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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지에 숨겨진 '기적의 자동차 기술'! 마법보다 더 기적같은 안전유리 개발 이야기ㅣ카놀라유 EP.10

▶치명적인 교통사고 부상 원인이었던 '자동차 앞유리'
▶수많은 운전자들의 목숨을 구한 '깨지지 않는 유리'
▶그런데..성질 더러운 고양이 덕분에 발명됐다고?!
▶영상으로 보시면 더 '시네마틱'한 자동차 안전유리 개발 이야기

▶닥터 스트레인지 1편에 숨겨진 마법같은 '자동차 기술'

6년 간의 기다림 끝에 닥터 스트레인지 2가 개봉했습니다. 문제는 막상 영화를 보려고 하니 이제는 영화도 '공부'하고 봐야 하는 시대더군요. 닥터 스트레인지2를 '진국'으로 즐기려면 영화 어벤저스 시리즈, 스파이더맨 시리즈, 토르도 부족해 미드 로키에 완다비전까지 봐야 한다고? 상상도 못한 복습의 압박에 치를 떨던 필자는 예의상 닥터 스트레인지 1편을 다시 한번 돌려봤습니다. 그리고 영화 시작 3분만에 작은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 볼 때에는 알지 못했던 마법같은 '자동차 기술'이 영화 속에 숨어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더 당황스러운 점은 그 기술이 '고양이' 덕분에 개발되었다는 점입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마법사가 될 수 있었던 이유

닥터는 왜 마법사가 되었을까요? 손을 고치기 위해서였죠.
그렇다면 닥터는 왜 손을 다쳤을까요? 교통사고가 났기 때문이죠.

와장창...! 이라기엔 뭔가 소박한 유리의 흩날림...마 이거 안전유리야! (닥터 스트레인지 공식 예고편 중)

닥터 스트레인지 1편 영화 시작과 동시에 나오는 '교통사고 씬'을 보면 닥터는 람보르기니 우라칸을 타고 가다가 절벽 아래로 추락합니다. 그 과정에서 충격으로 깨진 앞유리(윈드실드)의 일부가 손에 박히면서 손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되죠. 하지만 중요한 점은 상당히 큰 사고에도 불구하고 유리창이 완전히 깨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교통사고의 충격으로 유리의 일부가 깨져 손에 박히긴 했지만, 앞유리의 상당 부분은 '거미줄' 모양으로 금이 가긴 했어도 차 앞에 얌전히 붙어있죠. 정확히 말하자면 '깨지더라도 파편이 튀지 않는 유리'인 셈이죠.

안전유리 없었으면 중환자실이 아니라 영안실 (닥터 스트레인지 공식 예고편 중)

교통사고가 났을 경우, 일반 유리컵처럼 사방으로 파편이 튀게 된다면 해당 파편은 당연히 운전자와 조수석 탑승자를 직격하게 됩니다. 눈이나 머리, 심장같은 곳에 큼지막한 유리 파편이 박히게 된다면 당연히 운전자의 사망률이 크게 높아지겠죠. 결국 영화 속 닥터 스트레인지는 '안전 유리' 기술 덕분에 그나마 목숨부지를 할 수 있었던 셈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안전 유리'가 개발된 사연입니다. 안전유리가 마법보다도 더 기적적인, 천문학적인 '우연의 일치'로 만들어진 기술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 수많은 사람을 살려낸 못된 고양이

일반 유리를 사용하던 19세기의 자동차 (좌) / 최초의 안전유리 '트리플렉스'의 광고 (우)

자동차가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19세기, 이 당시의 자동차는 지금보다 훨씬 속도가 느렸습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조금만 속도가 붙어도 맞바람이 만만치 않죠. 때문에 차량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맞바람을 막아주면서도 앞을 볼 수 있도록 유리로 만든 '윈드실드'가 도입되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유리의 강도가 워낙 약하다보니, 교통사고가 날 경우 충돌에 의한 부상보다도 깨진 유리 파편에 운전자가 찔려 다치거나 신체가 잘리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런 내용이 담긴 신문기사를 본 프랑스의 화학자, 에두아르 베네딕투스(1878~1930)는 한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만약 유리가 깨지더라도 파편이 튀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죠. 에두아르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유리에 다양한 물질을 바르며 실험에 실험을 거듭했지만 '파편이 튀지 않는 유리' 개발은 난항을 겪었습니다. 결국 에두아르는 수많은 실험 샘플들을 연구실 선반에 적당히 처박아 둔 뒤 다른 연구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안전유리를 발명한 프랑스의 화학자 '에두아르 베네딕투스'와 고양이(자료화면)

그런데 몇 년의 시간이 지나고 난 뒤, 웬 고양이 한마리가 느닷없이 에두아르의 연구실에 난입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호기심 충만한 이 고양이는 연구실 선반을 올라가 각종 실험장비들을 사정없이 떨어뜨리며 박살내버렸죠. 엉망이 된 연구실을 청소하던 에두아르는 한 가지 사실을 알아내고 경악하게 됩니다. 고양이가 떨어뜨린 수많은 유리 플라스크가 산산조각났지만, 그 중 한 플라스크가 깨지지 않고 온전한 모양을 유지하고 있었던 걸 발견한거죠. 정확히 말하자면 유리는 깨져 엉망으로 금이 가기는 했지만,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지지 않고 온전히 플라스크의 모양을 유지하고 있었던 겁니다. 몇년 전, 에두아르가 꿈꿔왔던 '파편이 튀지 않는 유리'를 발견하게 된 거죠.

이 플라스크에는 에두아르가 깨지지 않는 유리를 실험하며 넣어뒀던 '질산 셀룰로오스'가 담겨 있었습니다. 과거 실험 당시에는 별 효과를 보지 못했지만, 몇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방치되면서 증발한 질산 셀룰로오스가 끈적끈적한 점성이 강해져 깨진 유리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지 않게 잡아두고 있었던 거죠. 즉 에두아르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 '파편이 튀지 않는 유리'를 발명해냈던 셈입니다. 어쩌면 본인이 평생 모르고 살았을 수도 있는 이 발명을 에두아르에게 물리적으로 알려준 것이 바로 고양이었던 셈이죠.

에두아르가 발명한 최초의 안전유리 '트리플렉스' 광고

에두아르는 뒤늦게 자신의 발명을 알아내고 다시 연구를 재개해 세계 최초의 '파편이 튀지 않는 유리'를 '트리플렉스'라는 이름으로 특허 출원했습니다. 1911년 특허 출원된 최초의 안전 유리, 트리플렉스는 이후로도 한동안 자동차의 유리로 사용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 당시 '방독면'의 유리로 사용되어 안전성을 인정받으며 차츰 자동차 앞유리에도 사용됩니다. 1930년대에 이르러서는 영국 등 일부 국가를 시작으로 안전유리 사용이 의무화되기 시작합니다. 연구실을 뒤집어 놓은 '고양이' 덕분에 탄생하게 된 안전유리는 그 뒤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에두아르가 안전유리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한 '질산 셀룰로오스'도 우연히 개발된 기술이라는 점입니다.

▶ '우연'으로 만들어진 안전유리...그 안에 숨어있던 또 하나의 '우연'

1846년 스위스 바질 대학교의 교수로 재직중이던 화학자 크리스티안 쇤바인(1799~1868)은 화학 실험 도중 실수로 유리병 하나를 떨어뜨리고 맙니다. 그 유리병에는 질산과 염산 화합물인 '왕수'가 들어있었죠. 왕수는 금조차 녹일 수 있는 강한 부식성 액체기 때문에 쇤바인은 허둥지둥 근처에 있던 치마로 닦아낸 뒤 난로 옆에 널어놔 말렸습니다. 위험한 물질을 쏟았지만 빠른 응급처치를 한 쇤바인은 한숨을 돌렸습니다. 왕수가 묻은 치마가 활활 불타오르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왕수와 치마 사이에서 무언가 화학반응이 일어난 것을 직감한 쇤바인은 이 현상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왕수에 들어있는 질산 성분과 치마의 소재로 사용된 '면' = 셀룰로오스 성분이 화학반응을 일으켰다는걸 알아내 투명하고 끈적끈적한 '질산 셀룰로오스' 개발에 성공합니다. 이후 질산 셀룰로오스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셀룰로이드'로 개발되는 등 여러 분야에 사용되며 화학자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깨지지 않는 유리를 만들겠다고 질산 셀룰로오스를 플라스크 안에 부어놓고 방치한 프랑스의 화학자 '에두아르 베네딕투스'도 있었습니다.

▶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한 개연성 없는 '기적'

우연에 우연이 겹쳐 개발된 안전유리는 그 뒤로 몇 차례 개량이 이뤄졌습니다. 두 장의 유리를 끈적한 점착성 물질로 고정시켜 깨지더라도 파편이 튀지 않게 한다는 개념 자체는 에두아르가 만든 최초의 안전유리와 동일합니다. 안전유리는 스마트폰의 액정 보호 유리 등 우리 사회 다방면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에두아르의 최초 목표였던 자동차 유리로도 사용되며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했죠.

'우연히' 유리병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개발된 질산 셀룰로오스가 담긴 플라스크를 '우연히' 방치했다가 '우연히' 고양이가 떨어뜨리면서 발명하게 된 '안전유리' 이야기. 만약 영화 스토리였다면 '개연성이 부족하다'며 혹평을 받았을 정도로 어이없는 우연의 일치입니다. 어쩌면 이 기막힌 우연의 연속은 인류의 삶에 도움이 되고자 했던 과학자들의 열정이 만들어낸 필연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돌박이

차돌박이

shak@encar.com

차에 대한 소식을 즐겁게 전해드리는 차똘박...아니 차돌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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