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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아테온 시승기, CC보다 스포티하고 예쁘다

잘게 쪼갠 니치 마켓에서 폭스바겐을 능가할 브랜드는 거의 없다. 아우디와 스코다를 포함한 폭스바겐 그룹의 포트폴리오가 그만큼 다양하다는 뜻이다. 이번에 소개할 아테온은 아우디 A5와 스코다 수퍼브 사이에 자리한다. 호주에선 터보 엔진과 AWD를 결합한 한 가지 모델만 판다. 플랫폼은 현행 CC와 같지만 스포티함에 초점을 맞췄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폭스바겐 아테온과 전작인 파사트 CC의 가장 큰 차이점은 스포티함이다. 솔직히 말해 CC는 전 세대 파사트의 부드러운 승차감과 무른 코너링 움직임을 그대로 유지했었다. 하지만 아테온은 더 뛰어난 스티어링 응답성과 보디 컨트롤 능력을 지녔다.

예컨대, 이 차의 코너링 솜씨는 절반 크기의 그것처럼 느껴진다. 파사트 크기의 몸놀림보다 제타의 움직임에 가깝다. 전엔 폭스바겐이 포드 몬데오보다 약간 굼떴지만 이젠 상황이 역전되었다. 몬데오는 물론이고 비슷한 크기의 라이벌보다 핸들링이 정교하고 보디 컨트롤은 더 뛰어나며 그립의 레벨도 높다. 스티어링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점도 전과 다른 모습이다.

그렇다고 승차감을 포기한 건 아니다. 예로 아테온 능동형 섀시 컨트롤 시스템을 기본으로 탑재했다. 도심에선 나긋나긋하고 코너링에선 맛깔스러운 솜씨를 뽐낸다.

노말 모드에서 스프링이 거친 범프와 포트홀의 날카로움에 대응하는 동안 댐퍼는 노련하게 자기 역할을 수행했다. 심지어 스포츠 모드에서조차 불쾌한 충격을 전달하지 않는다. 컴포트와 에코 모드에선 더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이지만 컨트롤 능력이 떨어지는 수준까지 내려가진 않는다.

폭스바겐이 승차감과 코너링 능력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법을 터득한 모양이다. 쓸데없이 딱딱한 서스펜션을 쓰지 않고서도 말이다. 아마도 AWD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을 것이다.

Potent, exploitable power

AWD 구동계는 터보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거친 토크를 네 바퀴에 전달한다. 저속에서부터 레드존 가까이 회전할 때까지 민첩하게 움직인다. 잘 정제된 터보 엔진은 어떤 회전에서 건 즉각적으로 묵직한 토크를 토한다. 동력 전달은 아주 직관적이어서 다루기 쉽다. 복잡한 도심과 고속 주행을 가리지 않고서 말이다.

스포츠 모드가 되면 좀 더 깊고 우렁찬 사운드를 들려준다. 오버런이 되면 팝콘 튀기는 소리까지 낸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 실내에서 이를 알아채기 힘들다. 실내 정숙성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에코 모드로 전환하면 감성을 포기하지 않는 수준까지 차분해진다. 억지로 힘을 뺀다는 느낌보다는 연료를 절약하고 있다는 정도만 넌지시 알리는 것 같다.

퍼포먼스에 치중한 나머지 연비는 살짝 불만이다. 아마도 이 차의 오너가 되면 주행하면서 10km/L 이상의 연비를 경험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출퇴근하면서 기록한 트립 연비는 12.4L/100km(약 8.1km/L)였다.

아이들 스톱 장치를 달지 않았다면 연비가 더 떨어졌을 것이다. 이 장치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뗄 때 생각보다 천천히 작동한다. 오토홀드 기능이 꺼져 있을 때라도 운전자가 내리면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잡는다.

변속할 때 가끔 충격을 주는 건 아쉽다. 반면, 브레이크 시스템은 아주 부드럽게 차를 세운다. 강력하고 페달 감각도 좋다. 정숙성이 뛰어나 크루징 시에 노이즈를 잘 억제했다. 타이어의 '웅웅' 거림과 바람소리도 최소화했다.

어둠 속에서 아테온의 헤드램프는 밝은 빔을 쏜다. 저속에선 고정형 코너링 램프도 큰 역할을 수행한다. 낮은 루프라인임에도 실용성은 좋다. 운전자를 잘 지지해주면서도 안락한 시트가 맘에 들고 계기판과 인체공학적인 노하우가 반영된 스위치 배열도 훌륭하다. 액티브 인포 디스플레이도 유용하다. 은은한 무드 조명에 대해선 의견이 갈릴 것이다. 멋스럽지만 야간 운전 중엔 좀 성가실 수 있으니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충분치 않다. 라이벌들과 달리 애플 카플레이를 활용해 스트리밍 형태로 음악을 들을 수 없다. 스마트폰 혹은 기타 장치를 활용하려면 USB 케이블을 연결해야 한다.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USB 포트의 위치도 애매하다. 반면 내비게이션의 음성 명령 기능은 편리하다.

뒷좌석을 타고 내리는 승강성은 전보다 나아졌다. 레그룸도 평균키의 성인이 타기에 충분하다. 대신, 헤드룸은 디자인을 위해서 양보한 느낌이다. 뒷좌석용 송풍구가 센터 콘솔 뒤에 마련되어 있고 그 아래에 230V와 12V, USB 포트도 배치해 쓰임새를 극대화했다.

트렁크는 특별히 바닥이 낮진 않지만 깊고 넓다. 리프트 백 형태의 긴 테일게이트 덕분에 큰 물건을 쉽게 내리거나 실을 수 있다. 트렁크 바닥에 풀 사이즈의 스페어타이어를 두었다는 점은 호주처럼 땅이 넓은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환영할만하다.

아테온은 폭스바겐의 니어 프레스티지 전략의 결과물이다. 싼값으로 고급스러운 감성을 자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렇더라도 아우디 A5 스포트백의 고객을 빼앗진 못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에겐 아우디의 배지가 있으니까.

반면, 스코다의 성장세가 걱정된다. 폭스바겐이 아우디보다 저렴한 값으로 아우디급의 감성을 추구한 것과 마찬가지로 스코다도 좀 더 싼값에 폭스바겐과 비슷한 감성과 품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파워를 고려할 때 럭셔리로 인정받는 아우디와 폭스바겐 브랜드의 차종을 두고 고민하는 고객은 많지 않지만, 대중 브랜드인 폭스바겐과 스코다 모델을 놓고는 고민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적은 내부에 있다.

<장점>

. 파사트보다 스포티한 드라이빙 감각
. 승차감과 핸들링의 뛰어난 밸런스
. 잘 정돈되고 세련된 스타일

<단점>

. 투박한 변속 동작
. 뒷좌석 헤드룸
. 리어 와이퍼가 없다

 

글_Ken Gratton (엔카매거진 파트너, 호주 모터링닷컴 에디터)

전문가 평가

77.9
  • 80 파워트레인
  • 85 섀시 & 조종성
  • 80 승차감
  • 80 안전성
  • 70 최신 기술
  • 75 가격 & 실용성
  • 75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