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2017년 9월 1일부터 WLTP와 RDE 테스트가 시작됐다. 기존의 NEDC보다 한층 강화된 테스트 기준이다. WLTP와 RDE로 인해 자동차 회사들이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게 됐고, 소비자는 보다 현실적인 연비의 차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새 테스트 기준이라면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와 같은 ‘치팅’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유럽의 NEDC는 예전부터 논란이 있어 왔다. 실제 연비와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에서 좋은 공인 연비를 받은 차가 국내로 들어오면 연비가 뚝 떨어지는 것을 흔히 봐왔다. 일본 다음의 ‘뻥연비’라는 말도 들었다. 반면 새로 시작되는 WLTP(Worldwide Harmonized Light Vehicles Test Procedure)와 RDE(Real Driving Emission)는 보다 현실적이다.

ICCT의 발표에 따르면 유럽에서 팔리는 유로 6 디젤차의 평균 NOx 배출량이 기준치의 4.5배를 넘었다. 유로 6 모델의 10%만이 기준을 만족했고, 나머지는 12배 이상 배출했다. 유로5/6 차 중 오펠 인시그니아와 닛산 캐시카이의 일부 모델은 NOx의 배출량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BMW는 가장 낮았다. 2011~2015년형 모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평균 CO2가 공인보다 30% 높았다.

현재 사용하는 NEDC는 실제 연비와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하지만 제조사의 꼼수가 개입될 여지가 많은 게 문제이다. 예를 들어 제조사들은 좋은 공인 연비를 위해 보디 패널을 테이프로 막고, 타이어의 공기압도 높였다. 저항을 줄여서 연비를 높이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무게가 가벼운 깡통 사양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테스트 자체가 롤링 머신 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도로 위를 달리는 상황이 정확히 구현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T&E는 몇 년 전부터 WLTP의 도입을 요구해 왔다.

WLTP는 지난 2014년 3월의 UNECE 월드 포럼에서 발표된바 있다. 올해 9월 1일부터 유럽에 처음으로 모든 타입의 차에 적용되고, 내년 9월부터는 새로 등록되는 차까지 확대된다.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NEDC가 갖고 있는 허점을 최대한 막은 것이다. 그러니까 실제 운전 상황과 비슷한 수준으로 강화되고, 따라서 메이커들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공인 연비는 NEDC보다 10~20% 낮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WLTP는 기존의 NEDC보다 모든 면에서 엄격하다. 예를 들어 가감속하는 상황도 좀 더 현실적이고, 속도도 기존의 121km/h에서 131km/h로 상향 조정된다. 그리고 타이어도 권장 공기압으로 테스트를 받아야 하며, 시간도 20분에서 30분으로 늘어난다. 이와 함께 라인업에서 가장 가벼운 트림과 무거운 트림 두 개 버전이 테스트를 받는다.

WLTP 역시 연비와 CO2 배출량을 동시에 표기하고 앞으로 2년 동안은 NEDC와 병행해 발표된다. 그리고 2년 후에는 WLTP의 수치만 표기될 예정이다. 반면 유럽 메이커가 충족해야 하는 평균 CO2 95g/km은 2021년까지 NEDC 기준으로 진행된다. WLTP로 규제할 경우 만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WLTP와 함께 RDE도 진행된다. RDE는 PEMS(Portable Emissions Measurement System)로 불리는 장비를 차에 부착하고 실제 도로를 달리면서 테스트가 진행되고, 따라서 폭스바겐이 사용했던 치팅 소프트웨어 같은 트릭은 더 이상 사용하기 힘들게 됐다. 현재까지 이런 형태의 테스트는 유럽이 유일하다.

RDE는 오염물질의 배출에 초점이 맞춰진다. RDE가 시행되면 신차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의 양도 기준치보다 높아질 게 확실하다. 이와 함께 새로운 테스트 기준이 도입되면 가솔린 엔진도 미립자 필터의 채용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많은 유럽 회사들이 가솔린 엔진에 미립자 필터를 적용한다고 밝힌바 있다. WLTP의 경우 유럽을 시작으로 다른 지역까지 확대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월드 포럼은 WLTP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RDE의 국제 기준 런칭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