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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에 부활하는 '지프 왜고니어', 그 발자취를 따라가다

지프 ‘왜고니어(Wagoneer)’의 온라인 공개를 일주일 앞두고 외신들은 벌써부터 떠들썩하다. 분위기로 미루어 보아 꽤 많은 이들이 왜고니어를 기다린 듯하다. 30년 만에 부활한다는 지프의 풀 사이즈 SUV 왜고니어. 어떤 녀석이길래 이렇게나 떠들썩한 걸까? 이 녀석의 발자취를 따라가봤다.

지프의 전신인 윌리스는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이후 대중 브랜드로의 변화를 꾀했다. 당시 주력 모델은 ‘윌리스 지프 스테이션 웨건’으로 윌리스 MB 바탕의 다목적 차량이었다. 윌리스는 이것만으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 더욱 강력한 험로 주파 능력과 좋은 승차감을 내세운 새 모델 개발에 나섰다. 미국판 풀 사이즈 SUV의 시작을 알린 왜고니어의 탄생 배경이다.

왜고니어 출시 직후 윌리스의 사명은 카이저 지프(Kaiser Jeep Corporation)로 바뀌었다. 이와 더불어 왜고니어가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하면서 상품성이 대폭 개선됐다. 파트타임 사륜 구동 시스템과 전륜 독립 현가장치는 물론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3단 자동변속기, 안전벨트, 라디오, 에어컨 등을 옵션으로 마련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에 힘입어 1966년에는 고급감을 끌어올린 ‘슈퍼 왜고니어(Super Wagoneer)’도 내놨다. 이로써 럭셔리 SUV로서의 기반을 닦았다.

1970년. AMC(American Motors Corporation)가 카이저 지프를 인수합병했다. AMC 산하에서 왜고니어는 브랜드의 대표 모델로 자리잡았다. 디자인과 성능, 상품성 면에서도 개선을 거듭했다. AMC의 기술로 정숙성 면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했으며 풀 타임 사륜 구동 시스템을 최초로 탑재하기도 했다. 아울러 파워 윈도, 스티어링 휠 틸팅, 전륜 디스크 브레이크, 크루즈 컨트롤 등 당시 최신 장비들을 담아 미국 중상위 계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오일 쇼크로 인한 경제 위기 속에서도 왜고니어만큼은 굳건히 자리를 지켰다. 70년대 중반, 미국 내수 판매가 줄어들자 AMC는 장비 일부를 덜어낸 저가형 트림을 선보이면서 위기 상황에 적절히 대처했다. 이후 경제 회복기를 맞이하고 곧바로 ‘그랜드 왜고니어’를 출시하며 고급화 전략에 박차를 가했다. AMC의 유연한 경영 전략이 제대로 먹혀 들었던 것이다.

이후 지프는 다시 한 번 매각돼 크라이슬러 그룹으로 인수됐다(1987년). 초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렇다 할 큰 변화가 없었음에도 왜고니어는 미국인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모델 라인업을 조정하게 되면서 자리가 위태로워지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격으로 1990년 초 급격한 유가 상승을 맞이하며 판매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게 된다. 결정적으로 충돌 안정성에 대한 규제가 확립되기 시작하면서 왜고니어는 경쟁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판매기간은 자그마치 30여년. 왜고니어는 미국 자동차 역사 상 세 번째로 오래 팔린 모델로 기록되었다.

9월 3일, 지프 왜고니어가 다시 나온다. 단종된 지 30년 만이다. 왜고니어의 부활은 최근에 결정된 것이 아니다. 2011년,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북미국제오토쇼에서 지프는 왜고니어의 후속 모델 출시 가능성을 내비쳤다. SUV의 인기가 치솟기 전임에도 시장의 변화를 예측한 것. 실제 개발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마니아들의 기대감도 상당히 부풀었다. 지프의 맏형으로 새롭게 태어날 왜고니어는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풀 사이즈 SUV 시장에서 어떤 경쟁력을 지닐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