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무역 전쟁을 치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다음 표적은 무엇이 될까. 일본차도, 한국차도 두려움에 떨고 있지만 거대한 미국 럭셔리 카 시장을 거의 독식하고 있는 독일차가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보호무역 첫 타겟이 됐다고 독일 언론이 보도했다.
독일 매체 Wirtschaftswoche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최고 25%까지 인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침체된 미국 자동차 산업의 부활에 위협이 되는 요소들을 분석하고 있으며, 높은 수익률을 내는 독일 등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것.
앞서 지난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의 핵심 상권인 5번가에 더 이상 신형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이 전시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자동차 무역 제재에는 유럽산 자동차 전체가 포함되지만, 이런 정책이 발효될 경우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건 독일이다. 독일은 지난해 미국에 65만 7,000대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여기에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독일 브랜드 신차 80만 4,000대를 더해 미국 럭셔리 카 시장의 90%을 독차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 제조사들의 대 유럽 수출량은 초라한 수준이다. 포드는 유럽 현지에 생산거점이 있는 만큼 대 유럽 수출물량이 미비한 수준이며, GM 역시 쉐보레 철수, 오펠/복스홀 매각으로 유럽 수출량이 급감했다. FCA에서도 지프 브랜드의 일부 차종을 제외하면 유럽 수출은 전무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 자동차 회사들을 협박(?)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1월에도 인터뷰에서 미국과 독일의 자동차 수출입 불균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그는 "뉴욕 5번가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다 메르세데스-벤츠를 타고 다닌다"며 "그런데 독일 길거리에서 쉐보레 자동차를 몇 대나 볼 수 있나? 거의 없다, 아니 어쩌면 아예 없을 수도 있다"고 지목했다. 독일과 미국의 자동차 무역이 '일방통행'이라는 것.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여러 차례 '공수표'를 던진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직접적인 유럽차 제재가 가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하지만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칼을 빼든다면 독일과 미국의 무역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