서 만나는 요철이 더 이상 벨라에게는 스트레스가 아니다. 딱딱하게 튀지도, 물렁하게 출렁이지 않고 금세 자세를 고쳐잡는다. 단, 운전석에서 느낄 수 없었던 충격이 2열 시트에서는 다소 불편하게 다가온다. 대시보드 쪽 스크린을 힐끔 보니 '에코'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레인지로버 벨라는 레인지로버 라인업에 새로운 모델의 등장이자, 향후 레인지로버 변화의 방향성을 살필 수 있는 모델이다. 능동형 안전 장비에 비교적 소극적이던 랜드로버가 벨라에는 전 모델에 자동 비상 제동장치를 탑재할 만큼 상품성도 만족스럽다.

시승을 마치며 스스로 레인지로버 벨라를 머릿속에 정의했다. 훗날 아니, 지금 나에게 배우자를 위한 한 대의 차를 꼽자면 그 차가 바로 레인지로버 벨라다.


Editor’s point
레인지로버 벨라의 국내 공식 데뷔는 오는 9월 19. 랜드로버 코리아는 3L 디젤 모델인 D300에서도 HSE를 주력 모델로 꼽고 있다. 가격은 1억 2,520만 원. 240마력을 발휘하는 2L 디젤 모델은 조금 더 저렴하지만 큰 차이가 없다. 2톤이 넘는 무게의 차인 만큼 엔진 선택은 주로 사용하는 용도에 맞게 반드시 시승해 보길 추천한다.

고석연

고석연 기자

nicego@encarmagazine.com

공감 콘텐츠를 지향하는 열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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