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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시승] 소형 SUV, 뭘 살지 고민하고 있다면. 캡처 vs. 트레일블레이저

우리나라 소형 SUV 시장의 포문을 연 모델은 쉐보레 트랙스입니다. 그 해 말, 르노삼성은 QM3를 출시하며 경쟁에 불을 지폈습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났습니다. 이들의 경쟁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쉐보레는 트레일블레이저로 다시금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XM3로 재미 본 르노는 ‘로장주’ 엠블럼 단 2세대 캡처로 경쟁에 나섰습니다. 다시 한 번 맞닥뜨린 두 브랜드의 콤팩트 SUV들. 이 두 녀석의 경쟁력을 비교해보았습니다.

가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시승차로 제공된 트레일블레이저 RS는 스위처블 AWD와 9단 자동변속기를 장비했습니다. 여기에 선택 가능한 옵션을 모두 넣은 ‘풀옵션’ 모델입니다. 출고가는 개별소비세 인하 기준 3,263만 원. 차급 대비 비싼 가격표를 달았습니다.

캡처는 가솔린과 디젤의 등급 구성이 조금 다릅니다. 디젤은 젠/인텐스로 분류되는 반면, 가솔린은 인텐스/에디션 파리 등급으로 나뉩니다. 시승차는 캡처 디젤의 최고급형인 인텐스입니다. 출고가는 2,730만 원입니다. 역시나 만만치 않은 가격입니다.

자동차 디자인은 개인의 취향이 중요한 영역입니다. 그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한다 한들 결국에는 사는 사람 마음에만 들면 그만이지요. 구매 연령층이 낮은 콤팩트 SUV 시장에서는 특히나 민감한 영역이 바로 이 디자인입니다.

트레일블레이저와 캡처는 정반대 디자인 기조로 시장을 공략했습니다. 볼륨감을 키워 강인한 인상을 풍기는 트레일블레이저. 그 중에서도 RS는 차별화 된 디테일로 다부진 이미지를 연출했습니다. 정통 SUV 느낌도 살짝 묻어납니다. 이에 반해 캡처는 잘 다듬은 예쁜 조약돌 같습니다. 유선형으로 빚은 차체에 르노 최신의 디자인 언어와 어우러져 도회적인 느낌입니다. 신형 클리오의 모습도 조금 엿보입니다.

인테리어 역시 저마다의 아이덴티티를 담아 완성했습니다. 대체로 젊은 감각인데요. 트레일블레이저는 빨간색을, 캡처는 파란색을 포인트 컬러로 삼은 게 돋보입니다. 실내 패키징은 트레일블레이저가 압도적으로 좋습니다. 한국 GM 주도 아래 만들어진 모델인 만큼 장비에 신경을 많이 쓴 듯한 구성입니다. 반대로 캡처는 다소 허전한 느낌이 강합니다. 구체적으로 듬성듬성 비어 있는 더미 스위치가 눈에 거슬립니다. 흐느적거리는 기어 노브와 7인치짜리 센터 디스플레이도 아쉽습니다. ‘에디션 파리 모델이라면 이보다 나을 텐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승객석의 여유로움은 트레일블레이저 쪽이 우위입니다. 콤팩트 SUV로서는 큰 차체를 품었기에 실내공간을 여유롭게 뽑아낼 수 있었습니다. 구동 방식에 따라 2열 바닥의 형태를 다르게 설계하는 등 공간 확보에 신경 쓴 흔적도 찾을 수 있습니다. 덕분에 뒷좌석 활용성이 굉장히 좋습니다.

캡처는 비교적 협소합니다. 디자인을 위한 요소들, 이를테면 각을 눕힌 전면 윈드실드와 튀어 나온 루프 사이드 레일 때문에 머리 쪽이 갑갑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혼자 탈 용도라면 크게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뒷자리에 사람 태울 일이 많다면 태워주고도 볼멘소리 듣기 딱 좋습니다. 참고로 두 모델 모두 뒷좌석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리클라이닝 기능은 빠졌습니다.

눈 여겨볼 만한 건 적재 공간입니다. 의외로 캡처의 경쟁력이 돋보였는데요. 보디 사이즈가 작고 승객석도 좁지만 뒷좌석을 접지 않은 상태에서의 적재성은 캡처가 더 좋습니다. 트렁크 입구가 낮아 짐을 넣고 빼기 쉬울 뿐만 아니라 뒷좌석 슬라이딩 기능으로 적재공간을 더 늘릴 수도 있습니다. 종이 박스로 직접 비교해보니 그 차이가 더욱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2열을 폴딩한 채 짐을 싣는다면 트레일블레이저 쪽이 훨씬 유리할 것입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가솔린 엔진으로만 출시됐습니다. 주력은 1.35L 엔진입니다. 여기에 무단변속기 또는 9단 자동변속기(AWD 선택 시)를 맞물렸습니다. 엔트리 모델로서 1.2L 엔진과 무단변속기 조합도 있습니다. 각각의 최고출력은 156마력과 139마력. 과급기로써 부족한 출력을 끌어올린 덕분에 일반적인 시내 주행 환경에서 모자람 없는 출력을 냅니다. 고속 영역에서도 잘 달립니다. 물론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다고 해서 생각만큼 빠르게 달리진 않지만요.

캡처는 가솔린과 디젤 엔진 두 가지가 마련됐습니다. 시승에 함께한 건 1.5L dCi입니다. 디젤로만 출시됐던 QM3의 직계 후손이지요. 르노의 디젤 엔진은 예나 지금이나 극강의 연료 효율을 자랑합니다. 항속 주행하면 경유 1L당 20km쯤은 가뿐히 달립니다. 엔진 스펙도 조금 끌어올렸습니다. 과거 QM3는 최고출력이 90마력에 불과했지만 캡처는 116마력으로 올랐습니다. 이로써 출력 갈증을 조금 해소한 듯합니다.

주행감은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비교적 콤포트한 감각입니다. 이따금 댐퍼가 제 역할을 하지 않는 것처럼 하체가 주욱 늘어날 때도 있습니다. 반대로 캡처는 살짝 탄탄한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조향에 따른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좋은 건 아닙니다. 2열에서의 승차감도 나쁜 축에 듭니다. 두 모델의 하체를 섞어 놓는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정숙성은 두 모델 모두 합격점. 트레일블레이저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으로써 3기통 엔진 특유의 거친 음색을 상쇄했습니다. 캡처는 디젤 엔진을 단 소형 SUV치고 제법 조용하게 굽니다. 진동과 외부 소음도 잘 틀어막았습니다. 콤팩트 SUV로서는 기대 이상입니다. 아쉬운 점은 트레일블레이저의 경우 시속 90~110km 사이에서 풍절음이 제법 들린다는 것. 반면 캡처는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조금 더 절제됐으면 좋겠다는 것 정도입니다.

지금까지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르노 캡처를 비교해봤습니다. 우리나라의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한 두 브랜드의 비약적인 발전을 느낄 수 있었던 시승이었습니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는 유지하면서도 상품성은 전보다 좋아진 게 돋보입니다. 여러 면에서 상향 평준화 되었습니다.

감히 “이걸 사세요”라고 추천하기는 어렵습니다. 좋고 나쁨을 떠나 각자의 성격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경쟁 모델도 너무나 많아졌습니다. 콤팩트 SUV를 찾아보고 있다면 이 두 모델 외에도 셀토스, 코나, XM3 같은 것들을 함께 살펴보게 되겠지요. 분명한 건 트레일블레이저와 캡처는 꼭 한 번 살펴볼 만한 모델이라는 것. 뭘 사야할지 고민하고 있는 여러분께 꽤 괜찮은 선택지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