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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 타면 정말 성공한 걸까?

신형 그랜저가 나왔습니다. 공개된 하루 동안 1만7,294대 계약돼 역대 최고 수치를 냈습니다. 이례적인 인기입니다. 그와 더불어 나온 사전계약 광고 영상도 화제입니다. 일단 보고 오십쇼.

영상은 1993년 듀스가 부른 '나를 돌아봐'로 시작합니다. 음악을 듣던 학생 한 명이 친구들에게 묻습니다. "우리 이 다음에 성공하면 뭐 할까?" 그러자 기차 건널목으로 그랜저(1세대)가 지나갑니다. 다른 친구는 나지막이 대답했습니다. "그랜저 사야지".

지금껏 그랜저의 광고는 그랬습니다. 성공한 남자, 그리고 안정적인 가장의 모습을 테마로 했죠. 그러나 그랜저의 변화와 함께 우리가 사는 시대도 변했습니다. 어떤 변화들이 있었을까요?

계층별 소득 변화, 그랜저의 의미

그랜저는 4세대 그랜저(TG)가 출시되면서 눈에 띄게 가격이 올랐습니다. 3L급 시작 가격이 3천만 원대로 오른 것도 이때부터죠. 3세대는 2세대와 비교해 최저 모델의 값이 약 2배가 됐고, 3L급 모델 값은 약 40% 올랐습니다. 함께 살필 소득 변화는 '도시 근로자 2인 이상 가구의 5분위 소득' 자료에서 상위 20%와 중간 계층을 비교했습니다.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은다는 가정을 해봤습니다. 2세대 그랜저가 출시된 1992년에는 상위 20% 평균 소득을 모두 모았을 때 10.5개월이 걸렸습니다. 중간 소득으로는 21.3개월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그 기간이 많이 줄었습니다. 이번에 출시된 더 뉴 그랜저를 사기 위해서는 상위 20%는 3개월, 그러나 중간 계층은 7.3개월이 걸렸습니다. 최저 생계비, 부채 등 고려할 대상은 많지만 단순 비교를 위해 소득 전체를 기준으로 삼은 겁니다.

국민 패밀리카 쏘나타와의 가격 차이

사전계약 영상 속 시대에서는 그랜저가 의미하는 '성공'의 가치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당시 쏘나타(Y2)의 최저 가격은 1,000만 원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랜저는 2세대(뉴 그랜저)가 출시되며 2L 모델의 시작가는 1,890만 원, 3L급은 2,590만 원에 달했습니다. 쏘나타와는 넘을 수 없는 가격의 선이 뚜렷했습니다.

각각 신차 출시에 따라 가격 격차는 달랐지만 2000년 중반 이후 간극이 줄었습니다. 파워트레인과 장비 구성에 따라 그 차이가 1,000만 원 밑으로 내려가는 상황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랜저, 그때가 성공이면 지금도 '성공'이다

지금까지 소득의 변화, 그리고 쏘나타와의 가격 차이로 그랜저의 의미를 확인해 봤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전의 그랜저가 성공을 의미했다면 지금도 그 의미는 크게 퇴색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해석은 관점에 따라 다양할 수 있습니다. 소득 성장에 대비 그랜저 가격이 차지하는 가치도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죠.

그러나 여전히 그랜저는 중간 계층의 소득으로 쉽사리 접근할 수 있는 가격은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벌이에 25%를 저금해도 3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리죠. 쏘나타와의 간극도 줄었지만 차값과 유지비 등을 고려하면 둘 사이의 선도 분명합니다. 물론 더 비싼차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급여 소득자의 시선으로 본 그랜저는 '성공'의 기준으로 삼을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어 보입니다.

고석연

고석연 기자

nicego@encarmagazine.com

공감 콘텐츠를 지향하는 열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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