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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링크앤코를 우습게 보면 안 되는 7가지 이유

링크앤코(Lynk&Co)가 지난 11월 28일 중국 닝보 국제 자동차 성능 시험장에서 첫 번째 모델 '01'의 출시 기념회를 열었다. 사전 예약을 시작한 지 137초 만에 6,000대의 예약을 받아내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팔린 차’로 이름을 올렸다. 진위 여부를 떠나서 놀랍다. 이 사실만으로도 링크앤코는 수백억 원의 마케팅 효과를 냈으니까.

링크앤코는 중국의 지리와 스웨덴 볼보가 함께 만든 새로운 브랜드다. 하지만 단순히 ‘1+1=2’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보아온 그저 그런 중국의 합작회사로 치부하기엔 여러모로 남다른 데가 있다. 무엇이 다를까?

벤처스러운 마케팅

링크앤코의 마케팅은 흡사 게임사나 IT 회사를 닮았다.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고급 호텔에서 정장을 입고 신차를 맞이하는 식의 발표회 대신 젊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권위보다는 자유와 혁신을 내세운다.

지난 8월에 열린 정두 모터쇼 기간 실시한 기술 체험관 마케팅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젊은이들은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평균 40분 이상 체류하며 링크앤코 브랜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그들의 입맛에 맞춘 전략이 효과를 낸 것이다.

게임을 통해 자동주행 및 보행자 감시 기술을 설명했고 360도 서라운드 뷰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360 트램펄린(360 Trampoline), 하만카돈의 차량 음향 기술을 회전목마 놀이기구를 통해 재미와 정보를 전달했다. 단순히 쇼잉에 그친 것이 아니라 전체 관람 인원 42%의 데이터 수집에 성공했다. 이를 활용하면 정밀한 타깃 마케팅이 가능하다.

효율적인 판매 방식

링크앤코가 차를 파는 방법은 애플 혹은 샤오미와 비슷하다. 전기차의 대명사로 꼽히는 테슬라와도 닮았다. 그들은 위탁판매가 브랜드 이미지와 수익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자동차 메이커들은 딜러와의 계약을 통해 차를 판매한다. 한 딜러에서 여러 브랜드의 차를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중간 마진이 들어 가격도 제각각이다. 링크앤코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점에 링크앤코센터(판매, AS)와 링크앤코공간(브랜드 홍보관) 등의 직영점을 두고 나머지 지역의 수요는 온라인스토어로 대응할 계획이다.

유통 비용을 줄이면서 브랜드 충성도를 단 시간에 높이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고객 입장에선 피곤하게 딜러와 협상할 필요가 없고 단순화된 절차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고 차를 인도받게 된다.

또, 차를 소유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 젊은 소비자들에겐 판매 대신, 회원 가입 후 필요한 때만 사용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서브 스크립션 방식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커넥티드

브랜드명을 통해서 그들이 지향하는 바가 명확히 드러난다. LYNK&CO에서 ‘LYNK’는 연결을 뜻한다. 동서양, 인간과 자동차, 세대, 사람 등을 잇겠다는 의미다. ‘CO’는 합작(Cooperation), 사회(Community), 그리고 쿨(Cool) 하다는 뜻이다.

링크앤코의 모든 차는 자체에 심 카드를 내장해 모바일 통신이 가능하다. 자동차를 단순한 하드웨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생태계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에릭슨과 공동 개발한 ‘링크앤코 클라우드(Lynk&Co Cloud)’가 그 중심에 있다. 이용자들의 다양한 패턴을 읽어 순도 높은 빅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 개인화된 컨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발판이다. 미래의 자동차가 스마트폰 이후 가장 매력적인 컨텐츠 플랫폼이 된다는 건 애플과 구글의 행보를 통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선택과 집중

후발주자인 링크앤코의 전략은 단순하면서도 명쾌하다. 그렇기에 기존 메이커들의 틈새를 좀 더 쉽게 공략할 수 있다. 브랜드의 명성보다 현실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좋아할 것은 공격적으로 담되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가격을 낮추는 게 핵심이다.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샤오미와 같은 전략이다.

예컨대 랭크앤코는 차명을 01, 02, 03 등 숫자로 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름 짓고 브랜딩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는 전략이다. 대신 서라운드 뷰와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 커넥티드, 어댑티브 하이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이탈 방지, 충돌 회피 장치 등 신세대들이 좋아할 것들은 가득 채웠다. IT 기기에 익숙한 이들이 본능적으로 희열을 느끼며 격하게 반응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1년에 4번의 업그레이드

링크앤코는 통상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처럼 ‘00년식’ 혹은 ‘00년형’ 모델을 내놓지 않는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년 단위로 자동차를 업그레이드했다. 니즈를 모아두었다가 반영하는 주기로 1년을 삼은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스마트폰은 거의 1년 단위로 풀 체인지를 거듭하고 유행은 하루가 다르게 바뀐다.

링크앤코는 빠르게 변하는 젊은 소비자 취향을 반영해 1년에 4번의 업그레이드를 실행할 계획이다. 계절에 맞춰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패션계를 주목한 아이디어다.

패션과 자동차는 다르다? 인정한다. 자동차처럼 무겁고 복잡한 공산품을 시즌 별로 달리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가능성이 전보다 높아졌다는 걸 부정하긴 어렵다. 예컨대 전통적인 메이커들도 발표만 하지 않을 뿐 부품 개선 작업을 쉼 없이 행한다.

링크앤코는 이를 체계화할 뿐이다. 최근 크게 발전한 생산설비와 방식의 유연성도 긍정적이다. 아울러 자동차에서 소프트웨어의 영역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도 빠른 업데이트를 가능케 하는 요소다.

이렇듯 차별화된 업데이트 전략은 단순하지만, 큰 효과를 거둘 것이다. 소비자들은 링크앤코에서 ‘중국’이란 단어보다 ‘혁신’, 혹은 ‘기존 메이커와 다르다’는 식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될 테니까. 이는 중국 자동차가 가지는 출신성분의 편견을 깨는데 효과적인 방법이다.

볼보라는 든든한 기술적 지원군

링크앤코는 지리 자동차가 볼보 자동차와 합작해 만든 회사다. 당연히 첫 번째 작품(01)에도 볼보의 기술이 녹아들었다. 볼보가 개발한 CMA(Compact Modular Architecture) 플랫폼을 활용해 주요 부분을 완성했다. 충돌 테스트에서 웃음거리가 되었던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는 뜻이다.

링크앤코의 모든 모델은 스웨덴에 자리한 지리의 R&D센터에서 개발된다. 생산도 볼보의 것을 활용한다. 쉽게 말해서 지리의 자본과 볼보의 기술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사람들에겐 지리나 중국보다 볼보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더 크게 작용할 것이다. 기아차가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면서 얻은 효과와 비슷하다.

정성적인 브랜드 이미지의 제고뿐만 아니라 정량적인 이득도 크다. 링크앤코의 신차 개발엔 볼보와 손이 닿는 일류급 부품업체들도 참여했다. 커넥티드, 어댑티브 하이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이탈 방지, 충돌 회피 장치 등 최근에 유행하는 장비들을 빠짐없이 챙길 수 있는 이유다. 지리-볼보-링크앤코의 볼륨이 커질수록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쉬운 건 당연한 이치다.

평생 무상보증 혜택

링크앤코는 01을 론칭하면서 평생 제공할 3가지 혜택을 밝혔다. 보증과 고장 시 견인, 데이터 통신 비용을 평생 무상 지원하겠다는 것. ‘Lifetime Warranty’라는 것이 해석(중고차로 넘길 때도 해당되는지 등이 명확하지 않다)의 차이가 있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파격적인 정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화는 물론이고 품질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는 방법이다.

링크앤코의 행보에 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봤다. 위에 열거한 7가지는 큰 틀의 변화다. 종합해보면 링크앤코가 그리는 그림을 상상해볼 수 있다. 그들이 노리는 건 단순히 ‘이전보다 발전된 중국차’가 아니다.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속셈이다.

이를테면 몸집이 큰 기존 자동차 메이커와 새로운 자동차 메이커의 대결 구도로 몰아가려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기존 메이커는 구식이니 이제 새로운 대열에 합류하세요. 구식 차를 고집하면 당신도 구식이 됩니다”라고 강조한다. 충성도 높은 새로운 소비층을 형성하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링크앤코가 시장에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전적으로 실행력에 달렸다. 전략은 완벽에 가깝지만, 시간에 맞춰 약속된 행보를 보이지 못한다면 허울좋은 메아리에 그칠 수 있다. 이제 막 내놓은 첫 번째 모델의 고객 반응과 대응이 중요한 이유다.

박영문

박영문 기자

spyms@encarmagazine.com

부품의 기술적인 결합체가 아닌, 자동차가 지닌 가치의 본질을 탐미하는 감성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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