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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정말 운전을 잘 한다면 카트로써 보여주세요


첫 차, 옆 자리엔 여자친구, 후진 할 때 시트 위에 걸친 어깨까지. 십여년 전, 저의 카라이프는 부푼 풍선처럼 시작됐습니다. 그 후로 3년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사고 없이 전국을 누볐고, 바늘 하나 꽂기 힘든 좁은 곳의 주차도 식은 죽 먹기가 됐습니다. 정확히 그때 쯤으로 기억합니다. 운전이 시시해졌고 스스로를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자부(자만이었죠)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독자 여러분도 저처럼 본인의 운전에 대해 자만했던 적이 있을 겁니다. 그쵸?

나의 첫 애마였던 현대 그랜저 XG, 절대 아빠차가 아니다

돌이켜 보면 '중2병’을 앓는 듯 했습니다. 운전대를 잡으면 무서울 것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어른들은 이때가 가장 위험하다고 말씀하십니다. 지나친 자신감이 안전운전을 망치기 때문이겠죠. 저 역시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습니다. 내 차가 이렇게 멋지게 달리는 이유가 내 실력이 아닌, 자동차의 실력이었음을 말이죠.

자동차는 하루가 다르게 똑똑해지고 있습니다. 몇 개인지 셀 수도 없는 센서들이 1초에 수십~수백 번 자동차의 상태를 살피죠. 그리고 가장 안전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빠른 속도에서도 코너를 멋지게 빠져나가고, 웬만해서는 미끄러질 일도 없습니다.

그러나 제 카라이프와 운전 실력에 대한 전환점이 찾아 왔습니다. 선배의 권유로 카트를 만나게 된 다음부터죠.

내 실력인 줄만 알았다

본격적으로 카트를 만난 건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전에도 몇 번의 경험은 있었지만 사내 동호회 '슈마헐(마음은 슈마허 실력은 헐, 그래서 슈마헐)’에 가입하게 되면서 카트의 재미에 흠뻑 빠졌습니다. 사실 에디터로서 그동안 많은 자동차를 경험했습니다. 포르쉐 911의 운전대를 잡고도 당당했습니다. 카트는 그랬던 저에게 겸손함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카트? 그거 아이들이나 타는 거 아닌가?”라는 비아냥 섞인 질문도 종종 받았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카트는 레저카트니까요. 레저 카트는 최대 60km/h까지 달릴 수 있지만 보통 30~40km/h를 냅니다. 대체로 남녀노소 구분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습니다.  때문에 카트를 아이들이 즐기는 놀이기구 쯤으로 여겼을 수도 있었겠죠.

6단 시퀀셜 변속기의 미션 카트, 이런 건 아무나 못 탄다

레저 카트로 코스에 익숙해지려 할 때쯤 어느새 저는 레이싱 카트에 올라타고 있었습니다. 레이싱 카트는 약 100cc 엔진을 시작으로 100km/h 넘게도 낼 수 있습니다. 파주 스피드파크 기준으로 렌탈 레이싱 카트는 15마력 수준입니다(30마력대의 개인용 카트도 있다고 하네요).

일반 자동차를 떠올리면 '애게~' 이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몸으로 바람을 가르며, 도로에 닿을 듯한 카트의 체감 속도는 쉽게 상상할 수 없습니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아~ 엄마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아찔하죠.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가속력을 몸소 체험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스핀으로 시동이 꺼지면 사장님이 밀어서 걸어주신다

카트를 운전하며 겸손해졌던 이유는 놀랍도록 순수한 움직임 때문입니다. 카트는 브레이크만 세게 밟아도 여지 없이 스핀합니다. 양산차 중에서 브레이크 밟는다고 스핀하는 차가 있기나 하던가요? 커브길에서 앞 차 따라가겠다고 욕심 부리면 어느새 코스 밖으로 크게 벗어나기도 했습니다. 하도 스핀을 많이 해서 스핀 없이 타는 드라이버가 부러워질 정도였습니다. 이런 이유들은 모두 카트에 전자장비가 없기 때문. ABS, TCS, DSC 등등 많이 들어보셨죠?

결국 제가 몰았던 양산 자동차의 움직임은 내 실력이 아니었던 겁니다. 카트를 타면서 온전히 드러났던 거였어요. 카트는 운전대를 잡은 드라이버의 실력에 의해 모든 움직임이 결정됩니다. 카트를 타며 몸을 요리조리 움직여 보세요. 차체와 더해진 내 몸무게가 어디로 쏠리느냐 따라 달라지는 접지력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레이싱 카트의 운전대를 잡자,


베스트 드라이버라는 생각은 자만에 불과했다"


혹시 제가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를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자부하고 있으신가요? 물론, '그란투리스모' 화면 속 페라리를 운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드라이버를 키워주는 가장 좋은 머신은 역시나 레이싱카트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한 타임(10분) 동안 한 번도 스핀을 안 하신다면, 저를 포함한 모두가 그 실력을 인정할 것입니다.

카트는 레포츠로서의 가치도 있습니다. 바람을 가르며 시원스레 달리면 스트레스가 날아갑니다(대신 스핀하면 스트레스 쌓임). 짜릿한 재미와 함께 운전에 대해 놀랍도록 겸손해진 자신도 만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참, 카트 타기 전 준비운동은 필수입니다. 생각보다 운동량이 많기 때문입니다. 아찔한 속도를 견디려 온 몸에 힘을 주면 다음 날 뻐근할 수 있으니까요. 레이싱카트라면 좌우 갈빗대에 멍이 드는 것도 필연적입니다. 공도 레이서 여러분, 올 가을엔 카트장에 가보는 거 어떠세요?

고석연

고석연 기자

nicego@encarmagazine.com

흔들리지 않는 시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기사로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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