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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째 현대·기아 울린 '엔진 오브 더 이어'

'엔진 오브 더 이어'는 각 부문별 최고의 엔진을 가리는 글로벌 이벤트다. 올해는 BMW i8의 하이브리드 구동계가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다. 이로써 BMW는 17년 동안 총 58개의 트로피를 받아 선두를 질주했다. 아우디-폭스바겐은 33개, 토요타는 22개를 받아 체면을 살리고 있다. 반면 현대·기아를 포함한 국산차 메이커들에게는 좋은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글_ 정상현 기자


카 오브 더 이어(COTY, Car of the year)는 해마다 최고의 자동차를 선정하는 이벤트다. 여기 선정된 자동차 메이커들은 그 결과를 영업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자동차 업계에는 이와 유사한 이벤트가 하나 더 있다. 해마다 최고의 엔진을 가리는 '엔진 오브 더 이어'(EOTY, International Engine of the Year Awards)가 바로 그 주인공. 시작은 1999년부터, 주관은 엔진 전문 언론 매체인 <엔진 테크놀로지 인터내셔널 매거진>이, 심사는 31개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65명이 참여한다. 양산차 메이커들은 COTY처럼 EOTY의 결과에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들의 엔진이 최고로 선정되면 기술력을 자랑하기 좋아서다. 참고로 주관사인 UKIP 미디어 & 이벤트사는 자동차 제조업체나 유통업체로부터 광고나 재정적인 지원을 전혀 않는다. 이는 이 수상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히 높다는 얘기.

평가 항목은 매우 복잡하고 섬세하게 짜여 있다. 카테고리는 배기량 1L 이하부터 4L 이상까지 일곱 개, 부문별로는 베스트 뉴 엔진, 그린 엔진, 베스트 퍼포먼스 엔진, 마지막으로 그 해의 엔진 오브 더 이어를 선정한다. 패널들은 몰았을 때의 느낌과 기술적 요소, 엔진의 성격, 연료 효율, 부드러움, 성능, 노이즈, 진동 등의 항목에 점수를 매긴다. 따라서 엔진 오브 더 이어에 선정되기 위해서는 그저 성능만 좋아서, 반대로 효율만 높다고 해서 유리한 게 아니다.

1.0L 이하 부문 1위, 2015 엔진 오브 더 이어 2위를 차지한 포드의 1.0L 에코부스트 엔진

올해는 배기량 1L 이하에서 포드의 3기통 999cc 터보 엔진이 압도적인 점수로 1위에 올랐다. 총 444포인트를 획득, 2위인 GM의 3기통 터보(176포인트)를 짓밟았다. 포드의 1.0L 엔진은 자그마한 피에스타와 포커스는 물론이고 D세그먼트인 몬데오, 미니밴인 그랜드 C-맥스까지 두루 탑재되는 다운사이징 엔진이다.

1.0~1.4L 부문에서는 PSA 그룹의 3기통 1.2L 터보 엔진이 뽑혔다. 208과 308, C4 칵투스, DS4 등에 쓰이는 엔진으로서 총 243포인트를 얻어 폭스바겐의 1.4L TSI 트윈차저(174포인트)를 눌렀다. 1.4~1.8L 사이에서는 BMW i8에 쓰인 3기통 1.5L 터보와 전기 모터 구동계 선정됐다. 다음으로 1.8~2.0L에서는 메르세데스-AMG의 2.0L 터보가 뽑혔다. 360마력을 내는 이 엔진은 메르세데스의 고성능 소형차에 두루 쓰이며 인기를 높여가고 있다.

BMW는 올해도 EOTY에서 잔치를 벌였다. 사진은 2.5~3.0L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6기통 트윈 터보 엔진

한편 2.0~2.5L 부문은 아우디의 5기통 2.5L 터보, 2.5~3.0L 부문은 BMW M3와 M4에 쓰인 6기통 3.0L 트윈 터보, 3.0~4.0L 부문은 맥라렌의 V8 3.8L 트윈 터보, 4.0L 초과 부문은 페라리의 V8 4.5L 자연흡기가 차지했다.

'그린 엔진'은 테슬라의 전기 모터 파워트레인이 수상했다. 모델 S에 들어가는 380, 385, 700마력 유닛이다. 엔진 오브 더 이어지만 모터가 뽑힌 건 요즘 친환경차 추세를 반영한 결과. 결국 내연기관으로는 전기 모터의 초록색 성질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다.

'뉴 엔진'상을 수상한 건 1.4~1.8L 영역에서 1등을 차지한 BMW i8의 하이브리드 구동계다. 이 엔진은 메르세데스-AMG의 4.0L 바이 터보는 물론이고 페라리의 V8 3.9L 바이 터보까지 압도했다. 고배기량 엔진을 선호하는 이들을 비웃는 이러한 결과는, 앞으로 엔진의 발전 흐름이 어떻게 갈 것인지 보여준다.

i8의 3기통 1.5L 터보 엔진

마지막으로 EOTY의 핵이자 꽃인 '인터내셔널 엔진 오브 더 이어 2015'를 가릴 차례. 여기에는 또 다시 BMW i8의 하이브리드 유닛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BMW는 274포인트를 획득, 267포인트의 포드 1.0L 터보를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3위는 PSA의 1.2L 터보, 4위는 페라리의 V8 4.5L가 차지했다.

엔진 오브 더 이어의 챔피언이 된 BMW. 사실 지난 17년 동안의 역사 속에서 BMW가 엔진 오브 더 이어를 차지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의 M 버전용 3.2L를 시작으로 V8 4.4L, V10 5.0L, 3.0L 트윈 터보 등 총 여섯 번이나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아울러 나머지 부문에서의 트로피를 모두 합하면 총 58개로, 2위인 아우디-폭스바겐(33개 트로피 수상)을 압도한다.

반면 국산차 메이커는 EOTY에서 존재감이 없다. 현대와 기아, 쌍용 등 토종 국산차 회사들은 여기서 트로피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 다만 <워즈오토>가 선정하는 세계 10대 엔진 상에는 현대·기아의 타우와 감마 엔진이 선정되었던 바 있다. 한편 한국지엠의 전신인 GM은 세 개의 트로피를 받았던 적이 있지만 2012년의 1.4L 레인지 익스텐더 엔진이 그린 엔진상을 받은 이후 기쁜 소식이 뚝 끊긴 상태다.

곧 1.6L 터보의 쏘나타 에코가 나오지만 이 정도로는 '혁신'이라는 수식어를 얻기 힘들 것이다

국산차 메이커가 엔진 오브 더 이어에 이름을 올리기 위한 방법은 명확하다. 하루라도 빨리 진보한 친환경 엔진을 내어 놓는 것. 다행스럽게도 현대차는 곧 1.6L 터보 엔진의 쏘나타를 출시한다. 북미와 중국 시장에서 쏘나타 에코라는 이름으로 팔리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썩 괜찮다. 하지만 이마저도 포드 몬데오가 3기통 1.0L 터보 엔진을 달고 나오는 걸 생각하면 뒤처진 행보다.

결국 이런 흐름대로라면 국산차가 엔진 오브 더 이어를 수상하는 게 먼 미래의 일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많이 팔리는 차'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대 흐름을 탄 기술 개발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걸 현대차는 알까? 납작한 스포츠카에 3기통 1.5L 엔진을 올린 BMW. 그들이 올해 엔진 오브 더 이어 트로피를 가져간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정상현

정상현 편집장

jsh@encarmagazine.com

미치광이 카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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