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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 없앤 자율주행차 '애플카' 나온다?!..그런데 누가 만들죠??

▶애플이 하면 다르다?! '핸들 없는 자동차' 애플카
▶'디자인'에 '기능'을 맞춰온 애플다운 발상
▶..그래서 다 좋은데 누가 만들죠?
▶세계 완성차 업계들이 애플을 거르는 이유

▶ LG가 아이폰 밀어주는게 심상찮더니...

지난 19일 LG전자의 주가가 9%나 급등하는 이상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어째서였을까요? LG와 긴밀한 협업 관계를 맺고 있는 애플이, 완전 자율주행 전기차인 '애플카' 출시를 앞당겨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LG전자의 빨간 양봉을 보고 있노라니, 불현듯 스치는 한 가지 기억이 있었습니다. 현대자동차와 애플의 '애플 카' 협업 무산 소식과 함께 현대자동차의 주식이 저 나락 너머로 음봉을 찍었던 2021년 봄, 개미주주들의 아련하고도 씁쓸한 기억 말입니다. 블룸버그 통신이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에 의하면 애플은 2014년부터 특별 프로젝트 팀 ‘프로젝트 타이탄’을 운영해 왔다고 합니다. 4년 뒤인 2025년 자율주행차를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진 '프로젝트 타이탄'팀은 자율주행에 필요한 반도체와 프로세서 개발을 거의 완료했다고 전해졌는데요. 과연 애플이 꿈꾸는 '애플 카'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애플이 하면 다릅니다?...어쩌자고 핸들을 없애?

애플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상상도. (출처:맥루머스)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의하면 애플 카의 가장 차별화 된 포인트는 핸들과 페달을 모두 없애버린다는 점입니다.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면 운전자의 조작이 필요없으니 실내공간을 극대화시키겠다는 발상으로 보여집니다. 물론 주행 중 비상상황을 대비해 운전자가 '손짓'으로 차량을 조종할 수 있는 비상안전장치도 구상 중에 있다고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조작감이야말로 운전의 본질 아닌가? 어째서 핸들과 페달이라는, 자동차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전통적인 '물리 버튼'을 없애려고 하는 걸까요?

실제로 애플이 공식 입장을 밝히거나, 실물이 나오기 전까지는 진정한 이유는 알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물리버튼을 없애는 혁신'은 분명히 우리에게 익숙한 애플의 방식입니다. 애플이 남긴 몇 가지 '디자인 혁신'중, 일반인들 사이에서 '애플'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폭발력'이 가장 컸던 제품, '아이팟'에서 벌어졌던 혁신이었습니다.

▶거세인가 혁신인가... '물리 버튼' 떼버린 아이팟의 추억

똑같은 2003년 출시된 두 제품. 소니 Sony D-NF611 (좌)의 물리버튼은 '본체에만' 8개.애플 아이팟 3세대의 물리버튼은 '0개'

2000년대 초반, 당시 사용되고 있던 워크맨이나 CD 플레이어, 동종 MP3에 이르기까지, 휴대용 음악 재생 기기에 '물리 버튼'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필수적인 조작 도구였습니다. 때문에 사용자 편의를 높이기 위해 이어폰 리모콘에도 수많은 물리버튼이 달려있었죠.

2001년 시장에 첫 등장한 아이팟도 마찬가지로 물리 버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팟이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한 건 '물리 버튼'을 모조리 없앤 3세대부터 였죠. (국내에서는 드물게 '곰발바닥'이라는 별명도 존재했습니다.) 4세대부터는 물리버튼과 터치를 결합한 '클릭 휠'을 도입하면서 말 그대로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며 전 세계에서 유명세를 떨치게 됩니다. '아이폰' 이전, '상식을 깨는 새로운 사용경험'을 안겨주면서 애플의 명성을 만든 제품이 바로 아이팟이었던 겁니다.

'애플 스타일'을 완성시킨 두 사람 (출처 : 민음사)

이 시기 애플이 이렇게까지 '비상식' 적인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이나 성능'에 디자인을 맞추는 기존의 관행을 뛰어넘어, 우선 '디자인'을 먼저 한 뒤, 그 디자인에 맞춰 성능을 구현하고 최적화시키는 역발상 덕분이었습니다. 그 탓에 애플은 일부 디자인 전문가들에게 '소비자 중심의 디자인 경험을 무시한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애플의 파격적 디자인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사용경험'으로 받아들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애플은 자동차 업계에도 참으로 발칙한 '역발상'을 제시했습니다. 핸들도, 페달도 없는 자동차라니! 과연 이 시도가 주행감성을 '거세'하는 오너드라이브십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질 것인지, 아니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봤던 쇼퍼드리븐의 대중화로 받아들여질 것인지, 그 결과는 미지수입니다. 그보다 더 임박한 문제는 이 모험심 넘치는 도전의 '파트너'가 과연 누가 되느냐는 겁니다.

▶혁신 거 좋지...근데 누가 만들지?

애플카 미팅을 한 완성차 업계들의 표정 상상도 1 (출처 : 가수 이승환씨)

독일의 BMW와 폭스바겐, 한국의 현대자동차와 기아, 일본의 도요타, 닛산까지, 이 6개 회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애플이 '애플 카'의 공동 개발과 제조 위탁을 논의하다가 끝내 결렬된 자동차 회사들이라는 점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솔깃'한 '애플 카'를 만들겠다고 하는 제조사가 왜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지난 2월 닛산과 애플의 협상 결렬 당시 파이낸셜타임즈는 애플에게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애플이 닛산 측에 하드웨어 통제권을 넘길 것을 요구한 것이 협상 결렬의 원인이라는데요, 한 마디로 쉽게 말하자면 애플이 까라면 닛산이 까야 한다는 조건의 계약을 요구했다는 겁니다. 닛산도 나름 뼈대가 있고 역사가 깊은 자동차 회사입니다. 자사 자동차에 애플의 최첨단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할 속내였던 건데, 애플이 원하는 계약은 단순한 '하청 계약'인 셈이었기에 손발이 맞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애플이 적당한 제조사, 혹은 제조 공장을 인수하면 되지 않느냐? 이 문제 또한 쉽지 않아보입니다. 애플이 그리고 있는, 혹은 애플에게 강요되고 있는 청사진이 너무나도 원대하기 때문입니다.

애플카 미팅을 끝낸 완성차 업계들의 표정 상상도 2 (출처 : 애플 페이스북)

투자회사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은 지난 9월 투자보고서를 통해 애플카가 2025년 출시한다면 2030년까지 150만대, 즉 연간 30만대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 분석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지난 11월 다소 하향조정된 수치인 15만대로 애플카의 연간 생산량을 예상했습니다.

문제는 이 15만대를 기준으로 잡아도 어지간한 규모의 차량 회사를 인수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겁니다. 쌍용이 '티볼리 대박'으로 숨통이 트였던 2016년, 야근까지 해가며 '최다 판매기록'을 세웠던 것이 약 15만 4천여대 였습니다. 웬만큼 거대한 규모의 자동차 제조사가 아니고서야, 자사의 본래 라인업까지 모조리 포기하고 '애플 카' 하청 생산에만 매달려야 물량을 맞출까 말까한 겁니다. 거기다 '애플 카'는 심지어 전기차입니다. 전기차를 단독으로 15만 대, 혹은 그 이상 '하청 생산'이 가능한 회사가 과연 '하청'으로만 만족할 이유가 있을까요? 결국 애플카는 매력적인 미래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성차 제조사들에게 외면받고 있습니다.

▶ 머슴살이도 살아본 놈이 잘 산다?

최근 전기차 3종 라인업을 발표한 '아이폰 제조사' 폭스콘의 폭스트론.

그 와중에 '애플 카'에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회사가 있습니다. 다름아닌 대만의 폭스콘입니다. 그렇습니다, 아이폰을 하청 생산하는 회사이자 잊을만 하면 미성년자 불법 노동이 적발되어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곤 하는 폭스콘 말입니다.

지가 애플카 미래가능성을 제 두눈으로 똑똑히 봤구먼유 (출처 : MBC 드라마 '허준')

폭스콘은 대만 자동차 업체인 위룽 자동차(Yulon Motor)와 합작사 '폭스트론(Foxtron)'을 만든 뒤, 지난 10월 전기차 3종을 공개했습니다.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은 "우리는 준비가 됐고, 더 이상 전기차 업계의 새내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는데요. 너무나 노골적인 애플카를 향한 세레나데지만 과연 애플이 '휴대폰 만드는 머슴'의 사랑고백에 얼마나 귀를 기울일지는 미지수입니다.

완성만 된다면야 결말을 떠나 업계에 또 한번의 '혁신'을 불러올 것은 분명해 보이는 애플의 '애플 카'. 과연 애플은 아이폰 때처럼 충직한 '하청업체'를 만날 수 있을까요? 행운을 빕니다 굿럭.

차돌박이

차돌박이

shak@encar.com

차에 대한 소식을 즐겁게 전해드리는 차똘박...아니 차돌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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