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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피느 A110 시승기, 포르쉐 카이맨의 설득력 있는 대안

전설적인 프랑스 브랜드가 부활했다. 그리고 그들은 재빨리 포르쉐 카이맨과 겨룰만한 주인공을 완성했다.

당신이 알피느에 대해서 알지 못해도 용서하겠다. 호주에서 알피느 스포츠카를 판매한 적이 없기에. 그와 상관없이 이들은 유럽 모터스포츠 역사에 뛰어난 족적을 남겼다. 1950~70년대에 용맹스러운 알피느의 전사들은 포르쉐처럼 강력한 적과 치열하게 싸워 승리했다.

그리고, 2018년 새로운 무기를 들고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이들은 다시 한번 오래된 독일 라이벌을 겨누고 있다. 정확히 말해 A110의 총구는 포르쉐 718 카이맨을 겨누고 있다. 역경을 극복하고 또다시 승리를 맛볼 수 있을까?

알려진 것처럼 포르쉐와 멋진 라이벌 구도를 이루던 알피느는 1995년 이후 르노 모터스포트에 흡수되어 클리오 RS와 메간 RS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알루미늄 아키텍처를 이용해 개발한 작고 가벼운 MR 쿠페로 옛 영광을 노리고 있다.

스타일은 1973년 WRC를 주름잡았던 2도어 2인승 쿠페 A110 베를리네트에서 영감을 얻었다. 오리지널의 아주 멋진 곡선들을 그대로 옮긴 분위기다. 진화한 공기역학적인 설계(바닥을 평평하게 밀고 대형 디퓨저를 붙였다)는 보너스다.

하지만,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은 가벼움에 있다.

길이 4.18m, 너비 1.80m, 높이 1.25m의 콤팩트한 알피느의 무게는 옵션을 빼면 1,080kg까지 준다. 이는 카이맨보다 260kg 가까이 가벼운 것이다. 용접 대신 리벳과 접착제를 사용한 알루미늄 아키텍처와 엔지니어들의 광적인 집착 덕분이다.

예컨대, 특별하게 개발한 사벨트 시트는 안락하면서도 끈적한 그립을 주지만 무게는 13.1kg에 불과하다. 리어 브레이크의 경우 캘리퍼 안에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시스템을 넣으며 구조를 단순화해 8.5kg의 무게를 줄였다. 심지어 스피커(470g)까지 그들이 평소에 사용하던 것보다 훨씬 가볍게 만들었다.

엔지니어들은 17인치와 18인치 휠을 모두 선택할 수 있지만, 후자에 대한 수요가 더 많을 것으로 보여 이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더 노력했다고 말한다.

클린시트 형태의 디자인과 연료탱크를 드라이버 앞쪽에 배치하는 플랫폼 덕에 앞뒤의 무게 비율을 44/56으로 맞출 수 있었다. 미드십 쿠페로선 아주 이상적이다.

서스펜션에서도 타협은 없었다. 엔지니어들은 최대한 레이스카에 가깝게 더블 위시본 서스펜션을 세팅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처럼 작은 모델에선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알피느는 무게가 늘어난다는 이유를 들어 능동형 댐퍼도 달지 않았다. 대신 코일오버 댐퍼를 위해 유럽식 범프 스톱을 개발했다.

Not all good news

불행히도 모두 좋은 건 아니다. 예컨대 전동식 파워스티어링은 칼럼식이다. 랙 마운트 방식이 스티어링 감각이 더 좋지만 가뜩이나 작은 연료탱크(45L)를 더 줄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칼럼식을 선택했다. 사이드 에어백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이를 담도록 설계했지만, 후에 무게를 줄이기 위해 포기하기로 했다. 안전에 까다로운 일부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또 다른 불만은 엔진과 변속기다. 252마력짜리 1.8L 터보 엔진은 한국의 르노삼성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알피느가 터보 시스템을 교체하면서까지 최선을 다해 스포츠 쿠페의 특성에 맞추려고 했지만 완벽하게 해낸 느낌은 아니다. 이 엔진은 후에 메간 RS에도 오른다.

순수 마니아들에겐 수동 변속기가 없다는 점도 아쉬움이 될 것이다. 프로젝트 초창기엔 6단 수동기어도 고려 대상이었지만 수요에 비해 그들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 더 크다는 판단을 내렸다.

흥미롭게도 게트락에서 만든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클리오 RS의 것과 관련이 없다. 알피느 엔지니어들은 콤팩트한 사이즈와 무게를 줄이기 위해 집중했고 기어비도 다르다. 결과적으로 더 큰 토크 대응이 필요한 차세대 메간 RS에서도 이 변속기를 사용하지 못한다. 오로지 A110만을 위한 변속기다.

The real deal

A110은 빠르다. 100km/h를 4.5초에 끝내고 250km/h까지 시원하게 가속한다. PDK를 장착한 718 카이맨 GTS보단 0.4초 느리지만, 350마력짜리 포르쉐 718 카이맨 S(4.4초) 만큼 빠르다. 다. 참고로 718 카이맨 GTS의 최고속도는 290km/h이다.

운전자의 드라이빙 취향에 최상의 결과물을 제공하기 위해 A110은 3가지 드라이빙 모드(노멀, 스포트, 트랙)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스티어링의 감각과 스로틀 반응, 기어 변속 속도 그리고 엔진 사운드를 달리한다. ESC를 완전히 끌 수도 있다. 물론 후자는 미끄러운 노면에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A110 실내의 첫인상은 훌륭하다. 하지만 꼼꼼히 살피면 아쉬운 부분이 드러난다.

우선은 감동적인 부분부터 이야기하자.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시트는 판타스틱하고 작은 스티어링 휠도 맘에 든다. 퀼트 처리한 도어 안쪽의 가죽도 긍정적이다. 심지어 진짜 카본 파이버 장식도 있고 모드에 따라서 화려하게 변신하는 버추얼 인스트루먼트 패널도 칭찬할만하다.

그렇다면 뭐가 아쉬운가? 포르쉐 카이맨과 아우디 TT와 비교해 고급스럽지 못하다. 전체적으로 소형 해치백인 클리오 수준의 플라스틱들이 눈에 띈다. 8천만 원이 넘는 차의 값을 생각할 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기대 이하다.

Keen to please

다행히, 이런 불만은 시트에 앉아 페라리 스타일의 'D' 버튼(센터 콘솔에 있다)을 누르고 드라이브 모드를 바꿔가며 움직이면 금방 잊힌다.

무게를 덜어내 얻은 장점이 상당하다. 무거운 차들은 롤과 피칭을 줄이기 위해 아주 강한 스프링을 넣을 수밖에 없다. 반면, 가벼우면 서스펜션에 힘을 빼도 유연하면서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 작은 쿠페는 험하기로 이름난 도로에서도 완벽히 제 역할을 수행한다. 범프와 도로 위의 수술 자국, 심지어 아스팔트를 가로지르는 철로를 지날 때도 운전자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다. 아주 부드러우면서도 코너에선 롤이 크지 않다. 신기할 정도다.

스티어링은 빠르고 정확하다. 좁고 표면이 좋지 못한 도로에서도 허둥대지 않는다. 심지어 그립이 떨어지는 노면에서도 공포스럽지 않다.

불만은 1.8L 터보 엔진이 만드는 볼품없는 사운드다. 저 회전에선 가글 할 때와 비슷한 소리를 내고 회전을 올려도 매력적이지 않다. 스포츠 배기 시스템을 달았음에도 말이다.

No one-track pony

인근의 서킷에서 우리는 조금 더 거칠게 몰 기회를 얻었다. 낮은 기온으로 인해 미끄럽지만 한계 상황에서도 확실한 믿음을 준다. 무엇보다 운전의 재미가 으뜸이다.

스포츠 모드로 주행하면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아주 작은 출력이라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듯 재빠르게 움직인다. 브레이크는 강력하고 200km/h에서 반복적으로 페달을 밟아도 실망시키지 않는다. 카이맨처럼 ABS 개입까지 쉽게 컨트롤할 수 있다.

노면의 온도가 오르면서 우리의 확신도 더해갔다. 드라이빙 모드를 트랙(Track)으로 바꿨다. 이는 약간의 슬립을 허락하는 세팅이다. 컨트롤 가능한 영역에서 드리프트를 즐길 수 있다.

엔지니어는 A110에 LSD(limited-slip differential)를 추가하면 더 많은 트랙션을 확보할 수 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무게가 늘어나 앞뒤의 밸런스가 무너지면 의도치 않은 언더스티어를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SC'를 완전히 끄고 도전해보라는 소릴 들었지만, 더 나은 노면 상황에서의 도전을 위해 우린 잠시 이를 미루기로 했다.

트랙을 빠져나와 다시 도로에 접어들어 전에 경험한 바 없이 짜릿한 코너링 스피드를 경험했다.

Mission accomplished

르노 스포츠팀은 즐거움에 초점을 맞추려고 노력했고 이를 이뤄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우리는 A110이 열심히 일해서 구입할 수 있는 수준의 자동차들 중에서 가장 즐거운 자동차라는데 동의한다.

우리에게 실망감을 주었던 알파로메오 4C보다 월등하다는 점은 확실하다. 게다가 4기통 엔진을 얹은 F-타입보다 훨씬 빠르다.

세그먼트를 대표하고 있는 포르쉐 718 카이맨의 값이 호주에서 9,620만 원부터인 점을 고려할 때 가격(아직 호주의 판매가가 결정되지 않았다)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안팎으로 카이맨이 훨씬 더 고급스럽게 보이는 걸 부정할 수 없으니까.

알피느는 새로운 고객들이 이를 간과하길 희망한다. 그리고 A110의 개성과 이 창조물을 만들기 위해 쏟은 열정에 매료되길 바랄 것이다.

심적으론 이에 동의하지만, 객관적으로 보자면 쉽지 않은 도전이다. 만약, A110의 값이 기본형 카이맨보다 적어도 2만 호주달러(약 1,600만 원) 정도 저렴하게 나온다면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장점>

. 복합적인 드라이빙 능력
. 퍼포먼스
. 놀라운 승차감

<단점>

. 가격
. 비좁은 트렁크
. 수동기어가 없다

글_John Mahoney (엔카매거진 파트너, 호주 모터링닷컴 에디터)

 

전문가 평가

77.9
  • 85 파워트레인
  • 90 섀시 & 조종성
  • 85 승차감
  • 65 안전성
  • 75 최신 기술
  • 65 가격 & 실용성
  • 80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