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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시승] 포르쉐 718 GTS vs BMW M2

<들어가는 말>
포르쉐와 BMW M. 둘은 자동차 매니아가 좋아할 만한 모델을 만든다. 고성능을 지향하고, 모터스포츠를 통해 진화하며, 독일 태생인 것도 닮았다. 물론 차이도 있다. 예컨대 둘 다 스포츠를 지향하는데도 막상 타 보면 성향이 퍽 다르다. 그건 1박 2일짜리 시승으로는 알 수 없다. 오랜 기간 곁에 두고 보유해야 안다. 다행히 필자의 차가 M2이기 때문에 포르쉐 오너만 섭외하면 될 일이었다.

이윽고 A 씨를 만났다. 그는 포르쉐 718 박스터 GTS를 탄다. 이른바 흰빨빨(흰색 보디/빨간 탑/빨간 인테리어를 일컫는다) 조합에 옵션을 마구 쓸어 담았다. 차 값만 1억3,000만 원을 넘긴다. 718은 필자의 M2처럼 2018년 하반기에 출고했단다. 한편 나의 M2는 커뮤니케이션 컬러인 롱비치 블루 페인트를 발랐다. LCI 모델로서 디퓨저와 트렁크에 카본 파츠가 기본으로 붙어 나왔다. 전기형과 눈에 띄게 다른 점은 LED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정도다. 파워트레인은 기존과 같다.

우리는 시승에 앞서 엄격한 룰을 정했다. ‘각자의 차를 자랑하지 말자’는 거였다. 안 그러면 본인 애마에 대해 좋은 소리만 늘어놓을 테니까. 나아가 이에 대한 확실한 예방주사로서 정교한 룰을 하나 더 세웠다. 아예 자기 차를 내어주고 상대방의 차를 시승하기로 한 것. 이로써 A 씨는 필자 M2의 두툼한 M 스티어링 휠을 움켜쥐었다. 나는 718의 18웨이 스포츠 시트에 엉덩이를 끼웠다. 그날 벌어진 교차 경험에 대한 얘기들, 아래에 정리했다.

정상현 기자(이하 기자) : 포르쉐와 비교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사실 당신의 718 GTS가 저의 M2보다 훨씬 비싸잖아요. 그래서 제 입장에서는 과분하지요. 브랜드 가치 역시 BMW보다 포르쉐가 한층 높고. 반대로 A 씨께서는 아랫급과 비교 당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페라리를 가져오고 싶었습니다만.

A 씨 : 전혀요. M과 포르쉐는 공통점이 많죠. 둘 다 독일 출신에 그 뿌리를 모터스포츠에 두었으니까요. 결정적으로 양쪽 모두 카매니아가 환호하는 자동차 중 하나잖습니까. 실제 고객층도 좀 겹치는 것 같아요. 포르쉐 동호회에는 M을 탄 적 있었던 이들이 상당히 많더라고요. 아울러 약 370마력의 힘을 오직 리어 타이어로 보낸다는 점에서 재미있는 비교가 될 게 분명했습니다.

기자 :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M에서 포르쉐로 넘어가는 분이 많다고 하셨는데 저는 그 반대의 케이스였어요. 2015년에 박스터(981)를 출고해 2년 반 정도 타다 M2로 넘어왔으니까요. 개인적으로 M은 예전부터 꼭 타보고 싶은 차였습니다. E46 M3와 E39 M5 시절부터 M에 푹 빠져 있었죠. 골수 매니아를 자처할 정도로 M을 동경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M2를 소유해 보니 제 성향에는 포르쉐가 더 맞는 것 같아요.

A 씨 : 오, 저도 E46 때부터 M 매니아였습니다. 사실 718 GTS 살 때 M5를 먼저 고민하기도 했죠. 그런데 왜 포르쉐가 더 낫다고 평가하시는지요?

기자 : M은 너무 날이 서 있어요. 항시 흥분해 있는 사람을 대하는 것 같죠. 긴장 돼요. 이따금 무섭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M2의 시동을 걸 때는 ‘오늘도 사고 안 나기를’ 하면서 기도해요. 그동안 다른 차 탈 때는 전혀 이런 적이 없었어요.
태생의 차이도 무시 못 합니다. 예를 들어 포르쉐는 오직 스포츠카 독자 플랫폼에서 전용 엔진을 넣어 태어납니다. 하지만 M은 양산품인 BMW를 강화한 버전에 지나지 않죠. 포르쉐의 납작하게 깔리는 무게 중심과 리어 엔진. M이 선천적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한계일 것입니다. 말하고 보니 제 차를 너무 깐 것 같군요.

A 씨 : 오히려 거기에 M의 가치가 있는 것 아닙니까? 껍질은 평범한데 실제 달리는 품새는 무시무시한 것. 하긴, M2는 생김새도 뭔가 “나 좀 달리는 차”라고 말하는 것 같긴 하네요. 특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부풀린 앞뒤 펜더가 인상적이에요.

기자 : 맞아요. M3는 국내에 3시리즈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의외로 눈이 잘 안 간대요. 반면 2시리즈 쿠페는 팔린 대수가 워낙 적어서 M2를 낯설어하는 이가 많습니다. 언급하신 뒤 펜더는 제 차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2시리즈 쿠페 대비 무려 80mm나 벌려 놓은 거거든요.

A 씨 : 80mm? 사실이라면 대단하네요. 991 기준 네바퀴 굴림 모델의 와이드 보디는 노말보다 44mm 넓을 뿐이니까. 911도 과하다고 느껴지는데 M2 펜더는 장난 아니군요.

기자 : 그래서 언뜻 보면 꼭 바퀴 쪽을 과장한 자동차 캐리커처처럼 다가옵니다. M2 순정의 437M 휠은 M3/M4와 함께 쓰는데요. 앞쪽 림폭이 9인치, 뒤쪽은 10인치나 돼요. 그래서 타이어보다 휠이 더 널찍합니다. 단조로 찍어 만들었기 때문에 개당 10kg 밖에 안 나가죠. 아울러 각종 하체 부품을 M3/M4와 공유하는 것도 내세울 만합니다.

A 씨 : 저… 우리 자랑하지 말자고 했었잖아요.

기자 : 죄송해요. 하지만 숫자 기반의 팩트만 말한 것 뿐입니다. 헤헤. 그럼 바라시는 대로 지금부터는 단점을 말해볼게요. 앞서 잠깐 얘기한 것처럼 M2는 좀 신경질적이에요. 이게 포르쉐와의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우선 스프링과 댐퍼가 무척이나 단단합니다. 양산차를 통틀어 가장 딱딱한 축에 들죠. 이게 서킷에서는 유리한데요. 문제는 일반 도로에서입니다. 로드 홀딩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러다 확 날라가 버리지 않을까?’ 싶을 때가 많습니다. 가속할 때도 그래요. 간이 철렁하지요. 1~2단 휠스핀은 당연하고 요즘 같은 노면에서는 3단에서도 뒤 타이어가 마구 스핀합니다. 자세제어장치 덕에 이내 잡혀도 심장은 쫄깃해지는 순간입니다. M2는 뒤를 털면서 가속하는 게 흔한 일이에요.

하지만 당신의 718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속이든 고속이든 결코 노면을 놓치는 법이 없었죠. 코너에서는 롤을 극도로 억제하면서도 로드 홀딩은 일반적인 승용차 수준입니다. M2가 EDC 없기 때문이라는 건 이유가 아니라고 봅니다. 이건 그냥 포르쉐 하체 세팅의 승리예요. 승차감, 코너링, 고속안정성, 유연성 등 모든 면에서 718의 압승입니다. 아울러 같은 상황에서 풀 가속을 때려도 M2와 달리 718은 여유 만만입니다. 운전자에게 필요 이상으로 겁을 주지 않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자극이 덜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결국 이런 게 세련미 아닐까요.

A 씨 : 말씀에 거의 동의합니다. 저도 비슷하게 느꼈어요. 둘이 출력과 구동 방식만 같을 뿐 너무 다른 차더군요. 718은 세련미가 빛나는 반면 M2는 짜릿함을 강조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이것에 대한 제 해석은 조금 달라요. M2는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든 차라고 생각합니다. M이 포르쉐보다 못 해서 그런 게 아니란 거죠.
잘 보세요. 양산형 자동차 중에 M2처럼 극단적으로 스포츠성을 강조한 차가 있었던가요? 요즘 나오는 차들은 모조리 ‘쉬운 운전’을 강조하거든요. 심지어 스포츠카는 물론이고 수퍼카들까지. 그런데 M2는 달라요. 오직 달리기만 생각한 차예요. 이렇게 딱딱한 댐퍼를 달고 M3 부품을 그대로 박아 버린 자동차를 내놓는 건 M이라서 가능했을 일입니다. 만일 다른 메이커의 기획팀이 M2 같은 차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다면? 중역들이 그들을 전부 잘랐을지도 몰라요.

기자 :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네요. 달리기에 집중해서 그런 거니까 정말 M에 빠질 수 있는 사람만 타라는 것. 좀 더 대중적인 M5나 M3가 있기 때문에 M2에서는 스포츠성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을 테죠. 그래서 일까요? M2 실내는 너무 싸구려 느낌입니다. “빨리 달리면 인테리어 볼 시간 없겠지? 그러니까 인테리어는 대충 만들자”고 한 것 같은.

A 씨 : 맞습니다. 저도 나름 BMW 매니아인데요. BMW 실내는 정말이지 너무 건조해요. 근데 또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1억 원 넘는 M3/M4에서는 인테리어가 도무지 납득이 안 됐거든요? 그런데 M2는 ‘나름 괜찮다’ 싶었습니다. M3보다 한층 저렴하기 때문에 실내 감성품질에 대한 면죄부가 생기는 거죠. 오늘 보니 대시보드에 스티치도 들어가 있고 컵홀더 덮개도 있더라고요. 대시보드와 센터터널 쪽의 카본도 남성적이라 멋집니다. M3나 M4는 카본 위에 코팅이 있어서 언뜻 가짜 같은데 M2는 카본 결을 그대로 살려서 더 좋아요.

기자 : 아무리 그래도 인테리어는 용서할 수 없어요. 나름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BMW이고 그 중에서도 M이니까요. 이런 아쉬움이 싫은 건 ‘기변병’을 유발하는 까닭이죠. 반면 718은 완벽해요. 완벽해서 다음에 바꿀 차가 없겠어요. 스포츠카 실내가 어찌 그렇게 고급스러울 수 있는 걸까요?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상부의 가죽은 섬섬옥수 같아요. 원가에 신경 안 쓰던 90년대 럭셔리카 느낌입니다. 운전대 감싼 카본. 그 결이 자로 잰 것처럼 반듯합니다. 심지어 카본 밑에 열선까지 깔았지요.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시트였습니다. M2는 시트가 몸을 제대로 안 잡아줍니다. 착좌 위치도 높은 편이지요. M2 컴피티션에는 M4 시트가 달리지만 국내 도입이 불투명한 노릇. 반면 718은 대박이었어요. 시트가 무려 18 방향으로 조절(옵션)되더군요. 완벽했습니다. 이상적인 스포츠카 포지션을 연출합니다. 운전대는 나의 얼굴과 마주보고 기어 노브와의 거리는 한 뼘도 안 됩니다. 살짝 누워 앉는 걸 종용하는 듯한 것도 정통 스포츠카임을 방증합니다. 포르쉐는 확실히 스포츠카 많이 만들어 본 티가 나요.

A 씨 : 제 차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기자님의 차가 유독 부러운 점이 있었어요. 바로 ‘소리’입니다. M2는 배기음이 너무 좋았습니다. BMW가 자랑하는 직렬 6기통에 부드럽기로 소문 난 N55 엔진. 6개의 실린더가 폭발 행정을 마친 다음 화합하여 만드는 사운드는 과연 음악에 가까웠습니다. 이른바 팝콘 소리도 감동입니다. 거칠게 파팍거리지 않고 보글보글거리는 게 더욱 흥분을 자아냈습니다. M2가 현존하는 M카를 통틀어 가장 사운드가 좋다는 말, 예전엔 믿지 않았어요. 시승 후에는 그 생각을 고쳐 먹었죠. 혹시 718 소리는 어땠습니까? 718로 넘어오면서 실린더가 두 개 줄어 욕을 좀 먹었잖아요.

기자 : 예전 718 박스터 S 론칭 직후 1박 2일 동안 시승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는 시승기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왼쪽 손목을 비틀어 시동 걸면 선대의 6기통보다 살짝 큰 진동과 함께 엔진이 깬다. PSE가 달린 필자의 981보다 노말 배기인 시승차 소리가 더 커서 의외다. 이 정도면 굳이 280만 원 내고 PSE를 더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문제는 ‘음량’보다 ‘음색’이다. 일부 자동차 전문가들은 718의 새 4기통 엔진이 포르쉐 감성을 잘 살렸다고 했다. 필자는 여기 동의 못 한다. 아이들링 때 소리는 잘 튜닝된 디젤 엔진 같고 가속할 때 사운드는 토요타 86을 닮았다. 저회전에서 전에 없는 기름진 부밍음이 생겼고 파열음은 줄었다. 오싹한 소리를 내는 기존 6기통과 대비된다. 포르쉐 노트는 그저 걸걸댄다고 받을 수 있는 수식어가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GTS인 까닭일까? 아님 제 청각적 취향이 변한 걸까요? 4기통 엔진이라고 믿을 수 없었어요. 회전이 솟을 때의 질감이 산뜻했고 그에 따라 내뿜는 배기 사운드 역시 매끄러웠습니다. 그리고 제가 탔던 시승차는 PSE가 없는 탓인지 팝콘 소리도 거의 없었거든요. 반면 GTS는 대박입니다. 문짝에 팝콘 스티커를 붙여야 할 것 같았죠. 역시 포르쉐예요.

A 씨 : 어쩜 저보다 포르쉐를 더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요?

기자 : 사실 이번 시승 때문에 기변병이 재발했습니다. 오늘 퇴근하면 ‘나만의 포르쉐 만들기’ 할 거예요. 포르쉐는 실내에서 풍기는 특유의 냄새까지 좋아요. 혹자는 “고양이 오줌 냄새 난다”고 했지만요. 혹시 그동안 718 타면서 생겼던 에피소드는 없으신지요?

A 씨 : 업무로 워낙 바빠 에피소드가 생길 만큼 718과 가까워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평가를 들을 일도 전무했어요. 뭐, 이런 얘기를 드리면 될까요? 이 차의 용도에 대한 건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718은 철저히 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도구로써 쓰입니다. 가족의 반대를 겪지 않는 비결이죠.
가령 회사를 마치면 집에서 자고 있던 718을 깨웁니다. 그리고 경기도 일산 자택을 출발해 임진각까지 뚜껑 열고 내달리죠. 임진각에 도착하면 차를 가만히 세워 놓고 하늘을 봅니다. 별이 와르르 쏟아져요. 엔진이 뒤쪽에서 나지막이 헐떡거리는 게 BGM이 되죠. 정말이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에요. 스트레스가 몽땅 사라집니다. 처음 718을 산다고 했을 때는 아내가 반대했었는데 이런 용도로 쓴다는 걸 알고는 “잘 샀다”며 지원해 주네요.

기자 : 로드스터의 낭만. 박스터는 뚜껑이 열리고 M2는 안 열린다는 것. 이것 만으로도 게임 끝이군요. 만일 포르쉐가 아니라 M을 산다고 하셨다면 사모님께서 더욱 반대하셨을지 모를 일입니다. 이런 얘기 있잖아요. ‘포르쉐는 여자들이 좋아하고 M은 남자들이 좋아한다’는 말.
진짜 그런 것 같아요. 여성분들은 M에 관심이 1도 없어요. 그냥 철 없이 돈 발라 튜닝한 BMW라고 볼 겁니다. 반면 남성들은 시선을 많이 줍니다. 뭔가 ‘나도 한 번 살 만한 차’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해요. 한번은 카페에서 커피 사서 나오는데 어떤 청년들이 차를 꼼꼼히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대화는 안 했지만 기분 좋았죠.
우리 그러고보니 달리는 차를 두고 달리기에 대한 얘기를 너무 안 나누었네요. M2 타 보니 어떠셨나요? 우선 동력 계통에 대한 평가가 궁금합니다.

A 씨 : 엔진의 ‘존재감’이랄까, 그게 대단했어요. 상대적으로 작은 차체에 6기통 3.0L 엔진이 달려 있잖습니까. 그게 잔잔히 서행할 때도 느껴지더라고요. “나 되게 힘 세고 큰 엔진 달고 있어, 한 번 달려보고 싶지 않아?”라며 자극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주행 모드가 콤포트에 있을 때는 변속도 느리고 스로틀 반응도 느려서 ‘M이 이렇다고?’ 싶었어요. 그런데 스포츠 모드부터는 성격을 드러내더군요. M2는 스포츠 모드가 노말 모드라고 생각해요. 문자 그대로 ‘적당’했거든요. 가속도, 변속기 반응도, 운전대 무게도 딱 좋았습니다.
대신 스포츠 플러스 모드는 ‘오바’가 섞여 있는 듯합니다. 가속 페달 가감에 따른 엔진 반응이 너무 예민해서 차가 펄떡펄떡거렸어요. “운전하기 무섭다”는 말씀이 무엇인지 대충 알 것 같았습니다. 변속기도 의도적으로 충격을 주는데 그때마다 자세제어장치 경고등이 깜빡거렸습니다. 심지어 4단에서 5단으로 넘어갈 때도 움찔거리며 점등되더군요. 안전을 생각하면 그냥 스포츠 모드로 타는 게 나을 듯해요.

기자 : 정확하게 보셨네요. M2의 콤포트 모드는 너무 마일드합니다. 그래서 저도 늘 스포츠 모드로 두고 진짜 달릴 때만 스포츠 플러스를 쓰죠. 스포츠 모드부터 엔진오일 쿨러가 돌기 때문에 컨디션 관리 면에서도 콤포트보단 스포츠를 추천합니다.
엔진의 존재감이 크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저는 그걸 ‘대배기량 디젤 같다’고 여겼었습니다. 언제나 큰 힘을 내 준다는 점, 차체에 비해 엔진이 크다는 점 때문이죠. 사실 M2는 회전이 썩 부드럽지도 않아요. 포르쉐의 대향형 6기통이 훨씬 매끄럽죠.

718 GTS는 예전의 6기통 때보다 엔진이 작아져 거칠어졌지만 여전한 매끄러움도 공존합니다. 아울러 터보화 했는데도 예전처럼 1,000rpm 언저리의 저회전을 많이 쓰더군요. 저회전 토크가 보장되기 때문에 그렇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1,500rpm 밑으로도 도로 흐름을 충분히 탈 만 했습니다.
M2보다 확실히 우위라고 여겨진 건 변속기입니다. M2의 M-DCT는 저속이나 저회전에서 이따금 변속 충격을 내기도 하고 변속 입력보다 실제 변속이 느릴 때도 있습니다. 반면 PDK는 내 손가락과 변속기가 1:1로 연결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변속 지연도 전혀 없고 운전자의 의도를 무시하는 법도 없었습니다. 최고출력은 M2보다 5마력 낮지만 도리어 실제 가속이 빠른 이유도 결국 PDK 덕인 것 같아요.

A 씨 : 718 GTS의 0→100km/h 가속은 4.3초(론치 스타트 시 4.1초)입니다. 최고시속은 290km. M2는 제원이 어떻게 되죠?

기자 : M2는 0→100km/h 가속 4.3초, 최고시속은 250km에서 리미터가 걸립니다. 718과 달려 보니 정지가속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던 반면 초고속 영역에서는 718이 확실히 더 빠른 듯했습니다. M2보다 전면 투영 면적이 작고 무게도 100kg 정도 가벼워서 그런 것 같아요. M2가 초고속 영역에서 718 GTS와 비슷하게 달리려면 다운파이프와 인터쿨러까지 튜닝해야 할 것입니다.

A 씨 : 예전에 사람들이 박스터나 카이맨 구매를 주저했던 게 바로 ‘출력’ 때문이었거든요. 이런 게 싫은 분들이 포르쉐 대신 M3를 선택하는 일이 많았죠. 그런데 718에서 터보 엔진을 달면서부터는 출력에 대한 논란이 역전됐어요. 718 GTS 정도면 431마력짜리 M4로도 만만하게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기자 : 맞아요. 이제 박스터는 정말이지 흠 잡을 부분이 없어요. 4기통 논란도 잠잠해져 가고 있죠. 1억 원 초반에 뚜껑 열리고, M4만큼 빠르고, 고급 인테리어에, 포르쉐 배지까지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성비’ 좋게 느껴집니다. 718은 이율배반적인 자동차예요. 값을 더 올려 받아야 돼요.

A 씨 : 718도 아쉬움은 있어요. 차들이 많아도 너무 많아졌거든요. 981 때만 해도 박스터가 이렇게 흔한 차는 아니었는데 718은 주말에 꼭 서너 대 봅니다. 소장가치 면에서는 718보다 M2가 나을 거예요. M2는 E30을 제대로 계승한 M카라는 점에서 가치 있습니다. M2 브로슈어에서까지 E30이 함께 등장하지요. 차세대 2시리즈가 전륜구동으로 나오는 것도 M2에게는 호재입니다. 점차 6기통 엔진도 줄어들고 있고.

기자 : 원가에 집착하는 최근 업계 트렌드 상 향후 소형 뒷바퀴 굴림 고성능차는 만나기 힘들 전망이긴 합니다. 하지만 제 M2 역시 S55 엔진의 컴피티션이 존재하기 때문에 소장가치는 의문이 남네요. 어쨌든 M2와 718 양쪽 모두 흠 잡기 힘든 훌륭한 자동차입니다. 혹시 718의 다음 차로는 어떤 게 타고 싶으세요?

A 씨 : 포르쉐는 처음 가져봤고 오랜 기간 보유한 것도 아닙니다만 브랜드 만족도가 참 높습니다. 그래서 꼭 바꿔야 한다면 911을 사고 싶어요. 하지만 진짜 목표는 718을 쭉 타다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입니다.

기자 : 좋네요. 실제로 포르쉐 홍보 영상 중에 그런 게 있거든요. 아버지가 출고한 포르쉐를 잘 관리하다 자식에게 물려주는.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비교로써 M2의 성격을 더 명확히 알게 된 것 같아요. M2는 편의성을 내려놓고 철저히 달리기에 올인한 자동차. 해석에 따라 그게 더욱 존재 가치를 빛내줄 수 있다는 것.
한편 718 GTS는 포르쉐 미드 엔진 라인업의 가장 좋은 자동차라는 걸 다시금 입증했습니다. 절정에 다다른 만듦새와 스타일, 오픈에어링까지 모두 갖췄지요. 이제는 가속 성능까지 우수하기 때문에 대체재조차 마땅치 않습니다. 이런 차들은 시간이 지나도 오래도록 기억될 거예요. 그렇게 명차가 되는 절차를 밟겠죠. 다른 명차들이 그랬던 것처럼.

글 l 정상현 기자, 사진 l 팀로드 스튜디오(민성필), 이정현 기자

정상현

정상현 편집장

jsh@encarmagazine.com

미치광이 카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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